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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10일간 나훈아가 대통령이었다! 趙甲濟  |  2020-10-17
나훈아가 김정은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면?
  
   지난 추석 연휴 전후 한 열흘간은 나훈아가 정신적 대통령이었다. 9월30일의 KBS 비대면 나훈아 쇼와 10월3일의 재방송 합계 시청률이 약50%, 어딜 가나 화제는 나훈아였다. 노래만큼 툭툭 던진 몇 마디가 해수부 공무원 참살로 찌든 국민들 마음을 어루만졌다. 가수, 작곡가, 작사가, 음유시인(吟遊詩人), 철학자의 면모를 보인 그를 "대통령으로 추천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체제와 개인의 운명을 건 사상투쟁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한반도에서 노래는 가장 고도의 정치행위이다. 이 속성을 누구보다 정확히 간파한 이가 나훈아였다. 나훈아의 폭발적 인기의 비밀에 대하여 어느 언론도 지적하지 않은 점, 그래서 더욱 정치적인 것은, 그가 김정은이 부르고 좌파정권이 강권해도 평양공연을 거부한 배짱의 소유자란 사실이다. 나훈아가 150분간의 쇼에 중간 광고를 넣지 못하게 한 것(그리하여 수십 억 원의 광고비를 포기한 것), 자신의 말을 편집하지 못하게 한 것은 툭툭 던지 듯 치밀하게 준비한 몇 마디 말을 지키기 위한 고집이었을 것이다. 김종인 류의 정치인은 탈이념을 숭상하지만, 한반도에서 이념은 노래의 세계에서도 결정적이란 점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나훈아가 다른 가수들처럼 김정일, 김정은 앞에 서서 노래를 불렀다면 그런 열광이 있었을까?
  
  
   "'테스형 같은 노래는 일본인들이 못 만든다"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 일본 연예계에 정통한 재일동포 한 분이 나에게 전화를 걸어와 "나훈아 덕분에 재일동포가 신 나 있다"고 했다.
   "한국 정부의 반일(反日)정책으로 교포들이 얼마나 어렵게 지내는지 본국에선 관심도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나훈아의 '테스형' 듣고 가슴이 벅차 올랐습니다. 아니, 예수가 태어나기 500년 전의 소트라테스를 형님으로 모시는 나훈아 아닙니까? 일본에선 절대로 그런 통쾌한 가사 못 만듭니다. 일본에서도 크게 히트할 겁니다."
   '테스형'은 음원(音源)시장에서 2030세대의 열광적 인기를 모아 BTS와 경쟁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국경을 넘은 것이다. 이 노래는 나훈아 노래의 인기 비결이 가창력보다 가사의 문학성이 아닌가 생각하게 한다(도입부는 러시아 민요 '백만 송이의 장미'와 비슷했다).
   "그저 와준 오늘이 고맙기는 하여도/죽어도 오고 마는 또 내일이 두렵다/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사랑은 또 왜 이래/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테스형/먼저가본 저 세상 어떤 가요 테스형/가보니까 천국은 있던가요 테스형!"
   돈 매클레인이 작사, 작곡, 노래한 '빈센트'가 고호의 일생을 애잔하게 요약한 것과 달리 '테스형'은 나훈아가 4대 성인(聖人) 중 한 사람과 호형(呼兄)하는 관계가 되었으니 재일동포의 말처럼 일본인이 따라잡을 수 없는 스케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뽕짝은 김치와 같다"
  
