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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조선, “김대중(김홍걸) 비자금 관련 1억 달러의 실체 확인” 국정원이 추적에 착수한 계기. 김홍걸, 전성식은 부인. FBI와 국정원 합동공작. 조갑제닷컴  |  2020-02-18

기사 요약

* 의혹에 휩싸여 있는 13억5000만 달러 상당의 ‘미국 내 김대중(DJ) 비자금’ 중 대북(對北) 관련성이 있는 ‘1억 달러’ 수표 미스터리!
지난해 이런 내용을 두 차례에 걸쳐 보도했던 《월간조선》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 시절 확보했던 1억 달러 수표의 실체를 밝혀줄 결정적 단서를 확보했다. 본지(本誌)는 재판 취재 과정에서 문제의 1억 달러 수표 사본을 확인하는 한편, 이 자금이 왜 대북 관련성을 띠게 됐는지를 이해하게 하는 문서도 입수했다. 

국정원의 心證(심증)을 굳히게 만든 제보의 내용은 ‘DJ 비자금’ 최초 제보자 테리 스즈키(Terry Suzuki·62·미국 국적) 측 법률 대리인이 2010년 10월 8일 작성한 내용증명 서류에 요약돼 있다. 이 서류는 DJ의 3남(三男) 김홍걸씨 관련 주소지 세 곳으로 발송됐다. 김씨 외에 내용증명 수신자가 한 명 더 있는데, 그는 미국 서부 오리건주(洲)에 거주하는 ‘데이비드 전(David Jun)’으로 한국명은 ‘전성식’이다.
*내용증명에는 사건의 전말뿐 아니라 1억 달러 수표가 발행된 경위, 그 수표와 김홍걸 등 DJ 일가(一家)가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 왜 대북 관련성이 있는지 자세히 기록돼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10년, 국정원(당시 원장 원세훈)은 ‘미국에 예치돼 있는 13억5000만 달러의 DJ 비자금 중 1억 달러가 북한으로 유입되려는 정황이 있다’는 취지의 첩보를 입수했다. 국정원은 이 정보가 비자금 관리자와 가까운 동업자로부터 나온 것이라 신빙성이 높고 대
북 관련성이 있다는 판단하에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 동부 지역의 비자금 의혹에 대해서는 국세청의 협조하에 자금 출처와 이동 경로를 추적했고, 서부 자금 조사에는 FBI와도 공조했다. 이것이 이른바 ‘데이비드슨 공작’이다.
이 공작을 주도했던 국정원과 국세청의 고위 간부들은 문재인 정부 들어 ‘정치적 목적을 갖고 풍문(風聞)만으로 DJ를 뒷조사했다’는 이유로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위반(국고 손실) 등의 혐의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그중 최종흡 전 국정원 차장과 김승연 전 국정원 대북공작국장은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국정원에 협조했던 이현동 전 국세청장은 지난 1월 31일 2심 선고 공판에서, 1심에 이어 무죄가 선고됐다. 함께 기소된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의 2심은 현재 진행 중이다. 비자금을 추적한 국정원 요원들은 한결같이 ‘풍문이 아니라 실체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월간조선》은 그간 이들 피고인의 재판 기록 등을 통해 국정원과 국세청이 왜, 어떤 이유로 DJ 비자금을 추적해왔는지 간접적으로 확인했었다. 그러나 ‘국정원 공작’이라는 사안의 특수성 때문에 사건 전체를 다루는 데 있어, 일부 한계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에 최초 제보자의 내용증명 서류를 입수함으로써 국정원이 ‘데이비드슨 공작’에 착수하게 된 경위는 물론, 사건 전체의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사건의 핵심적 자료인 1억 달러 수표의 실체를 확인했다.
이 내용증명이 100% 진실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 스즈키의 법률대리인이 작성한 만큼 스즈키의 입장이 많이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즈키 측이 송사(訟事)를 염두에 두고 작성했다는 점에 비춰봤을 때, 전체 맥락은 신빙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월간조선》은 기재 내용을 검증했고, 그중간 결과를 보고한다. 

*2008년 DJ일가와 친분이 깊은 전성식은 시애틀 거주 한국인 사업가 테리 스즈키에게 중국 선양(瀋陽)에 월드트레이드센터(WTC)를 건립하기 위한 자금 1억 달러를 ‘김홍걸로부터 조달받기로 했다’며 WTC 사업 참여를 권유했다. 김홍걸이 앞장서 사업에 나설 수 없으니 대신 실무를 맡아달라는 취지였다. WTC 사업이 성사됐을 때, 거기서 발생하는 수익의 일부를 김진경이 운영하는 평양과기대에 기부하는 조건도 달려 있었다.
사업이 가시화되던 중 김진경은 DJ일가로부터 나오는 자금의 성격에 의문을 가졌다. 비자금이기 때문에 훗날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결국 김진경의 반대로 이 사업은 좌초됐다는
게 스즈키의 주장이다. 선양 WTC 사업이 불발되자 스즈키는 사업 추진에 쓴 수백만 달러를 손해봤다며, 내용증명을 작성해 김홍걸과 전성식에게 각각 발송했다. 스즈키는 금전적 손실 등에 불만을 품고, 문제의 사업과 1억 달러의 출처 등을 국정원에 제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내용증명의 주장: <중국 선양 WTC 프로젝트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 중, 프로젝트에 필요한 토지는 중국 선양시에서 장기간 임대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나머지 프로젝트에 필요한 사업 자금은 김홍걸 박사께서 비공식으로 참여하며 제공할 계획임을 전 박사와 동북아재단 임원(任員)들이 스즈키씨에게 전해주셨습니다.>

*월간조선 취재: 2009년 12월 23일, 스즈키와 김○○ 삼일회계법인 전무는 LHL 투자회사의 투자 담당 이○○ 변호사(당시 오리건주의 한 법무법인 소속)로부터 아래와 같은 내용을 통보받았다. 내용증명에 적힌 내용이다.
 
  〈…미합중국 오리건주 법무법인 이○○ 변호사로부터 LHL 투자회사의 1억 불 입금을 밝히며 투자에 필요한 자료와 Due Diligence[實査] 후 한국의 SPC 회사에 1억 불을 투자할 계획임을 알리는 공문을 받았습니다.〉
 
 
 
1억 달러 수표 사본의 기재 내용
 
  1억 달러 수표는 현물(現物)로도 등장한다. 2009년 12월 24일 김홍걸, 전성식, 김○○ 전무, 스즈키 등은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호텔 28층에서 LHL에 예치된 1억 달러 투자와 관련해 면담하는 자리를 가졌다.
 
  내용증명에 따르면, 김홍걸은 이 자리에서 김 전무와 스즈키에게 “미국 US Bank에서 2009년 12월21일자로 LHL 투자회사로 발행한 현금 수표 1억 불의 사본을 제시했다”고 한다. 이 면담이 있은 지 며칠 후, 전성식은 그 수표 사본을 팩스로 스즈키에게 보내줬다. 그 과정을 내용증명에서 옮기면 다음과 같다.
 
  〈전 박사는 2009년 12월 24일 회의 참석 후 며칠 후 스즈키씨에게 김홍걸 박사께서 제시하였던 1억 불 현금 수표 사본을 2009년 12월 30일 홍릉 동북아 KIST 사무실에서 김○○ 처장님을 통하여 FAX로 스즈키씨에게 보내주셨습니다.〉
 
  정리하면 12월 21일 US Bank에서 수표가 발행됐고, 12월 24일 김홍걸·전성식·스즈키 등이 자리를 함께했고, 여기서 김홍걸이 수표를 보여줬으며, 그 며칠 후 전성식이 스즈키에게 팩스로 수표 사본을 보내줬다는 것이다. 문제의 1억 달러 수표는 편지봉투 크기의 가로로 긴 모양이다.
 
