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격적인 이란 공습으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사망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한밤 중에 미군에 의해 전격 체포·압송된 데 이어, 수십 년간 반미·핵개발 노선을 공유해 온 이란의 최고지도자마저 '참수 작전'으로 제거되면서 북한 수뇌부의 공포감이 극에 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정은의 '조건부 대화' 요구에 미국이 '조건 없는 대화'로 응답한 직후 하메네이를 제거했다는 점은 북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각)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단행한 '장대한 분노(Operation Epic Fury)' 작전을 통해 하메네이가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메네이를 "역사상 가장 사악한 인물 중 하나"로 규정하며 정밀 폭격을 통해 이란 수뇌부를 사실상 궤멸시켰음을 시사했다. 이번 공습으로 하메네이의 관저를 비롯한 핵심 지휘 시설이 초토화됐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강력한 정보 자산과 핀셋 타격 능력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북한은 이란 사태를 '남의 일'로 치부할 수 없는 처지다. 북한에 이란은 핵·미사일을 비롯한 각종 군사 협력을 수십년간 이어온 각별한 우방국이다. 특히 하메네이는 30년 넘게 이란을 철권통치하며 반서방 노선과 핵개발을 주도해 왔다는 점에서 김정은이 상당한 동질감을 느꼈을 인물이다. 더욱이 지난 1월 초 미군의 전격적인 카라카스 타격으로 마두로 대통령이 체포돼 미국 법정에 선 지 채 두 달도 되지 않아 하메네이마저 불귀의 객이 됐다. 반미 독재 정권의 수장들이 연이어 미국의 직접적인 군사 행동에 의해 몰락하는 현실은 김정은의 불안감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한반도 안팎에서 지속되는 미군의 움직임은 평양의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주한미군 특수전사령부는 한미 연합훈련 등을 통해 '티크 나이프(Teak Knife)'로 불리는 특수타격 훈련, 참수작전 훈련을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 무인 공격기를 동원해 유사시 적 수뇌부와 핵심 시설을 정밀 타격하는 연습도 멈추지 않고 있다. 언제든 김정은도 '참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지속 발신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김정은은 9차 당대회 사업총화 보고를 통해 미북 대화의 문을 완전히 열어두면서도 전제 조건을 내걸었다.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고,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라는 것이다. 이튿날 백악관은 "전제 조건 없이 대화하는 데 여전히 열려 있다"고 응답했다. 조건을 고집하면 대화도 없다는 얘기였다. 바로 다음날 '장대한 분노' 작전을 단행해 하메네이를 '참수'했다. 단순히 이란만 응징한 게 아니라 '아시아의 이란'인 북한 수뇌부를 향해 강력한 경고성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 매체의 반응에서도 평양의 극심한 당혹감이 묻어난다. 1일자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의 관영 매체들은 이란 공습이나 하메네이 사망 소식에 대해 한 글자도 보도하지 않았다. 노동신문 국제면에 미국과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소식을 3개 실은 것이 전부였다. 바깥 세상의 충격적인 소식이 주민들에게 전해져 체제 동요가 일어나는 것을 막는 동시에, 내부적으로 사태의 파장을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느라 고심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당분간 극도의 경계심을 유지하며 내부 통제를 대폭 강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마두로 압송 직후와 마찬가지로 김정은에 대한 신변 경호를 최고 수준으로 격상하고 전군의 경계태세를 끌어올리는 등 평양 내부에 공포분위기를 조성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다음 칼끝이 어디를 향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북한은 당분간 이란 사태를 비롯한 국제정세 변화를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