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이재정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비난하면서 “태극기 극우세력과 토착왜구(土着倭寇) 옹호세력의 대변인 노릇을 한다”고 비난했다. 황교안 대표가 장외 집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의 대변인 노릇만 하고 다닌다”며 비난한 데 대해 맞불을 놓은 것으로 보인다.
이재정의 “토착왜구 옹호세력”이란 공격은 명분이나 이치에 맞지 않는 망언(妄言)이다. 자칫 잘못하면 대통령 영부인과 딸 문다혜에게로 불똥이 튈 수도 있다. 신중하지 못한 말장난이요, 서투른 불장난이다. 아주 위험한 모험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들게도 한다. 이재정이 주장한 ‘토착왜구(土着倭寇)’의 뜻은 한마디로 ‘나라를 좀먹고 백성을 병들게 하는 인종(人種)’이다[1910, 대한매일신보 보도 ‘토왜천지(土倭天地)’ 인용]. ‘한국인이면서도 일본을 찬양하고 일본 우익의 주장을 따르는 현대판 반민족, 매국노들’을 말하기도 한다. 오늘의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이재정 대변인에게 묻는다. 이 시대에‘ 나라를 좀먹고 백성을 병들게 하는 인종’은 어느 부류들인가?
이재정 대변인이 읽었어야 할 칼럼이 있다. 조선일보 정권현 논설위원이 소개한, 일본 산케이(産經) 신문 서울특파원을 지낸 구로다 가쓰히로(黑田勝弘) 기자의 칼럼이다.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는 일본 전통 다도(茶道)의 맥을 잇는 우라센케(裏千家)의 다도교실에 열심히 다녔고, 딸 다혜 씨는 일본 고쿠시칸(國士館) 대학 21세기아시아학부를 졸업했다. 이런 것을 보면 문 대통령의 가정은 의외로 친일적(?)인지도 모르겠다. 일반 국민과 마찬가지로 일본을 즐기고 있는데 문 대통령만 반일적이다.>
구로다 가쓰히로 기자의 칼럼이 사실이라면 김정숙 여사는 일본 전통 다도를 배우며 일본문화를 습득하려고 노력했고 딸 다혜 씨는 일본 우익인사들이 설립한 고쿠시칸(國士館) 대학에서 조선과 중국을 침략한 일본의 대륙 침략 역사와 문화를 공부했다. 특히 고쿠시칸 대학은 대륙침략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결사체 현양사(玄洋社) 인맥이 크게 영향력을 미친 대학이다. 이런 대학에서 공부했다면 친일(親日)이나 지일(知日), 어느 한쪽임은 분명해 보인다.
일본과 선린우호(善隣友好)를 위한 민간단체와 한일의원연맹(韓日議員聯盟) 등을 ‘일진회’ 취급하거나 친일파로 매도하는 것은 세계화, 국제화 시대에 있어 시대착오적인 작태요, 수구반동적 운동권 사고일 뿐이다. 토착왜구 세력으로 분류하는 것은 더더욱 있을 수 없다. 이재정 대변인은 그래서 망언을 한 것이다.
‘토착왜구(土着倭寇)’의 유래는 확실하게 나온 것이 없다 ‘정암사고’에 처음으로 ‘토왜(土倭)’를 썼다는 주장도 있고 1910년 대한매일신보에 ‘토왜천지(土倭天地)’란 칼럼도 있다. 근자에는 역사를 공부하는 정우용이 ‘토착왜구’를 퍼뜨리고도 있다. ‘토착(土着)’은 ‘그 땅에서 대대로 살고 있음’이요, ‘왜구(倭寇)’는 ‘13~16세기에 걸쳐 한반도와 중국 해안에서 약탈하던 일본인 해적(海敵)들의 총칭(總稱)’이다. 조상 대대로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왜구는 없다. 왜구들은 주로 한반도 남쪽 해안에 출몰했다.
오랑캐는 두만강과 압록강 국경지대에 살던 족속(族屬)들을 미개한 민족이란 뜻으로 멸시하여 이르던 말이다. 그래서 남쪽에는 왜구, 북쪽에는 오랑캐가 우리를 괴롭혔다. 특히 일제 36년의 식민통치에 시달린 우리는 일본인들을 ‘왜구’ 또는 ‘일본놈’, ‘쪽바리’라 부르며 얕잡아 왔다. 우리를 괴롭힌 ‘왜구’와 ‘오랑캐’ 두 무리가 있는데도 유독 ‘왜구’에 대해서만 적개심을 불태우는 것은 국내 정치세력들의 편 가르기와 편의주의가 가지고 온 결과라는 지적도 있다.
왜구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을 내국인들에게로 방향을 바꾸어 공격하고 비난하는 것은 버리고 가야 할 유산이다, 일부 분파분자들이 주장하는 친일세력은 거의 사라졌다. 원수로서의 일본에 대해 친일한 세력은 이 시대에는 없다. 아직도 친일세력 옹호 운운하는 것은 지나친 말장난이요, 유치한 언어유희에 불과하다. 특정 정당의 대변인은 대변인다워야 한다. 대변인의 말은 소속단체나 정당의 입장이다. 팩트가 정확해야 하고 촌철살인의 확실함이 있어야 한다. 정곡을 찔러야 한다. 얼치기 미사여구나 운동권적 말장난은 대변인의 격을 떨어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