  발행 은행은 ‘US Bank’, 발행 날짜는 ‘DATE DEC. 21, 2009’, 수취인은 ‘LHL INVESTMENT, LLC.가 지정한 측’으로 되어 있다. 금액은 ‘US $100,000,000.00 ONE HUNDRED MILLION DOLLARS AND 00 CENTS’로 적혀 있다. 수표에 기재된 내용은 아래와 같다.
 
 
〈DATE DEC. 21, 2009
  (2009년 12월 21일)
 
 
PAY TO THE ORDER OF
  (수표 수취인)
 
 
LHL INVESTMENT, LLC. US $100,000,000.00
  ONE HUNDRED MILLION DOLLARS AND 00 CENTS

  (LHL Investment 1억 달러 0센트)
 
 
NOTICE TO CUSTOMERS
  (고객들을 위한 안내문)
 
As a condition to this institution’s issuance of this check, purchaser agrees to provide an appropriate indemnity or affidavit prior to the refund or replacement of this check in the event it is lost, misplaced, or stolen. In most states, a waiting period of 90 days applies.
  (이 기관이 이 수표를 발행하는 조건에 따라, 발행인은 이 수표가 분실되거나 잘못된 곳으로 보내졌을 시, 혹은 도난됐을 경우 이 수표를 환불하거나 대체하기에 앞서 적절한 보상이나 내용증명을 제공할 것에 동의한다. 대부분의 주(州)에서는 90일간의 대기 시간이 적용된다.)
 
 
ISSUED BY: TRAVELERS EXPRESS COMPANY, INC.
  (발행기관: 트레블러스익스프레스컴퍼니)
 
DRAWER: U.S. Bank
  (수표 발행인: US Bank)
 
DRAWEE: PREFERRED BANK, LOS ANGELES. CA
  (지정지급인: 프리퍼드뱅크, LA, 캘리포니아)〉
 
  이렇듯 ▲1억 달러 수표 사본을 김홍걸이 스즈키와 전성식 등에게 제시한 경위 ▲문제의 수표가 스즈키에게 팩스로 전달되는 과정 ▲LHL의 투자 담당 변호사(이○○ 변호사)가 스즈키, 김○○ 전무 등에게 투자 관련 공문(公文)을 보낸 경위 등이 내용증명에 아주 상세히 적혀 있다.




*작년 6월 최종흡 전 국정원 차장이 1심 최후 진술에서 한 말의 일부

<외부에서, (편집자 주: 2009년 5월) 우리가 지시를 하지 않았는데, DJ 비자금이라고 하는 첩보가 들어왔습니다. 또 2010년 4월에도 들어왔는데, 2009년 5월에 일단 북경에서 들어온 첩보는, 위장 사업체를 세워가지고 5억 달러가 확보돼 있다는 첩보가, 우리의, 그건 제가 직접 ....받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주: 제보자인 듯)이 자진해서 보고를 해왔습니다. 전에는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재판 과정을 통해서 자료를 보고 알았는데요. 그런데 이 돈들이, 제보자의 내용증명, 그리고 그 사람이 왜 그런 첩보를 우리 정보관한테 제공했느냐, 그것도 자료들을 보니까, 제가 구치소에 있을 때 이런 것 오는 것을 보니까 동교동계에 인입(引入)이 돼가지고 비자금 관리하는 프로젝트에 깊이 인입이 돼가지고 있는데 그 쪽으로부터 배신을 당해 고소고발을 합니다. 그때 그 내용증명을 보고 배경을 알았습니다. 그럼 그것을 보면 돈들을 전부 다 중국으로 도피시켜 가지고 ‘World Trade Center’라고 하는 프로젝트에 투자명분으로 돈을 빼냅니다. 그래서 거기서 펀딩을 받고 수익금을 평양과기대와 연변과기대로 해가지고 보낸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이런 것들은 팩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저는 이 지시를 받고 3개월 반 만에 나왔기 때문에 어떻게 진행됐는가를 몰랐습니다. 다만 원장님 지시로, 그래서 이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 중국하고, 그때 미국, 이런 팀을 만들어서 국세청하고 이렇게 협의를 하도록 만든 게 저의 전부입니다.

제가 법에, 범법자로서 뭐 문제가 있으면 저 달게 받겠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어느 누가 그 자리에 있다고 해도 이것은 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정원 직무범위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보면 해외 정보가 있고 국내 보안이 있는데 첫째가 利敵행위입니다. 利敵행위는 뭡니까? 적을 이롭게 하는 겁니다. 돈을 들여가든지 재물을 들여가든지 그런데 이적행위는 국내 보안정보 업무상으로도 저희들의 임무입니다. 이것을 자꾸 정치적인 공작 차원에서 얘기를 하니 저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인데 양심적으로 이를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진리는, 진실은 손바닥으로 가릴 수가 없는 이 태양과 같다, 이 말씀 하나는 꼭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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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조선 3월호가 김대중(김홍걸) 비자금 추적의 단서가 되었던 1억 달러의 수표 사본을 확인했다고 보도하였다. 2010년, 국정원이 입수한 이 수표(사본)가 계기가 되어 FBI와 합동으로 추적에 들어갔었다. 문재인 정권 들어서 추적에 참여한 국정원 간부들은 정치개입, 국정원 예산의 불법 사용 등의 혐의로 구속 수사, 재판을 받고 있다. 해당 국정원 간부들은 비자금의 실체가 있고 북한流入 의혹이 있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수사, 재판은 비자금 실체 규명보다는 국정원 예산 사용의 불법성 여부를 추궁하는 데 그쳤지만 월간조선은 계속 실체를 파고 들고 있다. 이번 기사가 세번째이다. 趙成豪 기자가 쓴 기사 全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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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에 휩싸여 있는 13억5000만 달러 상당의 ‘미국 내 김대중(DJ) 비자금’ 중 대북(對北) 관련성이 있는 ‘1억 달러’ 수표 미스터리!
지난해 이런 내용을 두 차례에 걸쳐 보도했던 《월간조선》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 시절 확보했던 1억 달러 수표의 실체를 밝혀줄 결정적 단서를 확보했다. 본지(本誌)는 재판 취재 과정에서 문제의 1억 달러 수표 사본을 확인하는 한편, 이 자금이 왜 대북 관련성을 띠게 됐는지를 이해하게 하는 문서도 입수했다.


1억 달러 수표 실체 확인!

국정원의 心證(심증)을 굳히게 만든 제보의 내용은 ‘DJ 비자금’ 최초 제보자 테리 스즈키(Terry Suzuki·62·미국 국적) 측 법률 대리인이 2010년 10월 8일 작성한 내용증명 서류에 요약돼 있다. 이 서류는 DJ의 3남(三男) 김홍걸씨 관련 주소지 세 곳으로 발송됐다. 김씨 외에 내용증명 수신자가 한 명 더 있는데, 그는 미국 서부 오리건주(洲)에 거주하는 ‘데이비드 전(David Jun)’으로 한국명은 ‘전성식’이다.
내용증명에는 사건의 전말뿐 아니라 1억 달러 수표가 발행된 경위, 그 수표와 김홍걸 등 DJ 일가(一家)가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 왜 대북 관련성이 있는지 자세히 기록돼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10년, 국정원(당시 원장 원세훈)은 ‘미국에 예치돼 있는 13억5000만 달러의 DJ 비자금 중 1억 달러가 북한으로 유입되려는 정황이 있다’는 취지의 첩보를 입수했다. 국정원은 이 정보가 비자금 관리자와 가까운 동업자로부터 나온 것이라 신빙성이 높고 대
북 관련성이 있다는 판단하에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 동부 지역의 비자금 의혹에 대해서는 국세청의 협조하에 자금 출처와 이동 경로를 추적했고, 서부 자금 조사에는 FBI와도 공조했다. 이것이 이른바 ‘데이비드슨 공작’이다.
이 공작을 주도했던 국정원과 국세청의 고위 간부들은 문재인 정부 들어 ‘정치적 목적을 갖고 풍문(風聞)만으로 DJ를 뒷조사했다’는 이유로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위반(국고 손실) 등의 혐의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그중 최종흡 전 국정원 차장과 김승연 전 국정원 대북공작국장은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국정원에 협조했던 이현동 전 국세청장은 지난 1월 31일 2심 선고 공판에서, 1심에 이어 무죄가 선고됐다. 함께 기소된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의 2심은 현재 진행 중이다. 비자금을 추적한 국정원 요원들은 한결같이 ‘풍문이 아니라 실체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월간조선》은 그간 이들 피고인의 재판 기록 등을 통해 국정원과 국세청이 왜, 어떤 이유로 DJ 비자금을 추적해왔는지 간접적으로 확인했었다. 그러나 ‘국정원 공작’이라는 사안의 특수성 때문에 사건 전체를 다루는 데 있어, 일부 한계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에 최초 제보자의 내용증명 서류를 입수함으로써 국정원이 ‘데이비드슨 공작’에 착수하게 된 경위는 물론, 사건 전체의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사건의 핵심적 자료인 1억 달러 수표의 실체를 확인했다.
이 내용증명이 100% 진실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 스즈키의 법률대리인이 작성한 만큼 스즈키의 입장이 많이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즈키 측이 송사(訟事)를 염두에 두고 작성했다는 점에 비춰봤을 때, 전체 맥락은 신빙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월간조선》은 기재 내용을 검증했고, 그중간 결과를 보고한다.


