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에 만난 오세훈, 빙그레 웃으면서 “그래도 내가 이깁니다”
⊙ ‘극우·극좌를 동시에 타격, 중원을 차지한다’는 한동훈의 꿈이 현실로
⊙ 오세훈이 세운 ‘감사의 정원’과 민주당 정권의 ‘스타벅스 불매운동’이 서울 민심을 돌렸다
⊙ 한동훈이 이재명 공소취소 반대운동 사령관으로 나설 것
⊙ 한동훈-오세훈의 ‘훈훈(勳勳)한’ 협조와 경쟁 기대
지난 6월 3일 밤과 다음 날 새벽, 드라마 좋아하는 한국인은 두 편의 정치 드라마를 구경했다. 제1편은 4일 새벽 2시쯤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한동훈(韓東勳) 후보의 역전승으로 끝났다. 제2편은 오전 7시쯤 오세훈(吳世勳) 서울시장 후보의 역전승으로 막을 내렸다. 그 순간 한국 보수가 갑자기 두 대통령감을 갖게 되었다. 좌파 측은 이재명(李在明) 대통령과 정청래(鄭淸來) 대표가 상처를 입고, 조국(曺國)·김경수(金慶洙)를 잃었다.
드라마(drama)의 어원(語源)은 ‘행동한다’는 고대 그리스어이다. 한동훈 의원은 머나먼 부산 출마 결단, 오세훈 시장은 연초부터 장동혁(張東赫) 국힘 대표와 헤어질 결심이란 행동을 통하여 희대의 드라마를 만든 것이다.
조연(助演)이 등장하여 주인공을 더욱 영웅적으로 보이게 하는 경우가 있다. 장동혁 대표가 그 역(役)을 수행했다. 장동혁은 한동훈을 제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객(刺客) 공천까지 하고, 박근혜(朴槿惠) 전 대통령까지 참전했다. 나는 “과거 대통령과 현재 대통령(AI수석을 출마시킨 이재명)이 개입한 선거이니 미래 대통령이 나올 선거판”이라고 농담을 했다.
오세훈의 자신감
지난 1월 오세훈 시장 관저에 초대받아 세 시간쯤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갈 때와 올 때 생각이 달라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찍어 후보로 나올 것임이 확정적이던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가상 대결 여론조사에서 큰 차이로 앞서고 있을 때였다. 국힘 안에서도 대세가 기울었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었다. 1월 1일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신년인사회에서 오 시장은 장동혁 대표 면전에서 “그동안 기다릴 만큼 기다렸고 참을 만큼 참아 왔다”면서 계엄 사과 등 노선 변경을 요구했다. 뒤돌아보면 이 격정적 발언이 역전 드라마를 만든 출발점이었다.
오 시장은 작심 발언을 한 직후여서 그런지 나와 만났을 때는 유순한 이미지에서도 결연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불리한 여론에도 자신만만했다. 자신의 업적을 설명하면서, 재임 기간 중 서울이 세계적인 도시가 된 점을 자랑했고 서울시민들이 자신의 노고를 알아줄 것이라고 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성공도 자신이 제도적으로 뒷받침했음을 강조했다.
내가 “일을 많이 한 것은 알겠는데 ‘강남보다 살기 좋은 강북’ 식으로 공적을 좀 쉽게 설명해 달라”고 했다. 선전력(宣傳力)이 부족하다는 말에 오 시장은 빙그레 웃으면서 “그래도 내가 이깁니다”라고 장담했다. 지도자의 그런 자신감은 전염성이 있다.
“오세훈 덕분에 서울을 더 사랑하게 됐다”
이날 자리에서 오 시장은 비화(秘話) 하나를 털어놓았다. 2022년 윤석열(尹錫悅) 대통령 당선자에게 청와대를 버리고 용산 국방부 청사로 가는 데 반대하기 위하여 자료를 들고 찾아갔는데 윤 당선자가 먼저 “안 가기로 했습니다”라고 해서 서류를 들고 돌아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용산 이전 발표가 나오더란 것이다.
