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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여행이야기
빈센트 반 고흐는 문학가였다 코로나를 뚫고 종횡무진 45일-네덜란드·스위스(1) 趙甲濟  |  2021-10-21
프랑스혁명 당시 루이 16세를 지키다가 戰歿한 스위스 傭兵들을 기리는 루체른의 ‘빈사의 사자상’.
  지난여름 45일간 유럽을 여행하면서 여러 번 한국 여권에 대한 호감(好感)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딱딱한 표정을 가진 공항 출입국 관리자들에게 여권을 내밀면 한국인임을 확인하는 순간 긴장이 풀어지고 간혹 인사까지 건넨다. 테러·마약·돈세탁과 한국인은 친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들이 일상(日常) 속에서 만나는 한국제 휴대폰·자동차·TV·냉장고, 그리고 BTS가 평소에 좋은 인상을 준 덕분일 것이다.
 
  실시간으로 검색되는 ‘세계여권파워랭킹 2021(Global Passport Power Ranking 2021)’ 사이트에 따르면 입국 가능 국가 수 기준으로 1등 여권은 UAE(무비자, 도착 즉시 발급, 사전비자 필요를 합쳐 152개국)이고 2등은 뉴질랜드(146), 3등은 독일·핀란드·오스트리아·룩셈부르크·스페인·이탈리아·스위스·한국·호주(144)이다. 4등은 스웨덴·네덜란드·덴마크·벨기에·포르투갈·아일랜드(143), 5등은 프랑스·몰타·체코·그리스·폴란드·헝가리·영국·캐나다·미국(142), 6등은 싱가포르·노르웨이·슬로바키아·일본(141).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일본·싱가포르를 제치고 1위이다. 북한은, 꼴찌인 아프가니스탄(93등)부터 쳐서 뒤로 여덟 번째인 85등이다. 입국 가능국가 44개국.

최근에 발표된 유에스 앤드 월드리포트의 ‘연례 세계 최고 국가 종합랭킹(2021년)’에 따르면 한국은 78개 주요 국가 중 15등이었다. 20대 국가 중 13개국은 게르만족(族)이 압도적인 북(北)유럽 및 그 계통, 4개국은 동아시아의 유교한자문화권, 3개국은 라틴 계열이었다. 12개국은 개신교, 3개국은 천주교, 3개국은 유교권.
 
  1. 캐나다
  2. 일본
  3. 독일
  4. 스위스
  5. 호주
  6. 미국
  7. 뉴질랜드
  8. 영국
  9. 스웨덴
  10. 네덜란드
  11. 프랑스
  12. 덴마크
  13. 노르웨이
  14. 싱가포르
  15. 한국
  16. 이탈리아
  17. 중국
  18. 핀란드
  19. 스페인
  20. 벨기에
 
 
  한국인의 5종 神器: 자동차·휴대폰·TV·냉장고·BTS
 
  자동차·휴대폰·TV·냉장고·BTS는 한국인의 국제적 이미지를 좋게 만드는 5종 신기(神器)인 셈인데 삼성전자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최근 발표된 2021년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 랭킹에서 삼성전자는 매출액 기준으로 세계 15위, 제조업으론 세계 4위였다. 작년보다 4등이 올랐다. 이재용(李在鎔) 부회장이 재판을 받고 수감되기도 하는 상황에서 이룬 업적이다.
 
  1. 월마트 5591억 달러
  2. State Grid 3866억 달러
  3. 아마존 3860억 달러(37.6% 증가)
  4. 중국국영석유 2839억 달러
  5. Sinopec 그룹 2837억 달러
  6. 애플 2745억 달러(5.5% 증가)
  7. CVS Health 2687억 달러
  8. United Health 그룹 2571억 달러
  9. 토요타 2567억 달러
  10. 폴크스바겐 2540억 달러
  11. 버크셔 헤서웨이 2455억 달러
  12. McKesson 2382억 달러
  13. 중국국영건설회사 2344억 달러
  14. 사우디 아람코 2298억 달러
  15. 삼성전자 2007억 달러(1.5% 증가)
  16. Ping An 보험 1915억 달러
  17. AmerisourceBergen 1898억 달러
  18. BP 1835억 달러
  19. 로열더치셀 1832억 달러
  20. 중국공상은행 1828억 달러
 
  삼성전자가 따돌린 기업들의 이름이 더 거창하다.
 
  23. 엑슨
  24. 다임러
  26. AT&;T
  33. 마이크로소프트
  47. 포드
  48. 혼다
  49. GM
  83. 현대자동차
  88. 소니
  95. 히타치
  104. GE
  116. 닛산
  129. SK
  154. 파나소닉
  173. 보잉
  179. 에어버스
  192. LG
  215. 기아
  226. 포스코
  281. 화이자
 
  삼성 창업자 이병철(李秉喆) 선생이 1950년대에 남긴 기업이념은 딱 세 마디였다. ‘사업보국, 인재제일, 합리경영.’ 삼성의 기적적 발전, 그 원천(源泉)은 창업주의 인문적(人文的) 교양과 어휘력이 아닐까?
 