제보자 스즈키는 누구인가?

내용증명의 줄거리를 따라가 본다.(이하 등장인물 존칭 생략) 2008년 DJ일가와 친분이 깊은 전성식은 시애틀 거주 한국인 사업가 테리 스즈키에게 중국 선양(瀋陽)에 월드트레이드센터
(WTC)를 건립하기 위한 자금 1억 달러를 ‘김홍걸로부터 조달받기로 했다’며 WTC 사업 참여를 권유했다. 김홍걸이 앞장서 사업에 나설 수 없으니 대신 실무를 맡아달라는 취지였다. WTC 사업이 성사됐을 때, 거기서 발생하는 수익의 일부를 김진경이 운영하는 평양과기대에 기부하는 조건도 달려 있었다.
사업이 가시화되던 중 김진경은 DJ일가로부터 나오는 자금의 성격에 의문을 가졌다. 비자금이기 때문에 훗날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결국 김진경의 반대로 이 사업은 좌초됐다는
게 스즈키의 주장이다. 선양 WTC 사업이 불발되자 스즈키는 사업 추진에 쓴 수백만 달러를 손해봤다며, 내용증명을 작성해 김홍걸과 전성식에게 각각 발송했다. 스즈키는 금전적 손실 등에 불만을 품고, 문제의 사업과 1억 달러의 출처 등을 국정원에 제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건 관련 핵심 인물들에 대해 간단히 적어둔다. 우선 테리 스즈키다. 1958년 출생인 스즈키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사업가다. 스즈키의 미국 내 주소지(워싱턴주)를 기준으로 검색해보면, 스즈키 일가가 운영하고 있고, 운영했던 25개 법인이 확인된다. 이들 법인은 투자회사, 컨설팅회사, 농업 관련 회사 등으로 그 성격도 다양하다. 스즈키가 여러 사업에 손댔음을 추정할 수 있다.


시애틀 駐在 국정원 정보관, 스즈키 접촉

테리 스즈키를 처음 접촉한 이는 미국 시애틀 국정원 정보관 도○○씨다. 도씨는 ‘미국 내 DJ 비자금’ 관련 첩보 전문(電文)을 국정원 본부에 최초로 보고한 이이기도 하다.
도씨가 스즈키를 본격적으로 접촉한 시기는 대략 2010년 상반기로 추정된다. 최종흡 전 차장과 친분이 깊은 A씨는 스즈키와 도씨의 접촉 과정을 잘 알고 있었다. 중앙 일간지 고위 간부를 지낸 A씨는 최 전 차장 재판을 거의 다 방청하며 사건의 경위를 기자의 시각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그의 말이다.
“‘DJ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국정원본부의 지시를 받은 도씨는 스즈키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며 추적에 나섰다. 알고 보니 도씨의 딸이 다니는 시애틀의 한 학교에 스즈키의 아들도 다니고 있었다고 하더라. 즉 도씨와 스즈키는 같은 학교 학부형이었다. 도씨는 그런 인연을 기반으로 스즈키와 접촉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전 국정원은 스즈키가 2009년 9월 평양과기대 준공식에 참석할 예정이므로, 미국으로 돌아오면 만나서 첩보를 수집하라는 지시를 도 정보관에게 내렸다고 한다. 이때는 DJ 비자금이 구체적으로 거론되지 않았다.


전성식은 DJ 일가와 친분 깊어

전성식(65)은 1998년부터 미국 오리건주 소재 포틀랜드주립대학 전기·컴퓨터 공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포틀랜드주립대 홈페이지에는 그의 학력이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졸업, 영국 옥스
퍼드대학교 박사후 과정, 연세대학교 컴퓨터 공학 석사’라고 기재돼 있다. 고려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와 동(同) 대학 컴퓨터센터장을 지내기도 했다. 전성식과 김진경은 2009년 12월, ‘글
로웍스(Gloworks)’라는 북한 광물개발회사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사외이사로 선임됐을 당시, 한 언론에 보도된 전성식에 관한 소개 글이다.

<포틀랜드주립대학 데이비드 전(전성식) 교수는 미국의 첨단 컴퓨터 관련 하이텍 회사로부터 한국인 미국 교수로는 사상 최고액인 1억3000만 달러에 상응하는 기술 로열티를 스톡옵션으
로 받았으며 세계 최초로 자동응답기(Answering Machine), 자동차에 대부분 장착되어 있는 오토 크루즈 시스템을 개발한 세계적인 컴퓨터, 엔지니어링계의 석학이다. 또한 북미(北美)관계가 경색되었던 때에 워싱턴 정부의 승인을 받아 북한의 학자들을 포틀랜드주립대학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북미관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북미관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대목이 눈에 띈다. 후술(後述)할 내용증명, 이현동-박윤준 재판 기록 등에 따르면, 전성식은 DJ 일가와도 친분이 깊다고 한다. 데이비드슨 공작에 간여했던 이모 국정원 전 처장은 ‘첩보에 의하면 (전성식은) 미국 내 DJ 비자금 관리자’라고 재판에서 증언하기도 했다.
동북아재단 이사장으로서 옌볜(延邊)과기대와 평양과기대를 설립한 김진경(86)은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고려신학대 교수 출신인 김진경은 북한 당국과도 긴밀한 연(緣)을 맺고 있다. 미국 시민권자인 그는 2011년 북한 당국으로부터 평양 명예시민증을 발급받아 북한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김진경이 이사장으로 있던 동북아재단은 평양과기대와 옌볜과기대를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마지막은 이 사건의 핵심인 DJ 3남 김홍걸이다. 김홍걸은 고려대 불문학과를 나와, 미국 UCLA에서 국제관계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DJ 정권 시절 줄곧 미국에 체류하고 있던 김홍걸은 정권 말기인 2002년,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됐다. 그는 2심에서 징역 1년6월,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억6000만원을 선고받았고, 상고를 포기해 형(刑)이 확정됐다.
2005년 8월 사면 복권된 김홍걸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부터 현재까지 민화협(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의장을 맡고 있다. 오는 4월 총선에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할 예정이다.
김진경과 전성식은 글로웍스 사외이사뿐 아니라, 평양과기대에서 각각 총장과 부총장으로 함께 일한 적도 있다. 복수의 정보 당국 관계자들에 따르면, 스즈키는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
이 사망했을 당시 조문(弔問)을 했다고 한다. 국정원은 조문 당시 유족 옆에 서 있는 스즈키의 사진을 확보했다고 한다.


전성식, 스즈키에게 WTC 사업 참여 권유

‘DJ 비자금 의혹’은 선양 WTC 사업이 좌초되면서 수면으로 떠올랐다. 스즈키와 전성식은 2008년 후반경, 이 사업에 대해 처음 의논했다고 한다.

