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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억류 호주 유학생 “매일 자백서 작성 강요…총살 위협도” "트럼프나 폼페오가 너를 구해줄 것 같냐?" VOA(미국의 소리)  |  2020-04-03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호주 유학생이 북한 당국에 체포돼 9일간 겪은 상황을 자세히 밝혔습니다. 매일 범죄 행위에 대한 자백서를 쓰도록 강요받았고 총살 위협도 있었다고 회고했습니다. 김카니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해 6월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호주 유학생 알렉 시글리 씨가 ‘폼페오나 트럼프가 구해줄 것 같아?: 억류됐던 북한에서의 9일’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억류 기간 겪었던 고초를 상세히 밝혔습니다.
  
  시글리 씨는 1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김일성대학 조선문학 석사과정 3학기 과정에 다니던 작년 6월 25일, 한 남성이 기숙사에 나타나 자신을 검은색 벤츠 차량에 태웠다고 말했습니다. 직감적으로 ‘큰일났다’는 생각을 했고, 차에 타자마자 다른 탑승자들이 자신의 눈을 가리고 북한 당국이 주장하는 범죄 혐의들을 읽어내렸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신문 시설에 도착하자 한 남성이 자신에게 소리를 지르며, “우리 나라에 들어와서 이런 범죄들을 저질러 놓고, 트럼프나 폼페오가 너를 구해줄 것 같냐?”고 다그치며 북한에 들어온 이유를 추궁했다고 회고했습니다.
  
  아울러 북한 소설에 관심이 있고 북한에서 사업을 하고 싶다고 밝히자, 신문관들은 호주인이 그런 동기를 갖고 있는 것이 ‘비정상적’이라며 자신을 이미 ‘적’으로 규명하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외부와 단절된 방에서 매일 자신이 저지른 ‘범죄’와 관련한 자백서를 썼고, 혐의를 부정하면 신문관들은 진심으로 반성하지 않으면 총살당할 수 있다는 위협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자신이 저지른 범죄가 무엇인지 거듭 모르겠다고 하자 범죄를 입증할 증거가 산적해 있다며, 하루는 자신이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탱크 모형 사진을 꺼내며 ‘간첩행위’라는 주장을 폈다고 말했습니다.
  
  풀려나기 전에는 ‘세계 평화 위협’과 ‘북한의 주권 침해’ 등 신문관이 쓰라고 해서 작성한 ‘사과문’을 카메라 앞에서 읽어야 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사과문에서는 자신의 인권이 존중받았다는 점을 밝히라고 강요받았는데, 이것이 바로 인권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사과문을 읽고 나자 자신을 신문하던 남성의 태도가 금새 바뀌었다고 말했습니다. 가정사와 운동 등에 대해 수다를 떠는 등 조사가 공식적으로 종료되자 정상적인 사람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스톡홀름 신드롬’일 수 있지만 자신은 그 남성을 꽤 좋아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북한을 떠나기 전 공항에서 그 남성이 “당신을 개인적으로 혐오했던 게 아니라 당신이 저지른 범죄를 혐오했다”고 말했다면서, 자신도 그에게 똑같은 말을 해주고 싶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시글리 씨는 지난해 6월25일 유학생 신분을 이용해 간첩 행위를 했다는 혐의로 북한 당국에 체포됐다가 9일 만인 7월 4일 석방됐습니다. 지난 1월 석방 이후 처음으로 북한 당국에 체포됐던 경험담을 서울에서 발행되는 월간 ‘북한’ 잡지에 실었지만, 북한 내에서의 신문 과정을 상세히 다룬 글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시글리 씨는 2012년 북한을 처음 방문했고, 이후 김일성종합대학으로 유학해 북한 현대문학 석사 과정을 밟았습니다. 아울러 북한의 교육 관련 관광을 전문으로 하는 ‘통일 투어스’를 설립해 활동하면서 인터넷 사회연결망인 ‘트위터’에 평양의 건물과 음식, 포스터 등 다양한 모습을 올렸습니다. 또 2018년에는 평양에서 일본인 여성과 결혼했습니다.
  
  중국 연구학자인 호주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밑에서 자란 시글리 씨는 중국 유학 중 기숙사에서 북한 유학생들을 만난 것이 계기가 돼 북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VOA 뉴스 김카니입니다.
삼성전자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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