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최근 러시아의 대표적인 우방으로 꼽히는 벨라루스의 알렉산더 루카센코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에서 북러 간 협력 관계에 벨라루스를 포함한 ‘북러벨’ 3자 협력 확대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 전문가들은 벨라루스가 북러 간 무기 거래의 중간 창구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보도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러시아 서남부 흑해 연안의 작은 도시 소치. 이곳에서 지난 1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그의 ‘든든한 동생’ 알렉산더 루카센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올해 들어 여섯 번째 회담을 가졌습니다. 벨라루스 국영 매체인 ‘벨타’(BelTA)에 따르면 이날 회담에서 루카센코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북러 간 협력 관계에 벨라루스를 포함해 “세 방향으로 협력을 발전시키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루카센코 대통령은 지난 13일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김정은 북한 총비서와 정상회담을 한 것을 두고 “보기 좋았다”며 “이는 자신도 이전에 당신과 함께 그곳을 방문한 적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그는 푸틴 대통령에게 “북한이 우리(벨라루스)에게도 지대한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덧붙이면서 “현존하는 문제들을 고려할 때, 세 나라의 협력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벨라루스가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piece of work)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패트릭 크로닌(Patrick M. Cronin) 미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는 2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벨라루스는 러시아와 함께 북한의 국방 및 우주 기술 협력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크로닌 석좌는 지난해 북한이 러시아에 전쟁 물자를 제공했을 때 제3국을 통해 바그너 그룹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아마 북한은 벨라루스를 통해 러시아에 무기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벨라루스를 통한 일부 기술을 공유할 가능성과 함께 푸틴 대통령은 벨라루스와 북한을 러시아의 서쪽과 동쪽에 방어적인 완충지대로 발전시키길 원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워싱턴의 민간연구기관인 스팀슨센터의 로버트 매닝(Robert A. Manning) 특별연구원(Distinguished Fellow)도 21일 RFA에 “북한은 군사 정찰위성 발사를 이미 두 번 실패한 것에 대해 러시아의 도움을 구하는 것으로 보이며, 아마도 핵 기술에 대한 도움도 필요로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다만 “벨라루스가 이에 어떤 도움을 줄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정부는 북한, 러시아, 벨라루스 세 나라의 협력 가능성에 예의 주시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5일 정레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북러벨’ 3국 협력의 성격을 규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설리번 보좌관은 다만 미국은 “그것이 행동으로 옮겨지는지를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It's hard for me to characterize this trilateral cooperation. We'll see what comes of that that at the moment feels like words but we'll see what it translates into in terms of actions.”)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 기자는 RFA “러시아가 벨라루스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하는 것은 서방 국가들 입장에서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며, “북한은 벨라루스에 배치한 러시아 전술핵을 내세워 자신의 핵 보유 정당성을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마키노 요시히로]북한은 이미 전술핵무기뿐만 아니라 전략핵무기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가 북한에 핵을 배치하는 것을 기대하지 않고, 북한도 그런 것을 요구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북한은 “왜 P5, 즉 미국과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만 핵무기를 보유하느냐”며 NPT 체제에 반발한 바 있습니다. 러시아는 벨라루스에 전술핵을 배치하는 것이 NPT를 위반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상 핵확산이 일어난 이 상황은 북한 입장에서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러시아는 지난 3월 벨라루스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러시아 타스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지난 6월 러시아 국영 방송(로시야-1)과 가진 인터뷰에서 “다는 아니지만, 러시아의 전술핵무기를 순차적으로 받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편 자유유럽방송 벨라루스 서비스(Radyyo Svaboda) 등에 따르면 알렉산더 루카센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지난 19일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열린 베냐민 콘드라티예프 크라스노다르 러시아 주지사와의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과 회담에 대해 “우리는 이를 공개적으로 발표하지 않는다”면서도 “최근의 협상은 국방과 안전에 관한 것이었다"며, "증가하는 도전과 위협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공동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