나는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로 돌아왔으니 수도 이전 이야기가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 달라고 부탁했다. 한성백제, 조선조, 대한민국의 수도로서 1000년을 이어 온 민족사적 정통성의 중심이 서울인 점을 서울시장이 분명히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서울의 정통성을 부정할 수 없었던 북한 정권도 1970년대 초반까지는 헌법에 ‘통일 조국의 수도는 서울로 한다’고 적어 놓고 있었다. 이명박 서울시장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데는 노무현(盧武鉉) 전 대통령이 추진한, 행정수도 이전으로 위장한 사실상의 천도(遷都)에 반대, 헌법재판소 결정을 통하여 막아 낸 공이 있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전승에는 배현진 의원(국민의힘 서울시당위원장)의 강단도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장동혁 대표와 맞서면서 서울 선거는 독립적으로 하겠다고 밀어붙였다. 그런 행동으로 해서 당에서 징계를 받은 뒤엔 법정 투쟁으로 이겨 내기도 했다. 지난 4월 초순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빈소에서 만난 배현진 의원에게 나는 이런 말을 했다.
“서울에서 한 40여 년, 그것도 광화문 근처에서 살아 보니 정말 서울이 좋아집니다. 자랑스러워집니다. 외국인들이 서울을 사랑하니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습니다. 이런 서울을 만드는 데 오세훈 시장이 한 역할을 유권자들에게 잘 설명하면 역전승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감사의 정원’이 보수를 움직였다
그럼에도 나는 오세훈 시장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 왜 광화문광장을 ‘대한민국 광장’이 아니라 ‘조선조 광장’으로 만들어 놓았는가? 광장에 서면 경복궁, 광화문, 세종대왕상, 이순신 동상만 보인다. 화폐에 등장하는 다섯 사람도 모두 조선조 사람이니 외국인들은 한국이 아직도 왕조에 의하여 통치되고 있다고 생각할 것 아닌가.
이런 나의 생각은 광화문광장에 오세훈 시장이 세운 ‘감사의 정원’을 보고 달라졌다. 지난 5월 준공식 날 일부 언론은 “‘받들어 총’을 연상시키는 시대 착오적인 조형물”이란 비판을 쏟아 냈다. 정원오 민주당 후보도 당선되면 이 시설을 철거하거나 이전하겠다고 말했는데 이 발언이 자신에게 치명상이 될 줄 몰랐을 것이다. 준공식 날 점심을 먹고 현장에 가 보니 ‘아, 이제 대한민국 광장이 되었구나’ 하는 감동이 전해졌다. 그 직후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오세훈 후보는 ‘감사의 정원’ 조성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2년 전에 시작했는데 선거 직전에 완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정부의 공사중지명령도 마지막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한두 달 전에 완공할 수 있었는데 국토부가 아주 미세한 절차적인 하자(瑕疵)를 문제 삼아서 공사중지명령을 내리는 정말 전례 없는 행정을 하는 바람에 완공이 좀 늦어졌습니다.
그다음에 이게 ‘이념 대립형’이라고 말씀하시는데, 광화문광장은 분명히 국가 상징 광장입니다. 국가 상징물이 있어야 합니다. 근데 국가 상징물은 저는 당연히 태극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찬성하는 입장이 아닌 걸 파악하고 나서 접었습니다.
그래서 거기에 뭘 만들까, 시의회에서 찬반 논쟁이 있었을 것 아닙니까. 시의회에서도 서울시에서도 여론조사를 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시의회에서는요, 민주당이 여론조사를 주도했습니다. 거기서 68%의 찬성이 나왔습니다. 절차에 하자가 있다는 건 민주당의 정치적 공세입니다, 선거를 앞두고.
국가 상징 공간을 저는 자유와 민주주의로 봤습니다. 조형물 (설계) 공모를 할 때 그 두 가지 주제를 가지고 했습니다. 그래서 선정된 게 의장대 사열 모습입니다. 자유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유엔군의 이름으로 젊은이들이 와서 피를 흘리고 대한민국의 생존을 도왔는데, 지금 지나치게 정치화돼 있습니다.
이곳을 들어가면 ‘아, 대한민국이 당시에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서 생존했고 그 덕분에, 민주주의 덕분에 번영을 했고, 그 번영의 결과를 가지고 우리보다 뒤처진 개발도상국들에 그 보답을 하고 있구나’ 하는 자부심이 정말 벅차오르는 그런 공간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여기에 왜 ‘극우’가 들어가고 왜 ‘극우 구애용(求愛用)’이 들어갑니까?”
