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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칼럼
왜 군인은 직업의 대를 잇지 않나? 가장 큰 이유는 군인 부인(婦人)의 반대에 있다. 소월하인(회원)  |  2026-05-24
어제 동료, 후배 전우들을 만났다. 많은 서글픈 이야기를 했다. 나는 소위로 임관해 32년을 군에서 보냈다. 당연히 군대에 대한 나의 자부심과 명예심은 남다르다. 국가를 위해 헌신했다는 보람도 크다. 여기에 더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깨끗하고 공명정대한 조직에서 근무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후배들에게 감히 열심히 군 생활하라고 권하지 못했다.
  
  우리 사회에서 이른바 좋은 직업으로 꼽히는 의사, 약사, 교수, 법조인들은 대를 이어 직업을 물려준다. 자식에게 물려줄 만큼 권력, 부와 명예가 보장된다는 방증이다. 반면 군인은 대를 잇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오죽하면 3대가 군 복무를 한 가문을 ‘병역명문가’라 칭하며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표창까지 주겠는가. 법조인이나 의사와 교육자 가문을 그렇게 신문에 대서특필한다면 지면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군인이 대를 잇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군인 부인의 반대에 있다. 평생을 군인의 아내로 살며 남편을 곁에서 지켜본 여자는 자식이 그 길을 걷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는다. 남자는 국가를 위해 가치 있는 삶을 살았다고 자부할지 몰라도, 아내의 관점에서 보면 전혀 아니다. 정치인들이 청문회에 나온 군인에게 모멸을 주는 것을 하도 많이 보아서 이제는 이상하게 보이지도 않는다. 이런 명예뿐만이 아니라, 돈도 권력도 아무것도 없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원인은 군대 특유의 철저한 공정성에 있다. 군대는 부모의 후광이 통하지 않는 조직이다. 실제로 주변을 둘러보면 장군의 아들이 대령 이상으로 진급은커녕, 군에서 장기복무 선발조차 되지 못해 전역하는 사례를 부지기수로 본다. 인사 업무를 총괄했던 2성 장군 동기생의 아들도, 전역 후 국방부 인사 부서에 근무하던 사단장의 아들도 결국 장기복무에 선발되지 못했다.
  
  부모의 네트워크와 후광이 자연스럽게 대물림되는 타 전문직 사회와 달리, 군대는 철저히 스스로의 역량으로만 평가받는다. 이 얼마나 청렴하고 투명한 조직인가. 하지만 일반인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많은 국민은 여전히 군을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본다.
  
  얼마 전 발생한 12·3 계엄 사태 이후 법정에 선 고위 장성들이 변호사 비용조차 마련하지 못해 쩔쩔맸다는 소식은 군의 서글픈 청렴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권력의 정점에 있었다는 이들조차 퇴직 후 변호사 한 명 선임할 돈이 없는 것이 대한민국 군대의 현실이다. 평생을 바쳐 온 헌신과 청렴함의 대가로 가난과 무관심, 때로는 비난만을 돌려받는 현실 앞에서 깊은 무력감을 느낀다. 자부심 하나로 버티기엔 오늘날 우리 군이 처한 현실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이제는 후배들에게 면목이 없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쳐도 돌아오는 것이 없는 현실 속에서, 나는 차마 그들에게 “끝까지 버텨라”라는 말을 하지 못하겠다. 오히려 “더 늦기 전에 전역하라”고 말하고 싶은 심정이다.
  
  
삼성전자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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