<전 박사(전성식)께서는... 시애틀에 거주하는 미국 교포 테리 스즈키에게 접촉하셔서 본인의 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이하 동북아재단)에서의 직위와 김대중 전 대통령 가족, 즉 김대중 전
대통령 삼남 김홍걸 박사와 이희호 여사와의 특별한 관계를 거론하며 중국 선양 NAFEC 월드트레이드센터(WTC) 프로젝트를 저희 의뢰인(테리 스즈키)에게 동참하기를 권했습니다.>

2009년 2월 전성식, 스즈키 두 사람은 한국으로 건너와 김홍걸, 김진경, 그리고 삼일회계법인의 김○○ 전무, 모 대기업 건설사 사장 최○○씨 등을 만나 WTC 사업에 관한 회동을 가졌다. 김 전무는 DJ가 현직 대통령으로 있던 1998년, DJ의 일본 방문 당시 경제사절단에 이름을 올린 적이 있다. 그는 DJ 정권 시절, 인천국제공항과 경기도 외자(外資)유치 자문단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기자는 김○○ 전무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스즈키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이 페이스북상에서 서로 ‘친구’ 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업자금 조달은 김홍걸 박사가 전적으로 책임짐”

전성식과 동북아재단 임원들은 WTC 사업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 조달계획과 토지 확보에 대해 다음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스즈키의 내용증명 일부다.

<중국 선양 WTC 프로젝트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 중, 프로젝트에 필요한 토지는 중국 선양시에서 장기간 임대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나머지 프로젝트에 필요한 사업 자금은 김홍걸 박사께서 비공식으로 참여하며 제공할 계획임을 전 박사와 동북아재단 임원(任員)들이 스즈키씨에게 전해주셨습니다.>

내용증명에는 김홍걸이 WTC 사업에 있어 자금 조달을 맡았음을 전성식이 강조하는 대목이 여러 번 나온다.

<(전성식은) 본 프로젝트의 사업자금 조달은 김홍걸 박사가 전적으로 책임짐을 스즈키씨와 삼일회계법인 김○○ 전무께 강조했으며 스즈키씨는 전 박사의 지시대로 사업을 추진만 하면 된
다고 거듭 설득시키셨고, 안심시켰다.>

전성식은 또 김홍걸이 ‘중국 여러 방면 쪽의 사업’을 위해 개인 주식회사를 설립했음을 스즈키에게 말했다고 한다. 관련 내용이다.


내용증명에 실린 김홍걸이 설립한 회사를 확인하다

<김홍걸 박사는 따로 KORCHA C&I INC.라는 개인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중국 여러 방면 쪽의 사업을 추진했고, 전 박사는 김홍걸 박사가 동북아재단과 함께 WTC 선양 프로젝트와 더불어 WTC 하얼빈과 청도에도 WTC 라이선스를 취득한 상태라고 스즈키씨에게 설명하여 주셨습니다.>

확인 결과 ‘KORCHA C&;I INC’는 WTC 하얼빈(哈爾濱)과 WTC 칭다오(靑島)의 라이선스를 취득한 법인이었다. 이 회사의 주소지는 서울 삼성동의 L 오피스텔이었다. 스즈키 측 변호인이 김홍걸에게 내용증명을 발송한 바로 그 오피스텔과 동일한 곳이었다(내용증명 발송지인 김홍걸의 오피스텔 호수는 73X호, KORCHA C&;I INC의 호수는 72X호).
이 중 WTC 청도의 ‘Director Advisor’는 전성식(David Jun)으로 기재돼 있었다. 이로써 김홍걸이 설립했다고 하는 KORCHA C&;I INC가 실존하고, 전성식이 이 회사의 간부를 맡았다는 사실이확인된 셈이다. 이는 DJ 집안과 전성식이 특수 관계라는 내용증명의 기술(記述)을 뒷받침한다.
전성식은 ‘선양 WTC 프로젝트’의 자금줄이 김홍걸임을 재차 강조했지만, 스즈키는 사업 참여에 주저하는 듯한 입장을 보였다.
내용증명에는 “(전성식은) 스즈키씨에게 프로젝트에 동참하시기를 권했으나 스즈키씨는 중국 동북아재단 WTC 사업에 구체적인 지식과 중국에 대한 경험이 없음을 수차 알려드렸다”고 적
혀 있다. 전성식은 그런 스즈키를 안심시키기 위해 “(김홍걸이) 동북아재단 WTC 사업의 상임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고 한다.


전성식, 스즈키에게 ‘모든 사업 미루고 WTC 사업에 참여할 것’ 종용


앞서 쓴 대로 2009년 2월, 전성식은 스즈키를 서울로 초청해 김홍걸을 비롯해 앞서 말한 삼일회계법인 김○○ 전무와 최○○ 대기업 건설사 사장, 동북아재단 임원진과의 회동을 주선했다. 이들은 선양 프로젝트에 따른 양해각서(MOU·Memorandum of Understanding)를 체결했다. 양해각서 체결 이후에도 전성식은 스즈키의 사업참여 의지를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해 스
즈키가 하던 기존의 사업을 미루라고 종용했다고 한다. 내용증명의 내용이다.

<전 박사가 중국 선양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참여 종용 시기에 미국 시애틀에서 매우 성공적인 부동산 회사와 다수의 서비스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었으나, 전 박사는 김홍걸 박사와 본인 가족의 막대한 투자자금을 바탕으로 WTC 선양 프로젝트는 스즈키씨에게 확실한 고(高)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므로 시애틀의 모든 사업을 미루고 적극적으로 WTC 선양 사업에 참여할 것을 강력하게 종용하였습니다.>

양해각서 체결로 선양 WTC 프로젝트가 구체화되자, 전성식은 수차례에 걸쳐 스즈키씨를 김홍걸과 만나게 했다고 한다. 스즈키에게 중국 WTC 선양 사업 건에 대한 기획 상황을 김홍걸에게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이에 김홍걸은 스즈키에게 ‘본인이 추진하고 있는 중국 타(他) 지역인 칭다오, 하얼빈 WTC 사업 건에 대해서도 차후 참여해줄 것을 매우 진지하게 논의했다’고 한다. 수차례 미팅 때마다 김홍걸은 중국 선양 WTC 사업에 매우 적극적이었다고 내용증명 서류에 적혀 있다. 김홍걸 본인이 WTC 사업에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성식은 왜 스즈키에게 WTC 사업 참여를 그토록 끈질기게 요구했을까. 내용증명을 보면 “전 박사는 김홍걸 박사가 정치적인 문제나 과거 형사처분 문제로 본 사업에 앞장서서 추진할 수 없고 제3자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다”고 써 있다.
이 말은 김홍걸이 사업 주체로 나설 수 없어, 전성식이 스즈키를 WTC 사업의 ‘실무자’ 격으로 내세웠다는 의심을 갖게 만든다. 주지하다시피 김홍걸은 2002년 ‘최규선 게이트’ 사건 당시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내용증명은 이어 “전 박사 본인도 지난 수십 년 동안 이어온 김대중 전 대통령 가족과의 깊은 관계와 비영리단체인 동북아재단이 중국 선양 WTC 사업 일선 참여의 불가피함을 설명하며 스즈키씨에게 사업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누누이 밝혔다”고 덧붙였다.