“오세훈 역전승 가능”
지난 5월 14일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정원오 후보에게 많이 뒤지고 있을 때 나는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나가서 광화문광장 ‘감사의 정원’이 오세훈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태: 광화문광장에 받들어 총 모양의 석조 기념물, 이게 악재가 될 거다, 또는 지지층 결집이 잘될 거다….
조갑제: 이거는 악재가 아니고, 악재가 된다면 정원오 후보의 아주 거친 대응이 잘못된 거예요. 저도 현장에 가 봤습니다. 가 보니까 정말 잘 만든 거예요. 한국전(韓國戰)이라는 것은 20세기 역사를 바꿨습니다. 한국전쟁으로 해서 대만이 살았어요. 일본이 경제 부흥을 합니다. 서독이 재무장하면서 나토에 가입해요. 나토가 본격적인 군사 동맹체가 됩니다. 그리고 미국이 군사비를 그 기간에 4배로 늘려서 본격적인 대소(對蘇) 군비 경쟁을 합니다. 그 결과로 40년 뒤에 소련 등이 무너져요. 우리가 유엔군과 손잡고 버텼기 때문에 공산 체제가 무너진 위대한 전쟁입니다. 그 전쟁을 기리는 조형물이 광화문광장에 들어서니까 광화문광장 전체가 사는 거예요. 대한민국 광장이 되는 겁니다. 정원오 후보가 오버액션을 하는데, 그러면 정 후보의 이념을 묻지 않을 수가 없는데, 이분이 전대협 선전부장 출신이잖아요. 전대협이 뭡니까? 전대협이 지향하는 게 뭡니까? 흔히 주체사상이라고 그러잖아요.
본투표 이틀 전 나는 YTN 라디오 ‘장성철의 뉴스명당’에 나가서 진행자가 “대표님, 마지막 질문입니다. 대표님 마음속에 이 사람은 당선됐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생각하는 분 있어요?”라고 물었을 때도 이렇게 답했다.
“오세훈 시장이에요. 광화문 근처에서 오래 살다 보니까 서울이 정말 자랑스럽고 편하고요, 한 10년 동안 오세훈 시장이 그래도 무리 없이 관리를 해 온 점을 인정하려고 합니다. 그분이 착한 사람이더라고요.”
투표 하루 전 오마이뉴스 TV에 나가서도 “오세훈 후보의 저력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오세훈 후보를 뒷받침하고 있는 ‘맨정신 보수’가 많은 점을 볼 때 막판에 가면 상당히 좁혀지든지 역전승도 가능하다고 봐요”라고 했다.
스타벅스 불매운동
나는 ‘감사의 정원’ 논란과 ‘스타벅스 불매운동’이 서울의 보수 중도층을 격분시켜 오세훈 후보의 역전승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했다.
뉴시스는 지난 5월 하순 “보수 논객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가 최근 행정안전부를 비롯해 정부 부처에서 스타벅스 불매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대해 ‘일부의 잘못을 회사 전체의 잘못으로 몰아 가는 건 전형적인 인종주의적 차별 선동’이라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이 통신사는 “조 대표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국가의 이름으로 특정 사기업을 대상으로 불매운동을 벌인 예는 1933년 나치 독일의 유대인 상점 불매운동이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고 보도했다.
본투표 이틀 전인 지난 6월 1일 위키트리는 “보수 논객 조갑제 대표가 6·3 서울시장 선거 막판 변수로 ‘스타벅스 불매운동’에 대한 서울 유권자들의 반응을 꼽았다”고 전했다.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서울 중산층과 젊은 층이 정부의 불매운동 기조에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가 막판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취지라고 했다.
조 대표는 전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번 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서울과 부산 북구갑을 들며 “오세훈 후보가 다소 뒤처진 상태에서 깜깜이 시기로 들어갔다”며 “역전 가능성은 서울만의 특수성과 연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가 주목한 특수성은 스타벅스 불매운동이었다. (중략)
조 대표는 “서울에는 스타벅스 매장이 약 600개에 달하며 인구 대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도시로 평가된다”며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도시 중산층과 젊은 층이 정부 주도의 불매운동에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가 막판 표심에 의외의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밝혔다.