   나훈아 붐을 계기로 월간조선 2002년 1월호 오효진(吳効鎭)의 인간탐험 나훈아 인터뷰가 언론에 많이 인용되었다. 이 잡지의 편집장으로서 내가 읽은 수많은 인터뷰 기사 중 가장 흥미진지한 이야기였다. 인간 나훈아의 진면목을 드러낸 풍성한 글이었는데, 그의 '뽕짝'에 대한 확신이 작금의 트롯 붐을 예언한 듯하다.
   "뽕짝은 김치 같아요. 우린 김치 안 먹고 못 살아요. 뽕짝 없이도 못 살지요. 제가 일본 가선 이렇게 말합니다. '한국 뽕짝은 김치다', '일본 뽕짝은 다꾸앙(단무지)이다'. 그럼 사람들이 와 웃습니다. 대중가요가 우리 서민의 마음을 노래하는 것이기 때문에 간단하게 표현하기는 어렵습니다만, 노래라는 것은 기후, 인간성, 지역적 조건, 음식, 이런 것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런데 우리 뽕짝과 일본 뽕짝은 서로 닮아서 구별하기 힘듭니다. 그러나 우리 노래 속엔 일본과 다른 꼭 하나가 있습니다. 대륙 기질이 있습니다. 일본 노래엔 그게 없어요. 우리는, '녹슬은 기이찻길아아아…'하고 내뻗는데. 일본 노래엔 이런 게 없어요. 그냥 두리뭉실 넘어가지요. 일본 가수들은 한국에 와서 절대 히트 못 합니다. 간지러워요. 그 사람들의 음악의 흐름은 바다의 파도와 같습니다."
   나훈아는 부산 출생이다. 나훈아 쇼 1차 방송의 전국평균 시청률이 29%인데 부산은 38%였다. 부산 경남에서 유명한 가수, 작곡가, 작사가가 많이 배출되는 이유는 바다와 강을 끼고 있는 풍광, 그리고 이곳 사람들의 개방적이고 활달한 대중성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대중가요는 부산에서 먼저 히트해야 유행을 한다는 말이 있다.
  
  
  "나훈아를 대통령으로 추천한다"
  
   나훈아 공연 며칠 전 부산에 사는 한 원로 언론인이 '문무대왕'이란 필명으로 조갑제닷컴에 '나훈아를 대통령 후보로 추천한다'는 제목의 글을 보냈다.
   새벽 산책을 하는 바닷가 둘레길에서 어느 여인 세 명이 이런 얘기를 주고 받으며 지나갔는데 그럴 듯하다는 생각이 들어 소개한다고 했다.
  
   여인A: 이 봐라,동생아, 오는 9월30일 공연되는 "나훈아쇼"가 엄청 재미있어 보이제, 니(너)는 어째(어떻게) 생각하노? 온라인 공연인가, 뭔가 해서 난리 아이더나? 1000명 제한의 예약을 위해 접속서버가 불통이 되고,난리 법구통이 됐다 아이가. 대단하제. 나훈아는 역시 인기가 있어 그제.
   여인B: 언니야, 니도 그래(그렇게)생각하나? 나도 언니 생각하고 똑 같다 아이가. 나훈아는 노래 잘 하제, 인물 좋고 건강하제, 무대 매너 좋제, 관객과 호흡이 척척 잘 맞제. 나무랄 데가 없는기라. 그럴깨(그러니까) 청중들이 손벽치고 미쳐 나자빠지는기라. 흥분하고 열광하는 기라. 언니야, 내말 맞제?
   여인C: 나훈아가 그래(그렇게)좋으면 대통령 한번 나와보라 하지.대통령 별수 없더라 아이가. 국민에게 하는 말은 모두 거짓말이고, 자식새끼 챙기는 연놈들만 보듬아주고 말이제. 북한놈들이 바다에 떠 있는 우리 공무원을 총쏴 죽이고 불태워 버렸는데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뭐라고 야단도 치지 않았다 안카나 말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잠만 자고 말이다. 참 분통터질 일이제? 참, 이상하제. 대통령은 도대체 숨어서 뭘하고 있노 이 말이다. 그럴 바엔 차라리 나훈아 보고 대통령 한번 해보라카면 시원시원하게 잘할 거 아이가?
   여인 A,B,C: 맞다 맞아, 나훈아 보고 대통령 한번 나와보라하자. 알겠제?
  
   <이렇게 이어지는 강한 사투리의 이바구(이야기)는 산책거리 간격이 멀어지며 더 이상 들을 수가 없었다>면서 나훈아 대통령론을 폈다.
   <세계적으로 볼 때 연예인들이 대통령이 된 사례도 많다. 배우 출신 로널드 레이건이 미국 대통령이 되어 소련의 고르바초프와 함께 냉전시대를 종식시켰다. 코미디 배우 출신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우크라이나 현직 대통령이다. 소신과 결단과 여민동락(與民同樂)의 뛰어 난 예인(藝人) 나훈아가 공연무대가 아닌 정치무대에서 멋진 공연을 펼치는 것은 어려운 일일까? 나훈아의 선택이 관건(關鍵)이다.>
  
