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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은 왜 아직도 안 무너졌나?’ “親마두로 軍部에 대한 사면과 신분보장 약속이 쉽지 않기 때문” 金永男(조갑제닷컴)  |  2019-06-12

미국의 대표적인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최신호에 ‘베네수엘라 정권은 왜 아직도 붕괴되지 않았나?’라는 제하의 논문이 실렸다. 미국 유타 대학교에서 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로라 감보아 구티헤레즈 씨가 쓴 글이다. 이 논문은 4월에 있었던 봉기를 통해 마두로를 축출하지 못한 야당은 동력을 잃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마두로를 축출하기 위해서는 마두로측 핵심인사들이 등을 돌리도록 해야 하는데 이들과 야당 사이의 신뢰부족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두로 권력 핵심인사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사면(赦免)을 비롯한 확실한 안전 보장 조치가 있어야 하는데 야당이 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티헤레즈 교수는 2002년 차베스에 대한 쿠데타 당시에도 야당이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마두로 측근들이 이번에도 신뢰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쿠티헤레즈 교수는 이 논문을 통해 여러 흥미로운 분석을 내놨는데 관련 논문을 全文 번역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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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30일 아침, 베네수엘라의 야당 지도자인 후안 과이도와 레오폴도 로페즈는 수도 카라카스에 위치한 군사기지에 모여 군인들과 국민들을 향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축출을 위한 마지막 단계에 돌입하자고 했다. 야당 지도자들은 과거에도 국민들을 향해 마두로 정권에 대항할 것을 촉구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군사기지 앞에서 이런 주장을 했기 때문에 과거와는 달리 현상황을 완전히 바꾸는 일이 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날 오후에 들어 로페즈와 그의 가족은 스페인 대사관으로 찾아가 망명 신청을 했고 과이도 역시 몇 시간 동안 잠적했다. 봉기를 일으키려 한 계획이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어떤 일이 있었는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1월부터 마두로의 대통령직 권한에 정면으로 대응한 과이도가 마두로를 축출시키기 위한 동력을 이어가는데 실패했다고 분석한다. 또한 일부는 정부가 야당지도자들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할 것이라는 소문으로 인해 과이도와 야당측이 기존 계획을 앞당긴 것에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야당은 애초에 군부 고위급들과 봉기 일정 등을 조율했으나 이를 하루 앞당겨 시행하게 됐고 이에 따라 군부가 겁을 먹고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이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마두로를 물러나게 하고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베네수엘라 야당이 마두로가자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군대와 민간 세력의 결탁을 해체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군대가 마두로를 지원한다고 해서 아무것도 얻을 것이 없어져야만 한다. 과이도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지세력을 통해 이에 대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군대 역시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 뒤 자신들이 처벌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 베네수엘라 야당은 이런 확신을 아직까지 심어주지 못했다. 이런 확신과 보장이 없다면 베네수엘라 군대는 마두로에 등을 돌리지 않을 것이다.

독재정권에서 민주주의로 전환되는 것은 원래부터 매우 불확실한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여당연합이 분열되고 야당이 압박을 가해 마두로로 하여금 정권을 유지하는 것보다 물러나는 것이 쉬운 일이라는 점을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베네수엘라가 이와 관련해서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신호는 많다. 야당은 오랫동안 분열돼 있었고 서로 싸워왔었다. 그러나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은 1월에 자신을 임시대통령이라고 선포했다. 이후 미국과 캐나다, 남미 국가와 유럽 국가 등 많은 국가들이 과이도를 베네수엘라의 정당한 대통령으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마두로를 축출하는데 성공하기 위해서는 과이도가 군부를 그의 편으로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 과이도는 1999년부터 사망하는 2013년까지 대통령직을 지낸 우고 차베스와 같은 카리스마를 갖고 있지 않다. 마두로는 당선 당시 넘쳐나는 석유의 이익을 봤지만 과이도는 이에 따른 이익도 얻지 못하는 상황이다. 마두로는 정권을 잡은 후 국가가 재앙적인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을 보게 됐다. 올해 물가상승률은 1000만%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수십만 명의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다른 나라로 피신했다. 베네수엘라에 남아 있는 국민들은 식량과 의약품이 부족한 상황에 처해있다.

마두로의 지지율은 매우 낮으며 그는 그의 정권의 생존을 군대에 의존하고 있다. 군대는 마두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탄압하는 대가로 국영석유회사인 PDVSA에 대한 운영권을 손에 쥐었다. 군대는 이를 통해 마약 밀매와 암시장 거래 등에 나서 돈벌이를 했다. 군대의 고위급 인사들은 여전히 마두로와 한 편에 서고 싶어한다. 이렇게 이익을 보는 생활을 잃게 되기를 원하지 않으며 부패와 마약 밀매, 살인, 불법 감금, 고문 등의 행위에 대한 처벌을 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 야당은 이런 장군들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이들이 정권을 지지하는 것으로부터 받게 되는 이익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전세계적인 제재 조치가 이를 도와주고 있다. 야당은 베네수엘라 사태를 알리고 각국 정부에 대한 로비 활동을 통해 마두로에 대한 전세계적인 압박을 커지게 했다. 미국 재무부는 5월 기준, 88명의 베네수엘라인의 자금을 동결시켰다. 이중에는 마두로의 측근이자 국방장관인 블라디미르 파드리노도 포함돼 있다. 이런 조치들은 마두로 측근들에게 들어가는 물질적 이익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이들이 나중에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준다.