위키트리는 “조 대표의 발언은 서울시장 선거 막판 판세를 단순한 정당 대결이 아니라 생활문화와 자유 감수성의 문제로 해석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내가 사안을 이념적으로 분석했다는 이야기다.
한동훈 개소식 풍경
나는 지난 5월 초순 부산 북구갑에서 바닥을 기고 있던 한동훈 후보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와 달라는 부탁이었다. 대구보다 부산 출마를 권했던 나는 승낙했다.
5월 10일 오후 개소식이 열린 구포역 근처 빌딩 주변엔 엄청난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겨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는데 식장은 벌써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누가 소동을 일으키면 인명 사고가 날까 겁이 날 정도의 밀집이었다.
나는 의례적인 개소식 행사를 예상하여 여러 명의 저명 인사들이 축사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한동훈 후보가 사회자가 되어 현지 사람들을 소개하면서 질문하고 대답하는 방식이었다. 행동이 직선적인 부산 사람들답게 마이크를 잡은 이들은 짤막짤막하게 몇 마디 하고 물러나 수십 명이 발언할 수 있었다. 내 차례가 되어 한 후보에게 “몇 분 정도 하면 되나요?”라고 했더니 “마음대로 하세요”라고 했다.
서울에서 내려온 축하객은 나밖에 없었다. 나는 “한동훈 후보는 특별한 사람입니다”라고 말을 시작했다.
한동훈이 특별한 이유
“첫째, 이름이 특별합니다. 한동훈(韓東勳), 대한민국의 동쪽에서 나라를 위하여 큰 공훈을 세울 사람, 한동훈입니다.
둘째, 이곳 부산 북구갑도 특별합니다.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가야-신라가 교류했던 곳입니다. 가야 왕족 출신 김유신과 신라 귀족 김춘추가 손을 잡고 정권을 장악하여 삼국통일로 나아갔던, 민족 대통합의 시발점입니다. 서울 출신 한동훈과 부산시민들이 손을 잡으면 나라의 통일과 번영과 평화를 위하여 큰일을 낼 것입니다.
셋째, 한동훈 후보는 ‘대통령 친위(親衛) 쿠데타를 진압한 여당 대표’라는 세계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친위 쿠데타는 실패하는 법이 없는데 계엄 선포 직후 집권 세력의 제2인자인 한동훈 대표가 ‘계엄은 잘못된 것,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선언, 국회로 달려간 결과로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진압되었습니다. 현대사의 결정적 순간에 결정적 행동을 하였으므로 역사적 인물이 되었습니다.
넷째, 한동훈 후보는 검사라는 직능으로 국민들에게 돈을 벌어다 주는 특별한 재주를 가진 분입니다. 법무무 장관 시절, 좌파들 반대를 무릅쓰고 론스타 사건에 대한 항소를 결단, 승소하여 약 7조원의 국부(國富) 유출을 막아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지켰습니다. 검사 시절엔 대기업의 대선 자금 수사에 참여, 대통령 선거 때마다 벌어지던 대기업 총수와 대통령 후보 사이의 검은 거래, 그 악습을 타파하여 이 나라 부정부패의 저수지를 청소하였습니다.
한국 보수는 가장 위대한 문명 건설의 챔피언으로서 세계가 알아주었는데 2024년 12월 3일 이후 무능 집단으로 전락했습니다. 억울합니다. 유능한 한동훈이 다시 한국 보수를 유능 집단으로 일으켜 세울 것입니다.
다섯째, 한동훈 후보는 부산시민들의 위대성을 알아차린 면에서 특별한 눈을 가진 인물입니다. (1979년) 부마사태와 (1985년) 2·12 총선에서 극적으로 발휘된 부산시민들의 민주 의식과 저항 정신, 화끈한 행동력과 정의감을 믿고 이곳 부산 북구갑에 승부를 걸었습니다.
여섯째, 한동훈 후보는 말과 글과 행동이 신속 정확하고 노래도 잘한다고 합니다. 노래 하면, 특히 트롯 하면 부산권 아닙니까?