   어느 기자가 레이건 대통령에게 묻는다.
   "어떻게 배우가 대통령이 될 수 있습니까."
   1초도 주저하지 않고 레이건이 즉답하는 장면은 유튜브로도 검색이 가능하다.
   "아니, 어떻게 대통령이 배우가 안 될 수 있습니까."
   작고한 신성일은 생전에 나에게 "배우 배우 하지만 가장 부러운 사람은 가수다"고 고백했다. "배우는 수십만, 수만 명의 환호를 집적 받아보는 환희를 느낄 수가 없다"는 아쉬움이 묻어나왔다. 나훈아도 "아니, 어떻게 대통령이 가수가 안 될 수 있습니까"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문재인 씨는 국민을 크게 하나로 만들라는 의미의 대통령(大統領) 직권을 국민분열에 남용하고 있다. 나훈아는 노래로 국민을 하나로 만들었으니 내가 정신적 대통령이라 하는 것이다.
  
  
   "이래라 저래라 하는 데 안 갑니다"
  
   나훈아가 평양에 간 적은 있다. 1985년,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즈음하여 한국 측 공연단의 일원으로서였다.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3년엔 가지 않고 서울 올림픽 공원에서 공연했다. 여기서 북한에 가지 않은 이유를 직접 밝혔다. 이게 유일한 설명일 것이다.
  
   <여러분, 원래 이 공연이 평양에서 하기로 되어 있었던 공연입니다. 그런데 이 공연이 오늘 서울 평화의 문 앞에서 하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다 할 수는 없습니다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 공연이 누구의 제재를 받고 누가 이래라저래라 하는 간섭을 받고는 이런 공연은 절대 하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저는 간섭을 받기보다는 서울에서 공연을 하는 걸로 결정을 했습니다.
   (관객 환호 함성)
   여러분, 얼마 전에 남쪽 북쪽 이산가족이 만나는 거 뉴스를 보고 아마 마음 아프시고 속상하시고 하신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우리 이산가족이 천만이 넘는답니다. 억지로, 좀 봐주는듯이 해서 한 몇백 명 만나게 해주는데… 일 년에 천 명이라고 봅시다. 천만 명이 만나려면 만 년을 기다려야 됩니다.
   (관객 환호 함성)
   남쪽 북쪽 할 거 없이 정신차려야 합니다.
   (코러스: "우리의 소원은 통일" 합창)
   시끄럽다. 저는 이 노래를 제일 싫어합니다. 4분의 3박자, 느려터져가지고 한두 소절만 들으면 눈물이 나려고 그러고. 이 노래 부를 때 여러분 보셨습니까? 손잡고 그저 울고 앉았어.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언제 통일합니까? 통일의 노래는 힘이 있어야 되고 빠른 템포에 힘이 있어야 합니다.
   갑니다. 여러분 도와주십시오.
   (코러스/관객: "통일 쾌지나 칭칭 나네" 합창)
   이렇게 "쾌지나 칭칭 나네" 해가지고는 북쪽이 안들리니까, 북쪽이 들리게 크게, 왜냐면 같이 정신차려야 되니까. 다시 한번 갑니다! 쾌지나 칭칭 나네(중략)
   언제 해도 해야 되는 통일입니다. 빠르면 빠를 수록 좋고요. 우리 마음을 모아서 빨리 통일합시다.>
  
   여기서도 나훈아는 "남쪽 북쪽 할 거 없이 정신차려야 합니다"라고 '동물원 식 상봉 쇼'를 비판했다. 그 1년 전 월간조선(吳効鎭)과 인터뷰한 나훈아 씨는 "내가 가야 할 자리를 골라서 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누가 말해도 설 자리가 아니면 절대 안 섭니다"라고 했었다. "그러면 너무 비싸게 군다고 안 할까요?"라고 물으니 이렇게 답했다.
   "욕을 먹어야지요. 미국서 제가 신문을 보니까, 일반대중 가운데 30%는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야 슈퍼스타가 된답니다. 너나 나나 다 좋아하는 사람은 슈퍼스타가 아니라 그냥 스타라는 겁니다. 싫어하는 사람 30%가 있어야 좋아하는 사람들이 미칠 정도로 좋아한다는 겁니다. 저는 욕을 많이 먹습니다. 방송사에서 제일 많이 욕먹는 사람이 바로 접니다. 출연 교섭 한번 할래도 '더러워서 죽겠다'고 그래요."
  
삼성전자 뉴스룸
  • naidn 2020-10-18 오전 11:50:00
    조갑제의 방정떠는 것이 심하다
    조갑제는 지식인 애국자 답게 좀 진중해지면 좋으련만
    너무 설쳐대면 아름다움이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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