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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가 세상에서도 아름다운 일이 있었네 무학산  |  2020-10-18  |  조회 : 262  |  찬성 : 2  |  반대 : 0

개인사를 하나 이야기 하겠다 개인사를 말할 만한 사람도 못 되면서 그런 이야기를 하려니 부끄럽고 민망하다. 우리는 여태껏 눈물 흘리기가 몹시 어려웠다 울어야 할 자리에서도 눈물이 나지 않아 남보기가 민망했던 적이 더러 있었다 우리의 체질이나 인성 탓일 수 있으나 우리는 우리 부모의 영향이라고 본다 우리 부모는 유소년기와 청년기를 일본에서 보냈고 거기서 결혼하고 자식 낳고 살다가 장년이 되어서야 한국에 와서 살았다 그렇게 일본 교육을 받은 탓인지 절대 울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남이 우는 것조차 두고 보지 못했다 이런 부모 아래서 컸으니 우리도 그렇게 된 듯하다 그러나 오늘은 기이하게도 신문 기사 하나에 눈물을 흘렸다 나이가 든 탓인지 가을바람 탓인지는 모르겠다

 

오늘 각 신문마다에"쌍둥이인 줄 모르고 44년 흘렀다"한미 눈물의 비대면 상봉란 기사가 있다 197663살배기 여식아이가 외할머니와 외출한 뒤 남대문시장 인근에서 길을 잃어 가족과 생이별했다. 그리고 그해 12월 미국에 입양돼 갔다 그는 자기가 버려진 줄로 여태껏 오인했고 자신의 이름도 문성애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실제 이름은 윤상애였다 어른도 아닌 겨우 걸음마 하는 아이가 가족과 헤어진 지 44년이 지났지만 문성애로나마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은 것은 아이의 의지로 된 것이 아니라 조물주의 뜻이었을 것이다

 

한편 그의 부모는 아이를 찾기 위해 온갖 발버둥을 다 쳤다 그 가족이 직접 아이를 찾는다는 전단지를 만들어 시장마다 골목마다 뿌리고 다녔다 이 와중에 아이의 아버지는 한이 맺혀 죽었다 44년이 지난 그 전단지가 색깔이 벗겨지고 낡은 채로 신문에 실린 것을 보곤 나도 몰래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실종자의 아버지가 한으로 죽었다는 말에도 덤덤했지만 전단지를 접었던 자국조차 선명한 전단지 사진을 보고선 반갑게도 눈물이 흘렀던 것이다. 전단지 하나를 44년 동안이나 보관해왔는데 잃어버린 자식은 얼마나 가슴 깊이 넣어두고 있었겠는가. 44년 동안이나 보관한 사실이 부모의 가슴앓이가 어떠했을지를 대신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그 아이의 호적과 주민등록등본도 고스란히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한국말을 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런데도 화상 대화 중에 어눌하게 엄마 예뻐요” “엄마 사랑해라고 반복해 말했다고 한다 자기 이름은 잘못 기억했지만 엄마란 말은 바로 기억하고 있으니 역시 엄마는 위대한 모양이다 그 어머니는 아이를 잃었던 남대문시장에서 장사를 하며 지나가는 사람마다 내 딸이 아닌가 생각하고 살아왔다고 한다 그런데 그 실종 아이가 쌍둥이라는데 어머니를 찾은 기쁨에 더해 쌍둥이 언니까지 새로이 얻었으니 가히 조물주의 섭리가 이 아닐까 한다 

전단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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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浩然의 生覺 2020-10-18 오후 6:47:00
    저도 기사 보았습니다
  • 옵 빠 2020-10-19 오전 7:45:00
    요즘 문씨가 아니라는 것이 큰 축복 같습니다 .
  • 무학산 2020-10-20 오전 10:36:00
    옵 빠 님.
    浩然의 生覺 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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