일곱째,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한동훈은 용감한 사람입니다. 부산 사람들이 욱하는 성격으로, 일어나면 역사가 바뀝니다. 4·19가 여기서 시작되었고, 부마사태, 2·12 총선, (1987년) 6·18 대시위가 여기서 일어나 정권을 뒤엎거나 민주화의 길을 열었습니다. 불의를 보면 동향 사람들도 봐주지 않습니다. 용감한 사람들이 오늘 여기 모였습니다. 또다시 역사를 바꿀 것입니다. 부산 사람들을 알아준 한동훈을 부산이 알아줄 것입니다.”
‘행동하는 다수의 역전승’ 예언
지난 6월 5일 오후 한동훈 의원이 당선 후 국회에 처음으로 출근, 본회의장에서 인사하고 나온 뒤 나에게 전화를 걸어 왔다. 마침 그의 등원(登院)을 소개하는 영상을 찍고 있을 때였다. 그와의 대화는 늘 짧다.
“감사했습니다.”
“벌써 기자들은 복당(復黨) 운운하던데. 이젠 좀 쉬세요.”
“서두를 생각 없습니다.”
나도 “그쪽에 맡겨 놓고 이젠 보수 재건 어젠다 만들어 주세요”라고 했다. 그런데 그는 쉬고 있을 사람이 아니다. 그 주말에도 선관위 개혁 법안 1, 2, 3호를 발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2월 8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된 한동훈 토크콘서트는 ‘국가 중심 세력’이란 명사를 만들어 냈다. 그는 ‘행동하는 다수(多數)’란 개념도 소개했다. 미국 닉슨 대통령이 유명하게 만든 ‘침묵하는 다수(silent majority)’에 대응하는 말이다. 한국 사회엔 약 70%의 ‘행동하는 중심 세력(vital center)’이 있는데 이들은 헌법·사실·상식을 존중하는 이들로서 보수·중도·진보에 걸쳐 있다. 중심세력론은, 이들을 행동하는 다수로 조직화하여 극좌·극우를 양쪽 끝으로 밀어 내고 정치의 중원(中原)을 차지, 나라의 중심을 잡자는 전략이다.
그는 이번 부산 북구갑 선거를 이 개념으로 정리하여 ‘일타쌍피’라고 이름 붙였다. 장동혁 대표가 미는 박민식, 이재명 정권이 미는 하정우를 동시에 제치고 당선되면 정국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잠실 집회는 그의 이런 대전략을 피력한 무대였다.
한동훈씨는 잠실 집회 날 몇 가지 명사를 만들었다. ‘헌법·사실·상식 존중 세력’ ‘국가 중심 세력’ ‘행동하는 다수의 역전승’ 등. 이 명사들이 국민들 입에 회자(膾炙)되기 시작하면 힘이 생긴다. 그는 짤막한 연설을 했다.
“공소취소도 탄핵 사유”
“계엄 옹호나 윤어게인 같은 극단주의자들이 주류가 아닌 양끝에 있는 것은 위험하지가 않습니다. 그러나 그 극단주의자들이 지금 중심을 차지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건 대단히 위험한 퇴행(退行)입니다. 이 퇴행을 막고 사회를 정상화시킬, 그리고 다시 번영과 정의의 길을 갈 단 한 가지의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행동하는 다수가 중심 세력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극단주의자들에게 제자리를 찾아 주는 것입니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선거 후 한동훈 의원은 가는 곳마다 개선장군처럼 기자들을 몰고 다닌다. 이게 그의 힘이다. 국힘 의원 다 모은 것보다 더 큰 영향력이라 할 것이다. 지난 6월 11일 의사당 앞에서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그는 이재명 정권의 공소(公訴)취소 움직임에 대하여 으스스한 경고를 날렸다.
“계엄이 탄핵 사유였죠. 그런데 똑같이 공소취소도 탄핵 사유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 머릿수 믿고 저러는 것 같은데요, 기억하시겠지만 제가 법무부 장관 당시에 체포동의안을 냈는데 민주당에서 무더기로 이탈 표가 나와서 통과됐습니다.
