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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수출규제, 대한민국 반도체의 미래를 멈출 수 있다 “현재 국면에서 버틸 수 있는 건 3개월 정도…” 조샛별(조갑제닷컴)  |  2019-07-12

 일본의 수출규제를 통한 경제보복이 시작됐을 때, 필자는 ‘한국경제의 급소를 찌르는 것’으로 규정했다. 규제 대상 품목인 포토리지스트, 에칭가스, 폴리이미드는 정확히 한국 반도체를 겨냥한 것이다. 문재인 지지자들은 그럼에도 큰소리쳤다. 무역 전쟁에서는 무역 적자국이 이기게 되어있다는 단순무식한 논리, 대체 가능한 수입처가 있다는 근거 없는 주장, 우리도 반도체 수출을 차단함으로써 보복할 수 있다는 논리 등이 판을 쳤다.


  

  그러나, 현실은 이렇다. 45조 원 對(대) 1700억 원. 현재의 수출규제가 최악의 무역 전쟁으로 확대될 것을 가정해 추정한 한일 양국의 반도체산업 피해 규모다. 물론 반도체 소재 수입이 전면 중단되어 국내 반도체 생산 라인이 멈춰서는 극단적 상황을 가정한 수치지만, 우리가 처한 현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포토리지스트, 에칭가스(고순도), 플로오린 폴리이미드 3개 품목의 수출입 통계만 봐도 답이 나온다. 포토리지스트의 경우 우리나라의 일본 의존도는 91.9%에 이른다. 반면, 수출하는 일본 입장에서는 한국의 비중이 겨우 11.6%다. 미국으로의 수출 물량이 21.8%로 가장 많고, 대만(17.9%), 중국(16.7%)이 우리보다 더 큰 고객이다. 

  특히 포토리지스트 중에서도 일본은 세부 규제 항목에선 ‘1나노미터 초과 193나노미터 미만 파장의 빛에서 사용하기 최적화된 소재’로 범위를 정했다. 한국 반도체 주력인 D램 메모리 공정에서는 ‘193나노미터’의 파장을 쓴다. 낸드 플래시 생산에 필요한 소재는 ‘248나노미터’다. 반면 삼성전자가 차세대 반도체사업으로 집중하고 있는 첨단 극자외선(EUV) 공정에는 13.5나노미터 파장의 리지스트가 사용된다. 즉,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겨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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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는 ‘반도체 비전 2030’을 선포하며 시스템 반도체 강화의 일환으로 EUV 라인의 생산 확대를 발표한 바 있으며 이미 7나노 EUV 양산에 성공, 현재는 소규모 시범 생산 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소재 공급이 끊기더라도 당장은 시범 생산 라인에만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지만, 문제는 내년 1월 본격 가동될 예정인 화성의 EUV 전용 생산 라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거 짓는 돈이 인천공항 3개 짓는 비용’이라며 투자 규모를 강조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핵심성장산업 중 하나가 시스템 반도체고, 이를 이끄는 기술이 EUV”라며 “사태가 장기화해 문제가 생기면 대한민국 반도체의 미래가 멈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EUV 기술은 삼성전자 외에 중국 TSMC, 미국 인텔도 바짝 뒤쫓는 중이어서 상황이 악화할 경우 업계 ‘선두’ 자리를 경쟁업체에 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플렉서블 OLED의 필수소재인 폴리이미드도 93.7%를 일본에서 수입한다. 반면, 수출국 일본 입장에서 한국은 겨우 22.5%의 비중을 차지할 뿐이다. 중국으로의 수출이 36.3%로 1위다. 그나마 에칭가스는 한국으로의 수출 물량이 85.9%(1위)지만 액수로는 수백억 원 수준이다.


  

  일본이 수출을 규제한 제품들은 국내 제품으로 대체하기도 어렵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이주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산업 특성상 같은 스펙의 제품이라도 거래 기업을 변경할 경우 미세한 차이만으로도 공정이 불가능하거나 불량이 발생할 수 있어 대체 물질이나 대체 공급자로 100% 전환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국내 중소기업으로 대체를 한다고 하더라고 만약 무역 규제가 완화된다면 다시 대기업들이 품질이 우수한 일본 제품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아 중소기업들은 리스크를 안고 증산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주최 세미나에 패널로 참석한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지난 10년간 우리 기업들도 소재 국산화에 노력해왔으나, 여전히 일본의 벽을 넘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범용소재는 상당 부분 국산화에 성공했지만, 프리미엄 소재, 핵심 소재에 있어서는 여전히 일본의 기술을 넘지 못한다는 것이다.


  

  노 센터장은 “일본에 100% 의존하는 프리미엄 핵심 소재는 특허 이슈로 인해 국산화가 어렵다”며 “국내 기업이 이달 초부터 일본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추가 물량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국면에서 3개월 정도는 버틸 수 있겠지만, 실제 일본 정부가 수출 불허 결정을 내리면, 국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생산 차질은 피할 수 없으며, 생산이 축소되면 소재, 장비를 제조하는 중소 협력사들의 실적 악화와 도산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무역 전쟁이 장기화되어 무역제재 품목이, 실리콘 웨이퍼, 배터리 소재, 광학 기계, 반도체 장비 등으로 확대될 경우 우리나라 전 산업이 마비되는 최악의 상황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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