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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항 중단된 보잉 737 맥스 8 시험 운행 실시 ‘자동실속(失速)방지시스템(anti-stall system)’이 작동(作動)돼도 기수(機首)를 한 번만 떨어뜨리게끔 보완. 金永男  |  2020-06-30

운항이 중단됐던 보잉 737 맥스 8이 소프트웨어 보완 작업을 거쳐 이르면 이번주부터 시험 운행에 나설 계획이다. 항공 업계와 미국 정부 측은 시험 운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면 이르면 연말부터 운항이 재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보잉 737 맥스 8 기종의 운항은 2018년 10월 29일 발생한 인도네시아 라이온에어 여객기 추락사고(탑승객 189명 전원 사망)에 이어 2019년 3월 10일 에티오피아 항공 여객기 추락사고(탑승객 157명 전원 사망) 이후 중단됐다. 같은 기종 비행기의 연이은 사고로 기체에 결함이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약 15개월 동안 운항이 중단됐다. 103년 역사를 가진 보잉의 위상에 가장 큰 타격을 준 사건으로 기록됐다. 보잉은 737 맥스 운항 중단에 따른 피해액은 180억 달러 이상이라고 1월에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세계적으로 크게 확산되기 전의 추산치이기 때문에 실제 피해액은 이를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등 보도에 따르면 이번주 실시될 시험 운행은 3일간 진행될 예정이다. 미 연방항공청(FAA)은 28일 미 의회 관계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이번 시험 운행을 통해 737 맥스 기종의 비상 상황 대처 시스템을 비롯한 항공기 조작 전반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미국 언론들은 보잉이 FAA의 시험 운행 절차까지 밟게 된 것은 운항 재개를 위한 가장 큰 진전이라고 분석했다. FAA는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보잉의 소프트웨어가 제대로 수정됐다고 판단할 때에만 시험 운행을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보잉은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2000시간 이상의 시뮬레이션 훈련을 진행했다.


  

시험 운행이 성공적이었다고 해서 737 맥스의 운항이 바로 재개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시험 운행의 공식적인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수 주가 걸릴 전망이다. 또한 전세계의 조종사들이 MAX 기종이 안전한지 여부를 추가로 시험해보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런 과정이 끝나면 운항이 중단됐던 비행기들을 일일이 점검하고 시험 운항을 해봐야 한다. 또한 각국의 항공 안전 규제 당국의 운항 허가를 받아야 한다.


  

737 맥스 8 기종에 새롭게 탑재돼 사고를 일으킨 기술은 조종특성향상시스템(MCAS)이다. 이는 기수(機首)가 너무 높은 각도로 향할 경우 비행기 꼬리 부분에 있는 안전장치(stabilizer)를 작동시켜 꼬리를 위로 올라가게 하는 시스템이다. 꼬리를 올려 기수를 낮추는 것인데, 이를 ‘자동실속(失速)방지시스템(anti-stall system)’이라고 부른다. 비행기는 고도가 너무 높게 향하면 실속, 즉 추락하게 되는데 이를 자동적으로 방지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사고 여객기들은 적정 각도로 비행하고 있었다. 센서에서 잘못된 신호를 보내 MCAS가 오작동(誤作動)해 추락한 것이다.
 
사고 원인은 MCAS가 작동했을 때 조종사들이 이를 무력화하기 위해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했기 때문이다. 비행기의 기수가 강제적으로 떨어지는 상황, 즉 비행기가 추락하는 긴급 상황에서 조종사들이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했다.


  


  

새롭게 보완된 MCAS 소프트웨어의 경우는 자동실속방지시스템이 작동해도 조종사가 쉽게 이를 무력화할 수 있게 했다. 두 차례의 사고 모두 센서의 오작동으로 MCAS가 작동돼 발생했다. MCAS가 작동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은 받음각 센서다. 받음각은 비행기 날개를 절단한 면의 기준선과 기류가 이루는 각도를 뜻한다. 맥스 기수(機首)에는 두 개의 받음각 센서가 달려 있다. 이 센서는 날개의 각도 등을 측정해 기수가 너무 높게 올라가 기체가 기울어지면 MCAS를 작동시킨다. 두 사고 모두 한 개의 받음각 센서에서 보내온 잘못된 신호로 인해 MCAS가 작동했다. 조종사가 조종간을 당겨 비행기 기수를 들어올리려고 해도 MCAS가 반복적으로 기수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조종사의 힘으로 이를 이겨내지 못했다.


  

이번에 새롭게 보완된 맥스 8은 받음각 센서 두 개가 모두 같은 신호를 보내올 때만 MCAS가 작동하도록 했다. 두 개의 받음각 센서가 보내온 각도의 차이가 5.5도를 넘을 경우에는 MCAS가 작동되지 않도록 했다.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추락사고의 경우는 두 개의 센서에서 보내온 신호가 20도 이상 차이가 났다. 하나는 제대로 된 신호를, 다른 하나는 잘못된 신호를 보내온 것임에도 실속방지시스템이 작동, 비행기를 떨어뜨린 것이다. 