스즈키 “‘DJ 비자금 관리자’의 美 콘도代理 인수”

김홍걸과 수차례 미팅을 갖고, 전성식의 종용을 받은 스즈키는 2009년 2월부터 선양 WTC 사업에만 전력을 쏟았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스즈키는 금전적인 손해를 보기 시작했다. 자비
(自費)를 중국 선양 WTC 사업 경비와 중국 내 로비 비용으로 쓴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스즈키는 전성식의 부탁으로, ‘DJ의 자금 관리자’로 알려진 한 기업인의 미국 내 콘도미니엄을 대리(代理) 인수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내용증명엔 DJ 일가의 자금 관리인으로 전성식 외에 두 명이 더 등장하는데, 현재는 공중 분해된 어느 재벌 기업 계열사 대표였던 송모씨와 신원을 알 수 없는 ‘한스 루이(Hans Lui)’란 인물이다. 지난해 《월간조선》은 앞서 언급한 도○○ 시애틀 국정원 정보관이 국정원 본부에 보고한 첩보 전문의 내용을 보도했었다.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 재판기록 인용)

<2010년 상반기 한국계 미국인 T씨의 보고 내용인데, 미국 내 DJ 비자금이 서부에 6억 달러(또 다른 재판 기록엔 ‘6억5000만 달러’로 적시-기자 주), 동부에 7억 달러가 있다. 동부는 A회장, 서부는 B씨가 관리한다. C 기업 전 회장이 함께 인출해야 출금이 가능하다. 그중 1억 달러가 DJ의 삼남 김홍걸이 운영하는 중국 북경 등 3개 회사를 거쳐 북한에 있는 평양과기대로 송금되려 한다.> (A, B, C, T는 기자가 익명 처리)

여기서 ‘한국계 미국인 T씨’가 테리 스즈키, ‘A회장’이 송모씨, ‘B씨’가 한스 루이였다. 내용증명에는 스즈키와 전성식이 송씨의 미국 시애틀 소재 콘도미니엄을 두고 벌였던 갈등이 상세히 적혀 있다. 갈등은 김홍걸이 시애틀 이주(移住) 의사를 밝히면서 시작됐다. 내용증명의 일부다.

<스즈키씨, 전 박사, 김홍걸 박사와 면담을 하는 동안 수차례 김 박사가 차후 현재 스즈키씨가 거주하고 있는 미국 시애틀로 이주하실 계획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2006년 6월 미리 전 박사, 전 박사의 배우자, 그리고 송○○ 회장(모 재벌기업 계열사 전 대표-기자 주)과 함께 구입 계약하셨던 시애틀 시내에 위치한 고급 콘도(olive 8 condominium) 2802호를 전 박사는 스즈키씨에게 인수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2802호의 구입 가격은 미화 112만 5000달러이며 김홍걸 박사가 원하는 바다가 보이는 시애틀 중심의 고급 호텔을 포함한 32층 호화 콘도이자 주상복합입니다.>


‘송○○ 회장, 김 전 대통령의 자금 관리하는 분’

전성식이 콘도 대리 인수를 스즈키에게 제의한 시점은 2009년 5월께다. 이때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여파로 미국뿐 아니라 세계 경기(景氣)가 침체에 빠졌을 시기다. 당연히 미국 부동산 가격도 큰 하락세를 보였다. 이런 이유로 스즈키는 콘도 대리 인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전성식이 제시한 인수 조건도 마뜩지 않았다. 스즈키 측 주장에 따르면, 전성식은 2006년 이 콘도를 매입할 당시 5만 9500달러의 계약금을 지불했다고 한다. 그러나 전성식은 스즈키에게 그보다 두 배에 가까운 11만 달러에 대리 인수계약을 체결하도록 요청했다고 한다.
스즈키가 주저하자 전성식은 “(스즈키에게) 콘도를 양도하는 계약을 한 후에 김홍걸 박사에게 미화 140만 달러에서 150만 달러 사이에 곧 되팔아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다고 한다. 스즈키 측은 “잔금을 지급하지 못해 매매 계약금 11만 달러를 손해 보았다”고 주장했다.
전성식은 스즈키에게 송 회장의 특별한 지위를 강조한 것으로 내용증명에 적시돼 있다. 내용증명에 의하면 전성식은 “(송 회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인의 가족들과 매우 깊은 관계이므로 송○○ 회장을 특별히 대우해주어야 중국 선양 WTC 사업 건과 차후 다른 사업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스즈키에 말했다고 한다. 전성식은 또 ‘송○○ 회장님이 김홍걸 박사를 위시한 김 전 대통령의 자금을 관리하시는 분’이라는 취지의 말도 했다고 한다.
이에 관한 입장을 듣기 위해 기자는 송○○씨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런 회신이 없었다.


‘DJ 자금 관리자’ 한스 루이는 누구?

한스 루이라는 인물도 눈여겨봐야 한다. 내용증명에 따르면, 한스 루이는 전성식의 ‘가까운 후배’인데 전성식의 추천으로 DJ 일가의 자금 관리 및 투자자로 활동했다고 한다.
한스 루이가 DJ 비자금을 관리하다가 손해를 보았다는 내용도 있다. 스즈키는 전성식의 요청으로 스위스에 본사(本社)를 두고 있는 세계적인 투자회사 ‘Partners Group’의 싱가포르 지사(支社) 책임자인 자신의 처남을 김홍걸과 만나도록 주선했는데, 그 이유는 자금 운영의 부실 때문이었다. 내용증명에서 해당 내용을 발췌한다.

 2009년 12월 23일, 스즈키와 김○○ 삼일회계법인 전무는 LHL 투자회사의 투자 담당 이○○ 변호사(당시 오리건주의 한 법무법인 소속)로부터 아래와 같은 내용을 통보받았다. 내용증명에 적힌 내용이다.
 
  〈…미합중국 오리건주 법무법인 이○○ 변호사로부터 LHL 투자회사의 1억 불 입금을 밝히며 투자에 필요한 자료와 Due Diligence[實査] 후 한국의 SPC 회사에 1억 불을 투자할 계획임을 알리는 공문을 받았습니다.〉
 
 
 
1억 달러 수표 사본의 기재 내용
 
  1억 달러 수표는 현물(現物)로도 등장한다. 2009년 12월 24일 김홍걸, 전성식, 김○○ 전무, 스즈키 등은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호텔 28층에서 LHL에 예치된 1억 달러 투자와 관련해 면담하는 자리를 가졌다.
 
  내용증명에 따르면, 김홍걸은 이 자리에서 김 전무와 스즈키에게 “미국 US Bank에서 2009년 12월21일자로 LHL 투자회사로 발행한 현금 수표 1억 불의 사본을 제시했다”고 한다. 이 면담이 있은 지 며칠 후, 전성식은 그 수표 사본을 팩스로 스즈키에게 보내줬다. 그 과정을 내용증명에서 옮기면 다음과 같다.
 
  〈전 박사는 2009년 12월 24일 회의 참석 후 며칠 후 스즈키씨에게 김홍걸 박사께서 제시하였던 1억 불 현금 수표 사본을 2009년 12월 30일 홍릉 동북아 KIST 사무실에서 김○○ 처장님을 통하여 FAX로 스즈키씨에게 보내주셨습니다.〉
 
  정리하면 12월 21일 US Bank에서 수표가 발행됐고, 12월 24일 김홍걸·전성식·스즈키 등이 자리를 함께했고, 여기서 김홍걸이 수표를 보여줬으며, 그 며칠 후 전성식이 스즈키에게 팩스로 수표 사본을 보내줬다는 것이다. 국정원이 입수한 문제의 1억 달러 수표는 사본은, 편지봉투 크기의 가로로 긴 모양이다.
 
  발행 은행은 ‘US Bank’, 발행 날짜는 ‘DATE DEC. 21, 2009’, 수취인은 ‘LHL INVESTMENT, LLC.가 지정한 측’으로 되어 있다. 금액은 ‘US $100,000,000.00 ONE HUNDRED MILLION DOLLARS AND 00 CENTS’로 적혀 있다. 수표에 기재된 내용은 아래와 같다.
 
 
〈DATE DEC. 21, 2009
  (2009년 12월 21일)
 
 
PAY TO THE ORDER OF
  (수표 수취인)
 
 
LHL INVESTMENT, LLC. US $100,000,000.00
  ONE HUNDRED MILLION DOLLARS AND 00 CENTS

  (LHL Investment 1억 달러 0센트)
 
 
NOTICE TO CUSTOMERS
  (고객들을 위한 안내문)
 
As a condition to this institution’s issuance of this check, purchaser agrees to provide an appropriate indemnity or affidavit prior to the refund or replacement of this check in the event it is lost, misplaced, or stolen. In most states, a waiting period of 90 days applies.
  (이 기관이 이 수표를 발행하는 조건에 따라, 발행인은 이 수표가 분실되거나 잘못된 곳으로 보내졌을 시, 혹은 도난됐을 경우 이 수표를 환불하거나 대체하기에 앞서 적절한 보상이나 내용증명을 제공할 것에 동의한다. 대부분의 주(州)에서는 90일간의 대기 시간이 적용된다.)
 
