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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칼럼
배경옥 씨의 비극과 김형욱 월명(회원)  |  2019-02-12
조갑제TV를 통하여 배경옥 선생의 인터뷰를 시청했다. 잘 아는 지인이 이 인터뷰를 먼저 시청한 후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시청해 보라고 권유했다. 해방 후 한반도에서 일어난 수많은 비극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비교적 가까운 과거에 일어난 일이고 당사자가 살아서 증언을 하니 분단의 비극을 더욱 실감할 수 있었다.
  
  우리 세대의 대부분이 모두 알고 있는 사건이지만 이수근 씨는 순전히 자유를 찾아 월남한 북한의 지식인이었다. 그러나 그는 자유 대신에 대한민국에서 특수 신분으로 살아야 했다. 적어도 그에게는 자신이 기대했던 자유가 주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제 3국행을 실행하다가 김형욱의 덫에 걸려 희생되고 말았다.
  
  이 유튜브에 달린 대부분의 댓글들은 이미 80이 된 배경옥씨의 일생에 대해 자신이 당한 것처럼 가슴을 아파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한편으로는 김형욱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김형욱의 악행은 이미 잘 알려진 일이지만 그중에서도 그가 미국으로 도망하여 정부의 약점과 중정부장을 지내면서 습득한 국가 기밀을 가지고 정부를 상대로 돈을 뜯어내려고 흥정하던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그 당시 한국은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보부장까지 지냈다는 김형욱은 대한민국의 안위에 관심도 없었다. 오직 돈 뜯어내는 일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다. 미국의 좌익 하원의원이었던 프레이저와 손을 잡고 한국 정부를 끈질기게도 괴롭히다가 어느 날 사라지고 말았다. 자신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들도 편히 살지 못하고 비극적인 생을 마감하였다.
  
  김형욱이 중정부장을 하며 진짜 간첩을 잡는 일도 있었지만 간첩 사건을 조작하거나 생 사람을 잡아 간첩으로 만들었던 일도 있다. 이수근 씨와 그의 처조카인 배경옥 씨도 그들 중의 한 사람이다. 진짜 간첩은 잡아서 처벌해야 하지만 엉뚱한 사람에게 간첩 누명을 씌워 희생시키는 일들을 자주 저지르다 보니 진짜 간첩들까지도 사건이 조작된 것이라는 떼를 쓰는 부작용이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한국 사회에는 아직도 김형욱 같은 사람이 의외로 많다. 아마 모씨가 그 당시의 중앙정보부장 자리에 있었다면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간첩 누명을 쓰고 사형을 당했을 것이다. 나는 천재이고 천재가 간첩이라는데 무슨 이론이 있냐며, 이론을 제기하면 '너도 간첩이다'라며 남산에 데려가 고문을 했을 것이다. 수많은 탈북자들이 간첩 누명을 쓰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을 것은 불문가지다.
  
  상식'을 영어로 common sense라고 한다. 상식이란 보통 사람들이 공유하는 가장 기초적인 인지 능력이며 기초적인 이해력이며 판단 능력이다. 상식도 없는 인간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는 것이 천재론이다. 균형 감각을 잃은 선량한 사람들을 미혹하는데 유용한 용어다. 특히 천재라면 사족을 못쓰는 한국의 풍토에서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배경옥씨의 인터뷰로 돌아가 그의 생애를 되돌아 보니 너무도 억울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50년의 세월이 지나 명예를 찾았지만 그것이 그에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가장 소중한 가정이 몰락했고 인생의 가운데 토막과 같은 청춘과 장년의 세월은 되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의 남은 여생에 평안이 깃들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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