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망으로 내년 4월7일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가 함께 열리게 됐다. 대통령 선거를 11개월 앞두고 대한민국 최대 도시 두 곳에서 선거가 있으니 거의 대선급의 큰판이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일도 오는 16일로 결정됐다. 2심의 당선무효형이 확정되면 전국 유권자 절반 이상이 참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재보궐 선거가 될 수도 있다.
차기 대선에 출마할 예정인 이낙연 민주당 의원은 8·29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당선되더라도 대통령 선거 1년 전(내년 3월9일)까지 대표직을 사퇴해야 한다. 당 대표가 공석이 되면 김태년 원내대표가 대표 직무대행을 맡아 4·7 재보궐 선거를 지휘하게 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통상적인 재보궐 선거를 한 달 앞두고 사퇴하는 것도 간단한 문제는 아닌데, 4·7 선거가 커졌다”며 “이낙연 의원 측에 예상치 못한 악재가 터진 셈”이라고 말했다.
김부겸 전 의원은 지난 9일 당 대표 출마선언문을 통해 “내년 4·7 재보궐 선거의 승패는 문재인 정부 후반기의 갈림길”이라며 “이 중요한 선거를 코앞에 둔 3월에 당 대표가 사퇴하면 선거 준비가 제대로 되겠냐”고 했다. “당 대표가 되면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 영남에서 민주당 지지율 40%를 만들겠다”면서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영남 출신 당대표의 강점도 강조했다. 이낙연 의원은 지난 7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4·7 재보선을 언급하지 않은 채 “저에게 주어진 국난극복의 역사적 책임을 이행하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민주화 이후 최장수 총리와 전례 없는 국난극복위원장의 경험을 살려 당면한 위기의 극복에 최선으로 대처하겠다”고 했다.
미래통합당으로선 뜻하지 않은 기회가 온 것이다. 準대선급 보궐 선거를 목표로 당을 쇄신하고 정비할 동기를 잡은 것이다. 당내에선 차기 대통령 후보를 미스터 트롯 식으로 뽑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한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후보를 그런 식으로 뽑는, 일종의 예행연습을 할 수도 있다. 낙망한 우파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도 있다. 통합당 고위 관계자는 "미스트 트롯 방식에 대한 공감이 큰데, 문제는 어떻게 연출하느냐이고 무엇보다도 납득할 만한 심판기능을 어떻게 고안하느냐이다"고 했다.
미스터 트롯은 전문가의 평점과 일반 시청자의 인기투표를 혼합하는 평가방식이었다. 통합당의 경우, 당원 투표와 비당원 일반국민 투표, 그리고 전문가들의 평가를 혼합하는 방식이 되지 않을까?
미스터 트롯 방식은 대선 후보가 확정적인 여당에선 하기 어렵다. 미래통합당만이 할 수 있는 모험이다. 촌스럽게 하면 망신이고 흥행에 성공하면 당선으로 직진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모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