정청래 대표 말처럼 정권은 유한합니다. 대놓고 총대 멜 사람 없으니까 법무부에서 뻔히 이재명 편 들어 줄 사람들만 골라서 위원회 만들고 그 뒤에 숨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 계엄 수사에서, 스치기만 해도 다 불려 가고 구속영장 치고 그러지 않습니까? 그게 그분들의 미래입니다. 거기서 공소취소에 숟가락 얹어서 한자리 해 보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경고합니다. ‘후회할 일 만들지 말라’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는 장동혁 대표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결국은 보수는 재건돼야 하고 그 걸림돌로 작용해 온 것이 장동혁 대표입니다. ‘이제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한다’고 저는 생각해요. 큰 장강(長江)의 흐름이 있어요. 그걸 되돌리려고 하더라도 그런 시도가 성공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한 기자가 “장 대표는 지금 선관위 투표용지 사태에 당력(黨力)이나 국회의 역할이 집중돼야 한다는 말을 한다”고 하니 한 의원은 “그분이 없으면 더 집중됐을 거예요”라고 끊었다.
“그분이 있으니까 제대로 이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는 겁니다. 자기의 연명(延命)을 위해서 부정선거 음모론에까지 올라타서 피켓 들고 그렇게 하는 것은 이 사태를 미래 지향적으로 풀고 청년과 국민들의 분노를 제대로 담아 내는 길이 될 수가 없는 것이죠.”
정치 천재
놀라운 예언이고 전략이고 일관성이었다. 지난 2월 잠실에서 던졌던 비전이 부산 북구갑 승리를 거쳐 대한민국 국회에서 실천되고 있다. 극우·극좌를 동시에 치면 중원이 열리고, 헌법·사실·상식을 존중하는, 행동하는 다수가 역전승을 이뤄 이곳을 차지한다. 그리하여 보수는 문명 건설의 챔피언 자리를 되찾는다. 이런 꿈이 넉 달 만에 현실성을 갖도록 한 점에서 한동훈 의원은 드물게 보는 ‘정치 천재’이다.
그는 이번 선거를 통하여 대전략을 구현할 수 있는 전술과 조직과 품성을 갖추었다. 1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엄청난 팬덤은 물론이고 논리적 말과 글로 지식인 층에서 넓은 지지를 받는다. 연초부터 서문시장·구포시장·경동시장 등을 돈 것은 시장의 생리와 원리를 선거운동에 도입하려는 독창적 전술이었다. 선거와 시장의 공통점이 공정한 경쟁과 좋은 상품으로 사람을 모으는 데 있음을 간파한 한동훈과, “왜 외지인(外地人) 몰고 다니느냐”는 반(反)시장적 비판을 한 중진 의원의 차이는 크다. 노점상 장애인과 어린이들의 지지까지 끌어낸 그의 ‘사람 장사’는 연극이라고 해도 좋다.
한 기자가 레이건 대통령에게 “어떻게 배우가 대통령이 될 수 있습니까”라고 하니 레이건은 즉시 “아니, 어떻게 대통령이 배우가 안 될 수 있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선거는 지상 최대의 쇼이고 정치는 최고 수준의 연극인데, 한동훈은 배역을 성공적으로 연기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선거 기간에 한 번도 그의 당선을 의심한 적이 없다. ‘한동훈이 하면 된다’는 믿음이 쌓였던 것이다.
그는 이재명 공소취소를 밀어붙이면 탄핵운동을 지휘하겠다는 야망을 선포한 상태이다. 이 대결에서 한동훈이 국민저항운동의 지휘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런 국면에선 그를 정치적으로 죽이려 했던 세력도 그 밑으로 들어올지 모른다.
“상식적 보수가 캐스팅 보트”
나는 지난 5월 22일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선거 흐름을 이렇게 요약했다.
1. 상식적 보수(commonsense conservative)가 이번 선거의 캐스팅 보트: 선별 투표를 하여 민주당 정권과 장동혁 세력을 반대하고 한동훈·오세훈 등 합리적 보수를 밀 것이다.
2. 막판 보수 결집 가능성: 민주당 정권의 이재명 사건 공소취소 움직임과 부동산 정책 부작용에 반발한 상식적 보수가 극우와 함께 반(反)민주당으로 결집할 가능성이 있다.
