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언론은 최근 찰스 3세 영국왕이 미국을 國賓방문하여 펼친 외교적 활동을 극찬했다. 품격 있는 언동으로 트럼프의 폭주를 점잖게 비판하면서도 반론이 불가능할 정도로 완벽한 논리와 간접화법을 구사했다는 것이다.
"고귀한 모습으로 섬세하게 언동함으로써 성급한 트럼프 지지자들도 공격 포인트를 잡지 못했다."(데일리 메일)
찰스 3세가 트럼프의 정책을 간접적으로 비판한 사실도 눈치 채지 못한 트럼프는 기자들에게 "훌륭한 분들이다. 우리나라에도 저런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국인들은 간접화법을 즐긴다. 직설적 표현을 좋아하는 미국인들은 영국 왕이 속 시원하게 트럼프를 비판해줬으면 하고 바랄지 모르지만 영국 왕은 모든 정치 사안에 대하여 중립적 입장을 취해야 한다.
이런 형편을 잘 이해하는 영국인들 눈에는 찰스 3세의 방미중 발언은 노골적인 트럼프 비판으로 보일 만큼 직설적이었다. 트럼프가 NATO와 영국 총리를 비난하는 데 대한 답장으로 영국왕이 내어놓은 것은 "우리 총리가 이야기했다시피 우리 두 나라의 관계는 대체 불가능한 것이다" "NATO는 미국이 9.11 테러를 당했을 때 처음으로 집단안보 조항을 발동, 도움에 나섰다"였다.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을 싫어하는 것을 모를 리 없는 영국 왕은 우크라이나 방어에 대한 결의를 밝혔고, 트럼프가 영국 해군을 '장난감'이라고 조롱하는 데 대해서는 자신과 부친을 포함한 왕족들이 영국 해군에서 근무한 사실을 자랑으로 여긴다는 말로 답했다.
찰스 왕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해서는 언급했으나 이란 전쟁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꺼내지 않음으로써 트럼프의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이 전쟁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비쳤다. 트럼프의 反환경주의 성향을 에둘러 비판하듯이 미국의 아름다운 자연과 이를 보호하기 위하여 국립공원 제도를 만든 시오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을 칭송했다.
농담도 아주 외교적으로 했다. 국빈만찬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께서 미국이 아니었으면 유럽 나라들은 독일어를 쓰고 있을 것이라고 하셨는데, 감히 말씀 드린다면 우리가 아니었으면 당신네들은 프랑스어를 쓰고 있을 것입니다."
다른 외국 정상이 찰스 왕과 같은 말을 했더라면 신경질을 냈을 트럼프는 찰스 왕의 고급 유머에 매료되어 선물을 바치기도 했다. 어제 그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스코트랜드 위스키에 대한 관세를 면제한다고 발표했다. "왕과 왕비가 요청한 것은 아니지만 두 분은 나로 하여금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찰스 왕은 한번도 자신의 好不好를 표정으로 보여주지 않았다. 포커 페이스는 君主의 의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