 
  고흐를 자주 만난다
 
고흐의 그림 앞에 선 필자.
  유럽과 미국을 여행하면 자연스럽게 빈센트 반 고흐와 자주 만난다. 그가 입원했던 프랑스 아비뇽 근방의 상레미 정신병원, 마지막 숨을 거두었던 파리 근교 오베르 쉬르 우아즈 마을, 마을 공동묘지에 있는 고흐와 동생 테오의 무덤, 암스테르담의 고흐 미술관, 걸작들이 많은 숲속의 크뢸르 묄러 미술관. 로스앤젤레스의 산꼭대기 폴 게티 센터엔 상레미에서 그린 1억 달러짜리 붓꽃 그림이 있다.
 
  지난 8월 암스테르담에서 고흐 미술관을 다시 구경했다. 고흐는 그림만큼 글도 잘 쓴 사람이란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 800통이 남아 있는데 문학작품으로 손색이 없다. 그의 아버지는 개신교 목사였고, 고흐도 전도사로 활동한 적이 있어서인지 언어감각이 뛰어났다. 네덜란드어와 프랑스어로 쓴 그의 편지는 주제가 매우 넓다. 고흐의 인문학적 바탕을 짐작게 한다. 그림 감상 시 편지를 함께 읽어야 작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암스테르담의 고흐 미술관이 펴낸 명언집은 편지에서 뽑은 것인데 11개 주제로 분류되어 있었다. 예술, 색, 자연, 야망, 성격, 질병, 슬픔과 위로, 인생, 영혼, 사랑과 우애(友愛), 미래.
 
  그의 편지는 사려 깊고 격정적이며 무엇보다 솔직하다. 고흐의 글은 영혼을 흔든다. 문학가를 넘어 철학가, 성인(聖人) 같다.
 
  고흐는 “선(線)과 색(色)의 예술이 있듯이 말에도 예술이 있는데 둘 다 영속(永續)한다는 점에서 같다”고 했다.
 
  영국 미술사학자 마틴 게이포드는 이렇게 평했다.
 
  “이 편지들은 예술에 대한 역사적 정보원(情報源)일 뿐 아니라 문학적 걸작이다.”
 
  W.H.오든은 “놀랍지 않은 편지가 한 통도 없다”고 했다. 작가 존 업다이크는 “그는 말로써 새로운 그림을 그렸다”고 극찬했다.
 
 
  자연이 고흐의 친구
 
화가 고흐는 문학가이기도 했다. 사진=조선DB
  고흐는 평생 동지 테오를 빼면 친구가 많지 않았다. 그의 진정한 친구는 자연(自然)이었다.
 
  “아름다운 것을 발견하는 데 최선을 다하라. 대부분의 사람은 아름다움을 너무나 적게 접한다.”
 
  “사람들이 진정으로 자연을 사랑한다면, 모든 곳에서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
 
  “아무리 문명화된 환경 속에서 살아가더라도 인간은 로빈슨 크루소의 삶, 즉 야성(野性)을 잊어선 안 된다.”
 
  “요사이처럼 자연이 아름다울 때는 정신이 그렇게 맑을 수 없다. 그때는 나를 잊고 그림이 마치 꿈처럼 나에게 다가온다.”
 
  그는 자연에 대해서도 연민을 느낀다.
 
  “길가의 풀이 밟힌 것을 보면 가난한 동네에 사는 사람들처럼 지쳐 있고 먼지투성이다.”
 
  나는 이 글을 읽고는 브뤼셀 공원을 산책할 때 길가의 짓밟힌 풀을 찍어 유튜브에 올렸다. 고흐는 반골(反骨)이었다. 아버지와 불화(不和)하고, 돈과 명성(名聲)에 영혼을 팔지 않았다. 그는 천재(天才)의 광기(狂氣)를 높게 평가했다.
 
  “위대한 천재는 미친놈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그들을 믿고 무한한 존경을 보내려면 당신도 미친놈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나도 타인(他人)의 지혜보다는 나의 광기를 더 소중하게 여긴다.”
 
 
  “무관심과 맞서 일하라!”
 
  고흐는 어마어마한 독서가(讀書家)였다. 찰스 디킨스, 빅토르 위고, 에밀 졸라 등의 글을 자주 인용했다.
 
  “나는 매일 훌륭한 디킨스 선생이 자살 방지용으로 처방한 약을 먹는다. 그것은 포도주 한 잔, 한 조각의 빵, 그리고 치즈와 파이프 담배이다.”
 
  “나에겐 책과 현실과 예술이 하나다.”
 
  “인생도 그림 그리기와 같다. 때로는 신속하게 결정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의지력으로 돌파해야 한다. 윤곽선은 번개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질 뿐이란 점을 알아야 한다. 머뭇거리거나 의심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사랑밖에 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상(理想)을 위하여 사랑과 마음을 희생시키는 사람들보다 더 진지하고 성(聖)스러운 존재일 것이다.”
 
  “사랑은 언제든지 문제를 야기한다. 그건 사실이지만 대신 사람들을 활기차게 한다.”
 
 “지금 이 순간을 붙들고 그 순간으로부터 무엇인가를 만들어내지 않고는 그 순간을 놓지 않으려는 자세, 나는 그것이 인간의 의무라고 믿는다.”
 
  고흐는 천재를 알아주지 않은 시대를 비타협적으로 견뎌냈다.
 
  “내가 다시 강조하지만, 무관심과 맞서 일하라! 견뎌내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쉬운 것은 가치가 없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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