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 오래 전 6일전쟁(1967년 이스라엘과 이집트 사이의 전쟁)에 관한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눈에 띄는 장면이 있었다. 이츠하크 라빈, 에제르 바이츠만, 아리엘 샤론 같은 방송이나 신문에서 흔히 보던 이스라엘 정치인들의 젊은 시절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훗날 이스라엘의 수상이나 국방장관을 할 사람들이었지만 1967년 당시에는 군인 신분으로 전쟁에 참전하여 싸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기갑사단장으로 전쟁을 지휘하던 아리엘 샤론의 젊은 시절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스라엘답다(?)는 생각을 했었다. 저렇게 전쟁터에서 목숨 걸고 싸운 군인들이 나중에 국방장관도 하고 수상도 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고 생각했고 또 오히려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현 트럼프 정권의 밴스(J. D. Vance) 부통령은 2003년부터 2007년까지 해병대에서 복무했고 2005년에는 약 6개월 동안 이라크에 파병된 전력이 있다. 헤그세스(Pete Hegseth) 국방장관 역시 전투 경험이 있는 참전 용사(combat veteran)이며 상당히 탄탄한 군 복무 경력을 자랑한다. 명문 프린스턴 대학을 졸업하고 군에 입대하여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관타나모에서 근무하였으며 공로 훈장도 2회나 수상했다. 비록 사관학교 출신은 아니지만 이러한 이력이 국방장관으로서의 권위를 높여준다고 보여진다.
이스라엘이나 미국처럼 한국도 어느 나라보다도 국방의 의무가 신성시되는 나라다. 여전한 휴전 상태에서 분명히 존재하는 적과 대치하고 있는 한국은 미국이나 이스라엘 이상으로 지도층 인사들에게 합당한 수준의 군복무 경력을 요구한다. 헌법상 대통령은 40세 이상, 대한민국 국적, 5년 이상 국내 거주 요건만 채우면 할 수 있으니 법적으로는 군 면제자도 대통령이나 국방장관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그러나 그런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일 수 있겠나. 군 복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사람이 대통령도 하고 국방장관도 한다면 그런 나라는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고 그런 사람을 용납하는 그 나라 국민의 호국 의지도 의심받게 될 것이다.
우리는 전쟁(6·25) 중임에도 군대 안 가고 숨어 있던 사람을 두 명이나 대통령으로 뽑았고, 군 면제 대통령도 벌써 세 명이나 뽑았다. 그리고 이제 군 면제 대통령 치하에서 건국 이래 처음으로 방위병 출신 국방장관을 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문민정부 때 소장(小將) 출신 국방장관도 말이 많았는데 '투-스타'는 고사하고 그나마 현역 병장 출신도 아니고 방위병 출신을, 그것도 탈영(脫營) 의혹까지 있는 사람을…. 전과4범의 범죄자이면서 군 면제받은 대통령에 탈영 전과가 있는 방위병 출신 국방장관…환상적인 조합이다. 일부러 만들려고 해도 이런 조합 만들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명예를 목숨처럼 여기는 군 지휘관들이 이런 상황을 얼마나 모욕적으로 느끼고 있을지 짐작하고도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