 
ISSUED BY: TRAVELERS EXPRESS COMPANY, INC.
  (발행기관: 트레블러스익스프레스컴퍼니)
 
DRAWER: U.S. Bank
  (수표 발행인: US Bank)
 
DRAWEE: PREFERRED BANK, LOS ANGELES. CA
  (지정지급인: 프리퍼드뱅크, LA, 캘리포니아)〉
 
  이렇듯 ▲1억 달러 수표 사본을 김홍걸이 스즈키와 전성식 등에게 제시한 경위 ▲문제의 수표가 스즈키에게 팩스로 전달되는 과정 ▲LHL의 투자 담당 변호사(이○○ 변호사)가 스즈키, 김○○ 전무 등에게 투자 관련 공문(公文)을 보낸 경위 등이 내용증명에 아주 상세히 적혀 있다.
 



내용증명에 담긴 ‘WTC’ 관련 법인도 실존했던 법인

이들은 선양 WTC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G&;J라는 별도의 SPC(specialpurpose company·특수목적법인)를 설립했다. 추정컨대, LHL이 투자금을 예치할 목적으로 설립한 법인이라면 이 G&;J는 실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컨소시엄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이 회사들을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로 판단했다.
스즈키가 김홍걸에게 보낸 내용증명에 따르면, G&;J의 지분은 동북아재단의 GD Holdings가 33.3%, 스즈키의 자(子)회사 JM Holdings가 33.3%, 제3투자법인인 Golden Frog Investment가 33.3%를 보유하고 있었다.
대법원 인터넷 등기소를 통해 ‘법인 등기증명서’를 확인한 결과, GD Holdings(2017년 12월 11일 해산), JM Holdings(2018년 12월 3일 청산종결) 모두 실존했던 국내 법인이었다.
GD Holdings의 등기 증명서 ‘(설립)목적’란에는 “중국 지역에 위치한 세계무역센터의 설립, 부동산 개발, 건설 및 운영을 위한 특정 목적”이라고 적시돼 있다. 이 회사 주소지는 김진경이 한국에 왔을 때 사무(事務)를 보는, 모 기독교 단체 사무실(서울 서초동 소재)로 돼 있다.
JM Holdings의 등기 증명서 ‘목적’란에도 GD Holdings와 동일하게 적혀 있다. 스즈키와 전성식은 JM Holdings의 사내이사와 감사직을 각각 맡았던 걸로 등기 증명서에 기재돼 있다.
두 회사는 설립일(등기일)도 한 달여 밖에 차이가 안 난다. GD Holdings는 2009년 7월 8일, JM Holdings는 같은 해 8월 21일이었다.
이 역시 스즈키 측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음을 방증한다.


사업 자금이 DJ 비자금인 이유로 김진경 반대... 이희호에게도 통보

LHL에 1억 달러 예치까지 이뤄짐으로써 선양 WTC 사업은 순항(順航)하는 듯 보였으나,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내용증명에 따르면 김진경이 돌연 사업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2010년 초 김진경은 김○○ 전무와 스즈키에게 ‘LHL에 예치된 1억 달러를 선양 WTC 사업에 투자하지 말라’고 통지했다. “1억 불 사업 자금이 김 전 대통령의 비자금인 관계로 중대한 정치적 문제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김진경의 반대 이유였다.
스즈키는 김홍걸과 전성식이 최종적으로 투자 결정을 한 후, 투자금을 예치까지 한 시점에서 “(김진경의) 이해할 수 없는 행위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스즈키가 내용증명에서 밝힌 당시의 심경을 옮겨본다.

<스즈키씨는 처음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초기 때부터 전성식 박사를 포함한 동북아재단의 김진경 총장과 더불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든 참가자들과 중국 프로젝트 사업 자금이 김
전 대통령 가족으로부터 조달되는 것이 기정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뜻밖에 김진경 총장의 LHL 사업 자금 사용 반대 의견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급히 동북아재단에 긴급 미팅을 요구하게 되었습니다.>

2010년 1월 중순경, 동북아재단에서 다시 긴급 미팅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진경은 스즈키와 김○○ 전무에게 이런 요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내용증명에 따르면, 김진경은 이희호여사에게도 “LHL 사업 투자금을 선양프로젝트에 절대 사용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부탁까지 했다고 한다. 김진경과 스즈키가 LHL 사업자금 관계로 미
팅할 당시, 전성식은 한스 루이와 사업관계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머물고 있었다. 스즈키는 김진경의 반대 의사를 전성식에게 전했다. 그 얘기를 들은 전성식은 다음과 같은 요지의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비자금으로 추적할 수 없는 안전한 자금”

<전 박사는 LHL 사업 자금은 그동안 Mr. Hans Lui가 꾸준히 수년간 여러 방법으로 비자금을 관리·투자하여 왔었고, 그동안 많은 자금의 탈바꿈을 통하여 현재로서는 김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적할 수 없으므로 매우 안전한 자금임을 강조하였습니다.>

이는 DJ 관련 자금들이 오랜 기간 ‘돈세탁’이 돼왔음을 암시한다. 전성식은 스즈키에게 “김진경 총장과 동북아재단 임원들과도 연락을 끊고 LHL 사업자금 내용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고 사업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스즈키 측 주장에 따르면, 전성식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내용을 김진경 측에도 알렸다고 한다. 스즈키가 그 사실을 알게 된 경로는 뜻밖에도 김진경이었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전성식은 스즈키와 김진경 두 사람 사이에서 일종의 ‘더블 플레이’를 한 셈이 된다. 이때부터 스즈키는 좀 더 강하게 나가기 시작했다. LHL 투자회사에 예치된 1억 달러가 실재(實在)함을 증명하기 위해 전성식이 팩스로 보내준 수표 사본을 김진경, 김○○ 전무, 동북아재단 간부들에게 제시한 것이다.
여기서 삼일회계법인의 김○○ 전무도 주목해야 할 인물이다. 김 전무는 앞서 밝혔듯이 스즈키와 페이스북 친구를 맺을 정도로 친한 사이다. 내용증명상 그는 문제의 수표를 두 번(2009년말 김홍걸로부터, 2010년 초 스즈키로부터)이나 직접 본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월간조선》과의 통화에서 문제의 1억 달러 수표에 대해 “잘 모른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울 르네상스호텔 등지에서) 김홍걸과 만난 적도 없다”며 “우리(삼일회계법인)는 WTC 사업이 중간에 중단돼 실사도 제대로 못한 채 나왔다. 왜 중단됐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다만 그는 “WTC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스즈키와 김진경 간에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됐던 걸로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교묘하고 우유부단한 언어와 행동으로 스즈키 기만”

WTC 사업이 차질을 빚고 스즈키의 금전적 손실이 이어지자, 전성식은 우선 미화(美貨) 200만 달러를 스즈키에게 지급하기로 했다고 한다. 일단 100만 달러를 스즈키에게 지급할 것을 약속했지만, 잔고 부족 등의 이유로 무산됐다고 한다. 스즈키의 주장에 따르면, 돈이 지불되지 않고 있음에도 전성식이 자신에게 표류 중인 선양 WTC 사업을 회생할 수 있도록 부탁했다고 한다. 스즈키는 WTC 사업 회생이라는 전성식의 요청을 받아들였음에도, 전성식이 자신에게 약속한 대금 지불 약속을 또다시 어겼다고 주장했다. 내용증명의 내용이다.

