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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칼럼
KTX 열차는 두부로 만들었나 무학산(회원)  |  2019-10-20
하도 어이가 없어서 두산백과에서 너구리를 검색해 봤는데 다음과 같다 ≪몸길이 50∼68cm, 꼬리 길이 15~18㎝, 몸무게 4~10㎏으로, 몸은 땅딸막하고 네 다리는 짧으며, 귓바퀴도 작고 둥글다≫ 한마디로 말해 너구리는 그야말로 조막만한 동물이다.체중이 잘해야 10㎏ 정도인 너구리 한 마리가 KTX 열차와 박치기를 하여 열차가 일부 파손되었다니(10.19일 동아일보) 그 기차는 종이쪼가리로 만든 열차가 분명해 보인다.
  
  우리는 철로변에서 컸고 못 볼 사고도 많이 보았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도 시퍼런 강물이 무서워 철교를 걸어 건너지 못했다 하루는 독한 마음을 먹고 친구와 둘이서 손을 잡고 철교를 건너는데 저쪽에 서 있던 다른 애가 “기차 온다”고 고함친 바람에 잡았던 손을 서로 놓고 철교 위를 미친 놈처럼 달렸다 철교를 다 건너와서 돌아보니 기차는 오지 않았고 혼내려는 거짓말인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 이후론 아무리 긴 철교라도 눈 감고도 건너다니게 되었다.
  
  철로 위에 못을 깔아 놓으면 기차가 밟고 지나면서 보기 좋게 납작하게 만들어 주었고 그걸 갈아서 칼로 만들어 썼다. 뱀을 잡아서 철로 위에 두면 뱀도 그렇게 돼 버리는데 보통 가죽만 남고 다른 건 안 보였다. 그리고 곡수도 주우러 다녔다(곡수=기차가 흘린 석탄뭉치로써 주먹만한데 이걸 땔감으로 썼다). 정거장 가까이 사는 애들은 열차가 도착하여 정차하면 양동이를 열차바퀴 옆에 놓아두는데 기관사가 칙칙하는 기계음과 함께 펄펄 끓는 물을 한 양동이 뽑아 주곤 했다.
  
  이러구러 철로변에서의 내 유년기가 지나갔고 때로는 기차가 사람을 치고 지나가는 광경도 보았다. 그러나 기차는 멀쩡했고 아무 일 없었던 듯 제 갈 길로 갔다. 모르긴 몰라도 지금의 열차는 그때보다 훨씬 더 견고하게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렇커늘 겨우 너구리 한 마리 한테 열차가 파손되었다니 두부 열차 아니랴.
  
  
삼성전자 뉴스룸
  • 이중건 2019-10-21 오전 12:56:00
    힘은 질량에 속도를 곱한 것입니다. 속도가 높으면 아무리 작은 물체도 큰 힘이 됩니다. 총알하나 무게에 사람이 죽는 것처럼요. 그만큼 증기차에 비해 속도가 높아진 거지요. 물론 잘 아시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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