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휘관 병’이라는 말이 있다. 부하들의 무비판적이고 아부(阿附)성 짙은 충성에 눈이 멀어, 지휘관 스스로가 마치 신(神)이라도 된 양 착각하는 현상을 뜻한다. 한마디로 수양이 부족한 리더에게서 나타나는 일종의 정신적 오만이다. 지난 2월, 필자는 이 공간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지휘관 병’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대통령의 증세는 호전되기는커녕 시간이 갈수록 그 도를 더해가고 있다.
지금 이 대통령은 외교 무대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국정의 모든 영역에 참견하고 있다. 게다가 대부분 사회적 논쟁이 첨예한 사안마다 굳이 한마디씩 말을 보태며 스스로 화근(禍根)을 키우는 모양새다.
최근 이스라엘 군의 구호선단 나포 사건을 두고 상대국 총리의 체포 영장 발부를 검토하라고 공개 지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보편적 인권도 중요하지만, 정교해야 할 국가 외교를 대통령 개인의 감정적 비난 무대로 전락시켰다는 우려가 쏟아진다. 부동산 시장을 향해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라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활을 독단적으로 밀어붙인 오만함은 또 어떤가. 시장의 생리를 무시한 채 권력으로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이 결국 전세 시장의 경색이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한 기업의 커피 마케팅 이벤트를 두고 "인두겁을 쓰고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 "금수 같은 행태"라며 날 선 비난을 퍼부었다. 사실관계조차 명확히 확인하지 않은 채 최고 권력자가 민간 기업을 향해 사적 응징에 가까운 조롱과 선동을 앞장서는 모습은 경악스럽기까지 하다.
인간은 신이 아니기에 모든 것을 다 알 수도, 완벽할 수도 없다. 다양한 가치와 생각이 공존하는 현대 사회에서 오직 ‘내 생각만 옳다’고 고집하는 것은 독선이자 교만일 뿐이다.
대통령(大統領)이라는 자리는 그 글자의 의미가 보여주듯, 갈등을 조정하고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는 자리이다. 진정한 통합을 이끄는 리더는 좌우와 상하는 물론, 아주 사소한 목소리까지도 세심하게 살필 줄 알아야 한다. 사회 구성원 어느 한 곳이라도 상처를 입지 않도록 늘 신중하게 처신(處身)해야 하며, 사안을 결코 단정적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은 독단적인 심판관도, 전지전능한 신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이 대통령은 심판관의 영역을 넘어 마치 자신이 신이라도 된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은 수신(修身)의 부족에 있다. 리더로서 갖추어야 할 인간적인 기본 도리, 즉 ‘겸손(謙遜)’이 보이지 않는다. 오랜만에 만난 출세한 친구가 겸손함을 잃고 거만하게 행동할 때, 우리는 그 친구의 몰락(沒落)을 직감한다. 역사적으로도 오만(傲慢)한 리더가 성공한 예는 없다.
대한민국은 참으로 대통령 복(福)이 없다. 오만의 끝에 기다리고 있을 어두운 미래가 눈에 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