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영웅 관련 기사에 달린 긴 댓글
무슨 사람 죽인 줄 알았다. 분별력 잃은 언론이 만드는 위선적 도덕 전체주의화가 계속 사람 잡고 있다. TV는 거의 안 봐서 잘 모르겠고. 하여간 근래 활자 매체에서 황영웅이라는 사람 얘기가 제법 나오더라. 폭력이 어떻고 문신이 어떻고 여기저기 말이 많기에 처음엔 황영웅이란 젊은이가 무슨 사람을 패 죽인 줄 알았다.
보니까 황영웅에 대해 문제점 지적을 한 기사들이 많던데, 그래 뭐 언론의 그런 지적이 옳다고 치고, 근데 그런 식이라면 우리는 이제 밖에서 밥도 제대로 먹기 힘들어진다. 한번 보자.
노래로 1등을 뽑는 경연 프로그램은 출연 가수들의 前科조회를 할 권한도 의무도 없다. 노래 경연은 추기경이나 조계종 종정을 뽑는 자리가 아니잖아. 그냥 청중이 노래를 듣고 마음에 드는 가수를 점찍으면 그만이다. 노래 부르는 소리가 좋다고 했지 누가 가수 인격이 예수 같아서 좋다고 했나.
公人 公人 하던데, 도대체 공인은 뭔가? 기준이 법에 나와 있나? 방송에 자주 나오면 무조건 공인인가? 그냥 대중에게 유명하기만 하면 공인인가? 사람을 많이 상대하는, 대중 앞에 서는 職群에 있기만 하면 공인인가? 그러면 유명한 절도범, 방송 출연한 적 있는 조폭 두목들도 공인인가? 유명한 식당 주방장도 공인인가?
좀 못난 놈이 TV 나오면 안 되나? 내가 보기 싫은 자가 TV에 나오면 채널을 돌리면 된다. 힘 있는 자들이 내가 싫어한다고 사람을 TV에 못 나오게 두들겨 패는 세상은 곧 김정은 세상이 된다.
일정한 과오에 대한 진심 어린 반성은 당사자가 하는 것이고 그것은 그 사람의 인격, 양심 문제이지 노래 부르는 조건은 아니다. 과오에 대해 정말로 반성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일이고.
어떤 이가 TV에 나와선 안 되는 것인지는 현재 범법자인가 하는 점과 방송국 입장에서 시청률에 아무 도움이 안 되는 자인가에 달려 있는 것이지 여론을 선동할 힘을 가진 자들의 입맛에 달린 문제가 아니다. 공중파(지상파)는 결국 우리 모두의 것이지 힘센 놈, 도덕군자들의 전유물은 아니다. 듣기 싫은 노래에 채널 돌릴 권리와 자유가 있듯이 내가 좋은 노래 들을 권리도 있는 것이다.
대중 앞에 나서는 다른 일과는 달리 방송 출연이란 신성한 것이라 치자. 그래서 그런 데에 나와서 노래를 불러선 안 되는 정도의 사람이 출연해 문제가 됐다면 그런 사람을 걸러내지 못하고 방송에 내보낸 무능한 방송사가 더 잘못이지. 가수 지망생이 혼자 두들겨 맞아야 하나.
못난 과거를 가진 가수 지망생에게 고도의 도덕성을 필요로 하는 職群에 대한 잣대를 들이대고 대중 앞에서 노래 부르는 일 자체를 막아야 정의가 선다면, 그런 식이면 과거에 모가 났던 사람, 전과가 있는 사람은 대중들이 많이 찾는 유명 식당의 주방장도 해서는 안 되는 거다. 그런 세상이 되면 우리는 어디 밥을 먹으러 가더라도 전과 하나 없고 마음씨 착한 사람이 하는 식당을 찾아내 가야 하고 자동차를 고치더라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지금 국회의원 중에 전과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나. 예전에 이미 처벌을 받고 죗값을 치렀든 사면을 받았든 간에 그들도 의원직을 내려놔야 한다.
청년들 앞에서 작가 행세하는 전 보건복지부 장관 유시민 씨는 이른바 서울대 프락치 사건이라고, 아무 죄 없는 학생을 심하게 고문, 폭행하는 일을 교사한 사람이다. 내란음모 꾸미다 잡혀간 이석기의 반역성은 과거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그를 무려 두 번 특별사면씩이나 시켜준 사람도 대통령 되는 판국이다.
요즘 분별력 잃은 언론이 이상한 사회를 만들고 있다. 동물 보호랍시고 길에 다니는 개, 고양이에게 환장하는 사람들이 그 개, 고양이에게 돼지고기, 소고기로 만들어진 먹이는 아무 생각 없이 먹인다. 개, 고양이는 안 되고 소, 돼지는 괜찮단 말인지.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 얘기는 언론이 멀리 한다. 길 고양이에게 먹이 챙겨주는 일이 선행이라는 이도 있지만 그 고양이에게 물려 죽는 보호종도 많은 것이 현실인데, 그런 지적을 하는 언론도 거의 없다.
세상에는 교활한 자, 야비한 자, 흉폭한 자, 교묘히 남 등쳐먹는 자 등등 문제 있는 자가 널리고 널렸다. 식당에도 옷가게에도, 큰 기업에도... 그런 자들이 잘하고 있다는 게 아니다. 세상은 원래 불완전한 것이고 그 속에서 우리는 부족한 도덕과 불완전한 법에 따라 살아간다는 소리다. 경멸하는 자의 연설을 듣게 될 때도 있고 밉상인 자의 집에서 국수를 사 먹게 될 때도 있는 것이다. 황영웅이 마음에 든다는 것도 아니요 그 과거가 충분히 양해할 만하다는 소리도 아니다. 그는 단지 가수이며 다른 여러 사례에 비추어 공평의 관념에 맞게 대해야 한다는 말이다.
사실 황영웅 노래를 들어본 적도 없고 그가 과거에 무슨 짓을 했는지도 잘 모른다. 물론 그 피해자는 아직 고통이 있을 것이다. 그걸 감안해도 요즘 황영웅 죽이기는 과도하다. 그래서 언론이 분별력을 가지고 공정하게, 법대로 세상을 바라보았으면 하는 것이다. 고양이 밥 주는 사람만 옳다는 식의 전체주의 세상 만들지 말고 황영웅 노래 좋아하는 사람들이 듣고 싶은 노래 듣도록 좀 놔두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