3. +4%p: 현재 발표되는 여론조사에서 국힘 후보 지지율은 저평가되어 있을 가능성. 작년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후보의 실제 득표율은 출구조사보다 4%p 낮았다. 그전 대선에선 출구조사와 실제 득표율의 차이가 0.16~1.63%p 범위로 정확했다.
4. 두 가지 흐름: 선거의 주제가 윤석열 추종 세력인 장동혁 그룹 심판(보수 재건)에서 출발, 최근엔 이재명 정권 견제 흐름이 더해졌다. 3대 승부처는 서울, 부산 북구갑, 대구시장.
5. 한동훈과 동남풍: 한동훈 전 국힘 대표가 무소속으로 부산 북구갑에 출마한 것이 상식 보수층을 활성화시켜 경상도뿐 아니라 전국적 영향을 끼치고, 이 흐름이 보수층의 투표율을 높일 것이다. 한동훈이 당선되면 보수 재건의 기수(旗手)로 나설 것이고 유력한 대통령감으로 급부상할 것이다.
6. 장동혁 문제: 언론에 보도될수록 상식 보수와 중도층의 거부감을 자극, 국힘 후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실상 민주당 도우미 역할을 하는 중.
한국에는 ‘침묵하는 다수’가 없다!
7. 북핵과 안보 및 이란 전쟁은 선거 쟁점이 되지 않고 있다. 자주국방 의지가 없는 보수 정당이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8. 행동하는 중심 세력의 건재: 한국엔 보수, 진보, 중도를 뛰어넘어 헌법·사실·상식을 존중하는 역동적 국가 중심 세력이 약 70%를 차지한다. 이들이 침묵하는 다수로 머물지 않고 행동함으로써 한국의 민주주의는 독재와 선동을 극복하고 나라의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
9.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는 80년이 아니라 영국과 미국의 모델을 수입한 경우로서, 1215년 <마그나 카르타>까지 거슬러 오르는 배경을 갖고 있어 뿌리가 깊다. 1948년 이후 정변(政變)이 많았고 피도 흘렸으나, 세 가지 ‘자유의 나무’를 키워 내는 데 성공했다. 언론의 자유, 선거의 자유, 사유(私有)재산권의 자유. 한국에서도 “자유는 피를 마시면서 자라는 나무다.”(제퍼슨)
10. 한국은 아시아에서 공산당과 권위주의 정권을 상대로 싸워 민주주의를 지켜 낸 유일한 나라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그런 저력이 나타날 것이다. 다만 보수층을 파고든 부정선거 음모론 때문에 국힘당은 미국의 공화당처럼 극우 컬트그룹화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인은 부정선거 음모론자인 대통령을 감옥에 보냈고, 미국인들은 백악관에 다시 보낸 점에서 차이가 크다.
김문수가 국힘 대표 됐다면…
본투표 2일 전 나는 ‘조갑제닷컴’에 이번 선거의 의미를 요약했다. 개표 결과와 맞는지 사후(事後) 평가를 받기 위한 답안지 작성이었다.
이번 지방선거는 장동혁 극우파의 패배, 이재명 민주당의 상처 입은 승리, 한동훈 보수 재건파의 소생으로 정리될 것 같다.
1. 기본 구도는 민주당과 ‘민주당 2중대’의 대결이었다. 민주당과 ‘민주당의 전략적 자산’이라고 평가되는 장동혁 당권파의 싸움이니 승패는 결정되어 있었다.
2. 만약 작년 국힘 전당대회에서 김문수(金文洙) 전 대선 후보가 당대표가 되어 윤어게인 노선을 청산하고 선거에 임했더라면 16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7~8곳에서 이길 수 있었다. 영남권 5곳에 강원과 충북을 보태고 서울에서도 이기는 것은 자연스러웠다.
3. 장동혁이 윤어게인 노선을 고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함으로써 당 지지율이 17%까지 떨어진 상태에서 선거전에 돌입했으니 곳곳에서 장동혁 기피 현상이 벌어졌다. 김문수, 박근혜, 이명박(李明博)이 구원투수로 등판했으나 판을 바꿀 수는 없었다.