  

과거의 맥스 8의 경우, MCAS를 무력화하기 위해 조종사들은 우선 조종간에 있는 안전장치 작동 방지 스위치를 왼쪽 엄지손가락으로 눌러주어 꼬리를 들어 올리는 안전장치 작동을 일시적으로 멈춰야 했다. 이렇게 일시적으로 멈춰도 5초마다 실속방지시스템이 작동했다. 그때마다 비행기는 급격하게 밑으로 떨어진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사고 여객기는 1000피트 폭의 고도를 약 5분간 수십 차례 오르락내리락했다. 보잉은 MCAS를 한 번만 작동하게끔 보완했다. 자동차로 비유하면 ‘크루즈’ 모드를 끄고 수동으로 조작할 수 있게끔 한 것이다.  비행기의 기수가 5초마다 자동적으로 떨어지게 하는 기술을 없애 조종사들이 보다 침착하게 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 했다.


  

새롭게 보완된 비행기의 경우 두 개의 받음각 센서의 차이가 발생했을 시에도 여전히 실속 위험 경고를 보내도록 했다. 조종간에 진동을 주는 방식으로 경고를 준다. 그러나 두 센서에서 보낸 각도에 차이가 있다고 판단되면 실속방지시스템을 작동시키지 않는다. 보잉은 센서들에서 보내온 신호가 다르다는 경고문구를 조종석 화면에 표시되도록 보완했다.


  

<애초에 MCAS를 왜 탑재했을까?>
 
보잉737의 역사는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보잉737은 1960년대부터 계획됐다. 당시에는 엔진 크기가 지금보다 작았고, 승객들은 터미널에서 직접 비행기에 타는 것이 아니라 비행기에 있는 계단을 이용해 탑승했다. 작은 엔진은 비행기 기체 높이를 낮게, 즉 바닥에 가깝게 만들 수 있게 했다.
 
맥스가 만들어질 때는 이런 환경이 변한 상황이었다. 보잉은 맥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과거 737 기종보다 더욱 크고 연비(燃比)가 좋은 엔진을 탑재하기로 했다. 연비가 좋은 에어버스 A320-NEO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였다. 보잉은 커진 엔진을 비행기 앞부분의 기존 엔진 탑재 위치보다 약간 위에 달았다. 전방의 착륙장치(nose landing gear)는 8인치(20cm)가량 늘렸다. 이를 통해 보잉은 연비를 14% 높였다.
 
이는 작은 변화인 것으로 보이지만 비행기 균형이 맞지 않게 됐다. 보잉은 재설계하지 않고 기존 기체 공간 내에 더 큰 엔진을 탑재했다. 이에 따라 기수가 계속 위로 올라가게 됐다.
 
보잉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MCAS를 새롭게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앞서 설명했듯 받음각 센서에서 비행 각도에 문제가 발생하면 작동하게 만들어졌다. MCAS가 작동하면 꼬리 부분에 있는 안전장치가 1초당 0.27도씩 위로 오르게 된다. 꼬리를 위로 올려 기수를 낮추는 것이다. 꼬리에 있는 안전장치는 한 번 작동하면 약 10초 동안 이어지며 꼬리를 최대 2.5도까지 올리도록 만들어졌다. 비행 속도가 빠르면 안전장치 각도는 천천히 움직이며, 비행 속도가 느리면 더욱 빠르게 움직인다.
 
라이벌 회사인 에어버스는 A320-NEO 기종을 만들 때 엔진 크기가 커지자 기체의 모양과 크기를 새롭게 설계했다. 날개 부분을 재설계하고 기수 높이를 기존보다 위로 올렸다. 이를 통해 무게중심을 옮겨 비행기의 균형을 맞췄다.
 
25년 이상 비행기 조종 등 업계 전문가로 활동해온 아밋 싱은 인도의 영자(英字) 신문 《타임스 오브 인디아》에 쓴 기고문에서 “엔진 크기가 바뀌었는데 기체 설계를 새로 하지 않은 것은 드문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보잉은 기체 설계에 변화를 주는 대신 기수가 위아래로 움직이는 과정에서 균형 잡는 것을 도와줄 수 있는 MCAS라는 기술을 도입했다”며 “보잉도 에어버스 A320-NEO 때처럼 기체 모양과 크기를 수정할 필요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보잉은 불필요한 기내 공간을 대폭 줄여 더욱 많은 승객이 탑승할 수 있도록 했다. A320의 탑승인원은 194명, 맥스8의 탑승인원은 210명이다. 보잉은 기체 설계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이에 따라 기존 737 조종사들은 새롭게 훈련받지 않아도 됐다. 항공사는 조종사들을 다시 훈련시키는 데에는 돈과 시간이 들기 때문에 이를 반기지 않는다. 맥스8이 특히 저가항공사의 주문을 많이 받게 된 이유는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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