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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속 드러나는 FAA의 보잉 737 맥스 승인 과정의 문제점 ‘센서 한 개의 오작동으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비행기는 드물어’ 金永男(조갑제닷컴)  |  2019-03-20

미국 항공 안전 규제 당국이 보잉 737 맥스 8 기종의 운항을 허가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자동 실속 방지 시스템’에 대한 적법한 검증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미 행정부와 상하원 의원들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미 법무부와 교통부는 지난 5개월 사이에 두 건의 사고가 발생한 보잉 737 맥스 8 기종이 어떻게 개발되고 어떤 운항 허가 절차를 거쳤는지 조사하고 있다. 교통부는 미 연방항공청(FAA)이 맥스 8 운항 심사 중 모든 과정을 거치지 않고 운항을 빠르게 허가하기 위해 일부 과정을 건너뛴 것은 아닌지에 대해 알아보고 있다.

미국의 상하원 의원들도 실속 방지 시스템을 포함한 안전 관련 사항들에 대한 조사를 위해 다음달부터 FAA 관계자들을 의회에 출석시켜 조사할 계획이다. 이 시스템이 새로운 맥스 8 기종부터 도입됐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조종사 훈련이나 매뉴얼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에 초점을 둘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FAA가 승인을 내리는 과정에서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조종특성향상시스템(MCAS)에 대한 별다른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보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보잉은 지난 2017년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737 맥스 8에서 조종특성향상시스템(MCAS)를 새롭게 도입했다. 이 시스템을 쉽게 설명하면 기수(機首)가 너무 높은 각도로 향할 경우 비행기 꼬리 부분에 있는 안전 장치(stabilizer)가 작동해 꼬리를 위로 올라가게 한다. 꼬리를 올려 기수를 낮추는 방식이다. 비행기의 고도가 너무 높게 향하면 실속(失速)하게 돼 이를 방지하는 작업을 자동으로 하도록 한 기술인 것이다. 

뉴욕타임스 등 언론 보도에 따르면 FAA는 보잉 737 맥스 승인 과정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등에 대해서는 면밀한 조사를 실시했으나 새로운 MCAS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한다. 새로 도입된 핵심 기술 등에 대해서는 안전성을 평가해야 한다는 추가 조사 규정이 있는데 MCAS를 그렇게 큰 변화로 보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뉴욕타임스는 소식통을 인용, MCAS는 기존에 있던 비행 통제 소프트웨어 중 하나처럼 다뤄졌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FAA는 이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았고 조종사들에게 추가 훈련을 할 것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실제로 대다수의 조종사들은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라이온에어 여객기 추락 사고가 발생했을 때까지 새로 도입된 기술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한다.

또 하나의 문제가 되는 것은 비행기 앞쪽에서 고도와 속도 등을 측정하는 받음각(angle-of-attack) 센서이다. 라이온에어 사고의 경우 앞에 달려 있던 두 개의 센서 중 하나가 잘못된 신호를 보내와 자동 실속 방지 시스템이 오작동한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보잉과 FAA가 센서 한 개의 오작동으로 비행기에 문제가 발생하도록 놔둔 것인데, 이는 항공업계에선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맥스 8 운항 승인은 FAA가 검증 규정을 새롭게 바꾼 뒤 이뤄진 거의 첫 번째 사례라는 것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 FAA는 지난 2005년 항공기 제작사가 검증 과정에 더욱 많이 참여하도록 자체 규정을 바꿨다. 예를 들어 보잉 직원이 FAA의 운항 적법성 검증 절차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이 같은 조치는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최대한 받아 검증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서였다. 해외에 있는 라이벌 회사와 경쟁하는 과정에서 검증 및 규제 절차가 너무 복잡한 것으로 인한 시간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현재 미 교통부와 연방검찰, 상하원의원들은 FAA와 보잉의 유착 관계를 조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FAA와 보잉의 관계가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보도도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012년 교통부 내사 결과 FAA가 보잉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대해 항상 협조적이지만은 않았고 “보잉 관계자들과 너무 가까운 관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전했다. 2015년 조사에서는 “FAA가 핵심 기술에 대한 안전에 집중하기보다는 문서로 된 보고 내용에 치중하고 있다는 우려가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나온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삼성전자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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