<전 박사는 스즈키씨를 상대로 수차례의 약속과 불이행을 수없이 반복했습니다. 또한 지난 2년 가까운 기간 동안 스즈키씨는 사업 초기부터 전 박사의 세심하고 치밀한 계획과 의도를 모르고 오직 전 박사를 굳게 믿고 오래된 우정을 토대 삼아 전 박사의 요청대로 중국 선양 사업만을 위하여 헌신적으로 모든 것을 바쳤으나, 계속되는 전 박사의 교묘하고 우유부단한 언어와 행동으로 스즈키씨를 기만함으로 매우 심각하고 처참한 상황에 빠지게 했습니다.>

이어 “스즈키씨는 전 박사와 김홍걸 박사의 WTC 선양 프로젝트에 대한 수많은 결의와 약속을 굳게 믿고 오늘까지 중국 선양에만 몰두하였으나, 그 결과로 스즈키씨는 평생 겪어보지 않은 매우 심각한 경제적인 손실과 정신적 고통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밝힌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재 스즈키의 미국 사업은 복귀 불능 상태에 이르렀다”고 적었다. 결국 선양 WTC 사업은 중단되고 말았다.


김홍걸 측 “스즈키의 일방적 주장... 법적 조치 취할 것”

《월간조선》은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홍걸 민화협 상임의장의 입장을 들어보고자 했다. 지난 2월 10일 민화협 대표 이메일로 김홍걸 의장에게 질의서를 발송했다. 스즈키의 내용증명을 토대로 문제의 1억 달러 수표의 출처, 선양 WTC 사업 추진 당시 김홍걸 의장의 행적 등 총 12개 항목을 질의했다.
이에 대해 김홍걸 의장 측은 “귀사(貴社)가 보낸 질의 내용은 테리 스즈키의 일방적인 주장에 기초한 것으로 사실과 다릅니다. 추후 허위 사실을 보도함으로써 본인과 본인 가족의 명예가 침해될 경우 이에 대하여 관련 당사자에게 법적 조치를 취하여 민·형사상 책임을 추궁할 것임을 알려드립니다”라고 회신했다.
민화협 관계자에게 ‘질의 내용 전체가 허위라는 것인지, 아니면 일부만 허위라는 것인지 답을 해달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2월 12일 “대표님(김홍걸 의장-기자 주)께 말씀드렸는데 황당한
주장이기 때문에 더 이상 해명할 것이 없다고 말씀한다”고 문자를 보내왔다.
미국에 거주하는 전성식씨에게도 질문지를 발송해 이 사건에 대한 입장을 물었더니, 장문(長文)의 입장문을 보내왔다.(106쪽 참조) 기자는 2018년 말 김진경씨와 만난 적이 있다. 김진경씨와 기자는 아래와 같은 요지의 문답을 나눴다.

<기자: (선양) 월드트레이드센터 사업에 필요한 돈의 출처는 어디였나.
김진경: 그건 모른다.
기자: 처음 당신에게 월드트레이드센터 투자를 권유한 사람은 누구인가, 전성식인가.
김진경: 기억이 잘 안 난다. 다만 내가 선양시 관계자들을 비롯해 중국 정부 인사들을 전성식에게 소개해준 적은 있다.
기자: 김홍걸씨도 여기에 투자했나.
김진경: 김홍걸이는 별로 없고....
기자: 별로라는 건 뭔가.
김진경: 안 했다는 거지. 모른다. 선양엔 한 번도 안 나타났다.>

지난 1월 말, 스즈키의 내용증명에 실린 내용을 토대로 한국에 귀국한 김진경에게 다시 물었더니 “옛날 이야기를 다시 꺼내고 싶지 않다”는 식으로 말을 아꼈다.


국정원 DJ 비자금 첩보 입수 과정

이렇듯 국정원은 스즈키가 제보한 구체적 내용을 토대로 ‘데이비드슨 공작’을 진행해나갔다. ‘사건일지’를 보면, 국정원은 스즈키를 통해 도모 정보관으로부터 제보를 받기 전 중국 베이징 정보원으로부터도 첩보를 입수했다. 첩보의 요지는 ‘5억 달러가 북한으로 들어간다’는 것이었다. 2018년 11월 23일 박윤준 국세청 전 차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피고인 최종흡 전 국정원 차장은 이런 취지의 진술을 했다.

<2009년 5월 하순에서 6월 초로 기억한다. (원세훈) 원장이 불러서 갔더니 (DJ) 미국 비자금이 있다고 했다. 원장은 5억 달러는 엄청난 액수라고 강조했다. 북한에 들어간다 하니 각별히 보안에 유의하라. 국내 것만 가지고 (돈이)될 리가 없다는 취지였다. 이현동 국세청 차장(당시 기준-기자 주)을 만나보라고 했다. 이현동 차장은 박윤준 국장을 소개해주었다.>

변호인 반대신문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최종흡 전 차장은 ‘DJ 비자금 조사는 대북 관련성이 있어 국정원의 직무범위’라는 요지의 진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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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제닷컴 김영남 기자] 지난 7월26일 이른바 ‘김대중 비자금 뒷조사’ 사건에 연루돼 기소된 최종흡 전 국정원 3차장과 김승연 전 국정원 대북공작국장이 26일 1심 판결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부장판사 송인권)는 26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 등 손실) 혐의로 기소된 최 전 3차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김 전 국장에게는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최 전 차장에게 3년, 김 전 국장에게는 4년을 구형한 바 있다. 1심 진행 중 보석으로 석방된 이들은 이날 실형이 선고돼 다시 법정에서 구속됐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해외비자금 의혹을 추적하는 일명 ‘데이비슨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미국 국세청(IRS) 요원 등에게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활동비를 지급한 혐의로 기소됐다. 국정원에서 운영하는 위장회사인 ‘가장체’에서 나온 수익금을 국고에 반납하지 않고 신규 공작사업에 사용했다는 것이 재판정의 논리였다.

 가장체에서 나온 수익금은 기존에 있는 공작사업이나 해당 가장체 운영을 위해서만 사용할 수 있는데 이를 DJ 비자금 추적이라는 신규 사업에 사용한 것은 위법이라는 게 재판정의 논리였다. 피고인들은 이 비자금이 북한으로 유입됐다는 첩보가 있었기 때문에 국정원의 직무 범위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선 최종흡 전 차장은 DJ 비자금 사업에 1억 3500만 원 및 미화 2만 6000달러를 사용했는데 법원은 이를 횡령으로 봤다. 김승연 전 국장의 경우는 5억 2000만 원 및 1만 달러를 DJ 비자금 추적 공작사업에 사용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미화 8만 5000달러를 해외 도피자 국내 압송 공작사업에 사용했으며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안가(安家)’ 임차를 위한 28억 원을 사용했는데 법원은 이렇게 사용된 가장체 수익금은 모두 횡령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최종흡 전 차장과 김승연 전 국장에 대한 양형 이유를 따로 설명했는데 두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된 논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피고인이 (해당 공작사업이) 국정원 직무 범위 안에 있다고 판단했더라도 위법인 가장체 수익금을 사용하는 것을 수단으로 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결국 이 사업들의 합법성을 막론하고 피고인의 이 행위는 정당화 될 수 없다고 판단된다. 피고인은 자신이 추진한 공작사업의 정당성만을 주장하고 계속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자신의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피고인에 대해서는 실형 선고가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된다. 피고인의 행위를 정당화 할 수는 없겠지만 국정원 업무의 특수성과 상명하복이 강조되는 국정원의 조직문화 속에서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라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점도 분명히 인정이 된다. 가장체 수익금을 개인적으로 취한 것은 없다. 피고인은 초범으로서 지금까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전혀 없다. 이를 참작해 피고인의 실형 선고를 정하는데 반영하겠다.>

 재판부는 DJ 비자금 추적 공작사업이 정당했는지, 국정원의 직무 범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이 재판의 핵심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국정원이 왜 기조실의 공식 사업 결재 체계를 밟지 않은 채 위법인 가장체 수익금을 통해 사업을 실시했는지가 핵심이라고 했다. 피고인들은 가장체 수익금의 사용 용도 및 규정이 매우 엄격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적법하지 않게 사용했다는 것이다. 당시 원세훈 국정원장은 DJ 비자금 공작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조실 예산 이외의 예산이 있느냐고 최종흡 전 차장에게 물었다고 한다. 이에 최 전 차장은 가장체 수익금에 대해 설명했고 원 전 원장의 지시에 따라 이 수익금을 DJ 비자금 추적에 사용했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당시 국정원이 DJ 비자금을 추적하게 된 이유는 2009년에 관련 제보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 비자금이 중국으로 이동해 북한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제보였다. 원세훈 원장의 지시 하에 최종흡 전 차장 등 국정원 직원들은 DJ 비자금을 추적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재판을 통해 DJ 비자금의 실체가 공개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렸지만 이번 판결로 인해 다시 미궁에 빠지게 됐다. 이 재판은 여러 차례 비공개로 진행되기도 했다. ‘사안이 민감하고 일반인들이 듣기 적절하지 못한 내용이 있다’는 게 비공개로 전환된 이유였다.