4. 다만 장동혁뿐 아니라 이재명을 싫어하는 합리적 보수층이 막판에 보수 후보들을 상대로 선별 투표하려는 경향을 보이면서 지지율 격차가 좁혀졌다.
5. 이재명 공소취소 소동과 스타벅스 불매운동이 합리적 보수와 중도층의 반발을 산 부분이 투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6. 부산시장·경남지사·울산시장 선거에서 국힘이 진다면 이는 순전히 장동혁 개인 책임이다. 그가 한동훈 죽이기에 나섬으로써 부울경을 묶는 ‘동남풍’ 형성을 방해한 것이 패인(敗因)으로 지적될 것이다.
7. 장동혁은 부산 북구갑에서 국힘 후보 당선이 아니라 사실상 한동훈 낙선에 목표를 두었다. 전·현직 대통령, 즉 한국의 최고 권력이 다 모인 전투에서 한동훈이 당선되면 그는 보수의 챔피언으로 등극, 보수 재건과 극우 배제를 지휘할 힘을 갖게 된다. 한동훈을 정치적으로 죽이려 했던 장동혁도 대가를 치를 것이다.
8. 이재명 정권의 반(反)헌법적 폭주는 민주당 2중대 같은 장동혁 국힘당의 방조(傍助)가 있어 가능했다. 한동훈의 무대 복귀는 보수 재건으로 새의 양 날개를 복원, 한국 정치를 정상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나는 결론적으로 이번 선거가 ‘극우 심판, 정권 견제, 보수 재건’의 세 메시지를 낼 것이라고 내다본 것이다.
‘勳勳한 동행’
지난 6월 4일 아침 나는 1985년 2월 13일 아침 《조선일보》를 펼쳤을 때의 충격과 비슷한 전율을 느꼈다. <신민, 제1야당으로… 대도시 거의 압도… 민한 침몰>이란 1면 머리기사는 세상이 바뀌었음을 외치고 있었다. 2·12 총선 이변의 진원지는 부산이었다. 12명의 의원을 뽑았는데 그들 가운데 집권 민정당 당선자는 3명!
이번 부산 북구갑에서 2·12 총선의 충격이 재현될 것이란 나의 예상은 적중했다. 6월 5일자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는 <與의 독주, 野의 무능… 모두 심판한 민심>이었다
국힘의 운명: 달걀은 스스로 깨면 병아리가 되고 다른 사람이 깨면 프라이(fry)가 된다. 국힘이 스스로 개혁하면 죽었다가 깨어날 것이고, 변화를 거부하고 외부의 개입을 부르면 프라이처럼 먹힐 것이다. 특히 다음 총선 때 식민지 관료형, 음모론 비호자, 한동훈 핍박자, 윤어게인 의원들은 공천에서 배제되어 정치 무대에서 사라질 것이다. 오늘 이들이 하고 있는 행동을 주시하면서 적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훈훈(勳勳)한 동행: 한동훈 의원과 오세훈 시장은 다른 점이 많지만 유능하다는 점에서 같다. 두 사람은 윤석열 계엄과 부정선거 음모론에 반대하면서 장동혁 그룹과 선을 그었다. 한동훈은 직선적이고 공격적이며 오세훈은 부드럽고 노련하다. 오세훈 시장은 2022년 5월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당시 법무장관으로 지명되었던 한동훈에 대하여 극찬했다.
“그분이 ‘법과 상식에 기초하여 진영을 가리지 않고 나쁜 놈들 많이 잡아넣겠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감탄했습니다.”
보수 재건의 기수는 많을수록 좋다. 부정선거 음모론자 황교안(黃敎安)과의 야합을 거부하고 깨끗하게 당선되어 조국 전 법무장관을 몰락시킨 경기 평택을 국힘당 유의동(兪義東) 의원(4선)도 있다. 김영삼(金泳三)과 김대중(金大中)은 서로 경쟁·협력하고, 공격을 같이 막아 내면서 민주화운동을 이끌었다.
국민들이 선거를 잘했다. 이번 6·3 지방선거는 유능 보수가 ‘대한민국 문명 건설 세력’의 맥을 다시 잇게 만든 위대한 결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