베네수엘라 야당은 평화로운 시위를 실시함으로써 군대가 마두로 정권을 계속 지지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최근 들어 이런 평화로운 시위가 크게 늘어났다. 2018년 10월부터 12월 사이 약 700건 일어났던 시위는 2019년 1월부터 3월 사이 6000건 이상으로 증가했다. 마두로 정권은 시위대의 의견은 묵살하고 운동가들과 야당지도자들을 억압하고 감옥에 가뒀다. 시위대를 향해 총을 발포하는 경우도 있었다. 마두로 정권의 이런 전략은 매우 쉽게 실패할 수 있다. 같은 국민들을 향해 폭력을 사용하고 싶지 않거나 훗날 인권탄압 혐의로 재판에 서기를 원하지 않는 고위 장교들이 야당 쪽으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야당은 군대가 마두로를 떠나도록 만드는 것뿐만이 아니라 이들에게 도피처를 만들어줘야 한다. 베네수엘라의 장군들은 자리에서 물러나 감옥에 들어가는 것보다 돈이 없더라도 권력을 유지하는 것을 원할 것이다. 야당은 이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포괄적인 사면(赦免) 혜택을 마련해야 한다. 사면을 해준다고 했다가 훗날 자국 내 법원이나 국제재판소에서 이를 번복하지 않는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

지금까지 이런 노력은 실패해왔다. 올해 초 베네수엘라 국회는 헌법 가치를 지키고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노력한 관료와 군인들에 대해 사면을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인권단체와 정치적 피해자들의 큰 반발을 받았다. 이에 따라 정부 관리들과 군인들은 이 법안만을 믿고는 쉽게 마두로를 버리지 못했다.

문제점 중 하나는 여당과 야당 사이의 신뢰부족이다. 군대의 초급 장교와 고급 장교 모두 마두로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싶어한다는 증거는 충분히 있다. 4월 30일 봉기 이전 야당과 정부 관리들은 물밑 접촉을 했다. 당시 야당 지도자들과 마두로에 충성하는 관리들은 어떠한 합의에 도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런 합의를 어떻게 이행해나가야 할지는 보다 복잡한 문제다. 야당은 정권 핵심인사들을 신뢰하는데 있어 오랫동안 어려움을 가져왔다. 과거 정권 핵심인사들은 그저 시간을 벌기 위해 야당과 합의를 이뤄내려 했기 때문이다. 여당 역시 여러 계파로 나뉘어 있는데 과이도는 이들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 일부 여당 세력 역시 마두로가 아닌 다른 정권을 원하고 있는데 이런 다양한 여당 세력들과 합의하는 과정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두로 정권의 핵심 관리들과 군인들은 그들이 지렛대를 잃게 되면 어떤 일이 생기게 될지 우려하고 있다. 야당이 2002년 우고 차베스를 축출하려고 한 쿠데타 당시 때처럼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차베스 정권의 핵심 인사들은 야당이 정권을 잡으면 헌법에 따라 차베스의 후임자를 결정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사업가이자 야당의 핵심 인사였던 페드로 카모나가 자신을 대통령이라고 선포해버렸다. 헌법에서 규정한 절차를 무시해버린 것이다. 카모나는 이틀 동안 정권을 잡았는데 이때 헌법을 무력화시키고 의회와 법원의 문을 닫았다. 또한 새롭게 당선된 주지사와 시장들을 탄핵했으며 차베스에 동조했던 사람들을 처벌하기 시작했다. 마두로에 충성하는 사람들은 이런 시나리오가 반복되는 것을 우려하고 잇다. 정부와 군대의 핵심인사들 역시 마두로를 배신했을 때 과연 신변보장이 된다는 약속을 신뢰할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 모든 일이 잘 풀린다면 마두로 정권은 물러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렇지 않다면 자신들이 야당과 결탁했다는 사실을 마두로 정권이 알게 되고 감옥에 갇히게 될 수도 있다.

보통 이렇게 신뢰와 관계된 문제는 제3자가 보증인, 혹은 중개자 역할을 맡으면서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중남미국가 연합은 1990년대 당시 중미(中美) 국가들이 민주주의 정부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중개자 역할을 했다. 그러나 어떤 국가나 단체가 베네수엘라 문제에 있어서 중개자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주기구(OAS)나 리마그룹(Lima Group)은 벌써부터 과이도의 임시정부를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입장을 밝히지 않은 국가들은 볼리비아나 니카라과와 같이 민주정부인지 여부가 불확실한 국가이거나 마두로를 지지하는 쪽이다.

노르웨이는 최근 마두로 정부와 야당 인사들을 초청, 대화를 실시하자고 했다. 그러나 야당은 이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야당은 2016년과 2017년에도 정부와 협상을 했던 사례가 있다. 2017년의 경우는 도미니카공화국이 주최했는데 마두로 정권이 유지되도록 하는 결과가 나왔다. 당시 합의를 통해 의미 있는 결과에 도출하지도 못했다. 야당은 오히려 투쟁해오던 동력을 잃게 됐다.

이런 사실들을 종합해보면 과이도와 그의 지지세력은 지금까지 약간의 진전을 이뤄냈을 뿐이다. 그러나 모든 것들에서 실패한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로 향하는 길은 종종 불규칙하고 비대칭적이다. 4월 봉기가 실패했다고 해서 마두로가 평생 권력을 유지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야당이 마두로 축출에 매우 근접했었다는 사실은 마두로로 하여금 노르웨이 회담에서 의미 있는 결과에 도출하도록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정권 교체는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라는 인식이 군대에 남아 있게 될 것이고 이들이 계속 마두로를 지지하도록 할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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