 피고인들은 선고가 내려진 26일에는 아무런 발언을 하지 못했다. 이들은 1시간 15분 가까이 진행된 판사의 판결문 낭독을 나란히 서서 지켜봤다. 한 피고인은 판결문 마지막 부분에 달했을 때는 계속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날 법정은 방청객들과 몇 명의 기자들로 가득 찼다. 방청객들은 대부분 과거 국정원에서 같이 근무한 피고인들의 선후배들로 보였다.

 최종흡 전 차장은 6월 14일 열린 최종 변론기일에서 “對北 비자금은 ‘이적행위’라 조사한 것”이라며 “누가 그 자리에 있어도 같았을 것”이라고 항변한 바 있다. 최 전 차장의 최종 변론 전문과 이날 검찰측이 설명한 기소 이유를 차례로 소개한다.

 <공소장이라고 하는 것을 봤고 그 다음 검사님께서 말씀하시는…원(元) 원장 초기에 좌파하고 자꾸 연관을 짓는다는 것을 강하게 느낍니다. 그런데 그 공소장에 보면 ‘종북좌파’라고 돼 있는데, ‘종북좌파’의 개념을 제가 감히 법을 전공한 분들한테 얘기를 할 필요 자체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종북좌파’라는 것은 체제를 부정하는 세력으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북한이라는 체제는 일단 당규 전문에 잘 나와있습니다. 당면적인 목적은 북한 북반부 사회에서 사회주의를 완성시켜서 말하자면 민족해방과 인민민주주의 혁명 과업을 완수하고 전면적인, 최종적인 목적은 전 사회의 주체사상화와 공산화를 말합니다. 이것을 두고 ‘종북좌파’의 개념을 논해야 하는데, 제가 양심적으로 볼 때 그 당시에 이 사건하고 그것은 정말 관계가 없습니다.

 외부에서, 우리가 지시를 하지 않았는데, DJ 비자금이라고 하는 첩보가 들어왔습니다. 그것을 보면 또 2010년 4월에 들어왔는데 2009년 5월에 일단 북경에서 또 위장 사업체를 세워가지고 5억 달러가 확보돼 있다는 첩보가, 우리의, 그건 제가 직접 ....받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자진해서 보고를 해왔습니다. 전에는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재판 과정을 통해서 자료를 보고 알았는데요. 그런데 이 돈들이, 제보자의 내용증명, 그리고 그 사람이 왜 그런 첩보를 우리 정보관한테 제공했느냐, 그것도 자료들을 보니까, 제가 구치소에 있을 때 이런 것 오는 것을 보니까 동교동계에 인입(引入)이 돼가지고 비자금 관리하는 프로젝트에 깊이 인입이 돼가지고 있는데 그 쪽으로부터 배신을 당해 고소고발을 합니다. 그때 그 내용증명을 보고 배경을 알았습니다. 그럼 그것을 보면 돈들을 전부 다 중국으로 도피시켜 가지고 ‘World Trade Center’라고 하는 프로젝트에 투자명분으로 돈을 빼냅니다. 그래서 거기서 펀딩을 받고 수익금을 평양과기대와 연변과기대로 해가지고 보낸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이런 것들은 팩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저는 이 지시를 받고 3개월 반 만에 나왔기 때문에 어떻게 진행됐는가를 몰랐습니다. 다만 원장님 지시로, 그래서 이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 중국하고, 그때 미국, 이런 팀을 만들어서 국세청하고 이렇게 협의를 하도록 만든 게 저의 전부입니다.

제가 법에, 범법자로서 뭐 문제가 있으면 저 달게 받겠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어느 누가 그 자리에 있다고 해도 이것은 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정원 직무범위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보면 해외 정보가 있고 국내 보안이 있는데 첫째가 利敵행위입니다. 利敵행위는 뭡니까? 적을 이롭게 하는 겁니다. 돈을 들여가든지 재물을 들여가든지 그런데 이적행위는 국내 보안정보 업무상으로도 저희들의 임무입니다. 이것을 자꾸 정치적인 공작 차원에서 얘기를 하니 저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인데 양심적으로 이를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진리는, 진실은 손바닥으로 가릴 수가 없는 이 태양과 같다, 이 말씀 하나는 꼭 드리고 싶습니다.>

 검찰은 피고인들을 기소하게 된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우선 하나는 국정원이 정치적인 목적을 갖고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해 DJ 비자금 의혹을 수사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對北공작국의 특수활동비 중 ‘가장체 운영비’라는 것을 DJ 비자금 수사에 사용한 것은 국고금관리법 위반, 국고손실죄 등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이날 검찰이 피고인들의 기소 이유를 설명하는 내용을 소개한다.

<첫째, 이 사안은 원세훈 원장이 국정원장이 된 다음 국정원의 전반적인 기조가 좌파척결 내지는 현 정권의…대통령의 국정수행을 잘 보좌해야 한다는 그런 관점하에서 정치적인 경향으로 흘러갔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와중에 원세훈 원장이 바로 당시 야권의 심, 구심체라고 할 수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 비자금 의혹에 대해서 국정원이 직접 나서서 그 비자금의 실체를 파악한 다음 폭로하겠다는 계획하에 본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에…무리하게 국세청을 통해서 해외에 있는, 미국에 있는 DJ 비자금 추적하겠다고 거액의 국정원 자금을 동원해, 바로 국정원이 해서는 안 될 정치적인 일에 개입하고, 정치에 관여하는 일에 대해서 첫 번째 위법성이 있다는 것이 검찰 측 주장입니다.

두 번째는 그런 정치적인 의도를 떠나서라도 이 자금 자체의 성격을 가지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자금은 다른 일반 국정원 예산과 전혀 다른 것입니다. 해외자산체라고 해서 국정원이 특수한 목적을 위해서 예산을 찾고…그 예산이 실제로 작동이 돼서…그렇게 해서 나오는 수익금입니다. 부동산 임대료를 통해서 수익성도 있고 일부는 직원 위장사업체이다 보니 직원 운영을 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 직원 급여가 당연히 나오고 그 직원 급여가 나오는 돈을 모아놨다가 다시 법인으로 입금한 다음에 국고로 반납하는 구조로 되는데 그것 관련해서도 임대차 수익이든….국고로 반납해야 하는 구조라는 것이 확인됐습니다….수익의 사용금지인데도 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그것도 편법적으로 대북공작금지침을 개선하는 방법으로 사용한 이런 부분이 바로 자금의 위법한 사용이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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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뉴스룸
  • 캐나다 방랑자 2020-03-07 오전 1:46:00
    김대중은 물론, 그의 아들들의 부패-도적질은 모든 한국인들에게 알려져 있다. 다만, 한국의 전대통령이나 그들의 정당이, 절라두 당 패거리들의 결사적인 김대중 옹위 압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 도둑놈 일당을 조사하지 못한 것이 벌써 몇년째인가. 그놈들은 혐의가 자동적으로 조사 시한이 넘어갈 때까지, 절라두 일당들의 범죄 실상을 덮어 가려고 음모할 뿐이다. 대한 민국이라는 국가의 품위가 너무나 보잘것없음을 슬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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