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제닷컴

패러디) 윤.김 회동 무학산  |  2021-11-29  |  조회 : 136  |  찬성 : 0  |  반대 : 0

세상이 거꾸로 돌아간다 일월성신과 지구의 움직임은 그대로이되 사람이 거꾸로 돌린다 문재인 혼자만으로도 어지럽게 거꾸로인데, 문 씨의 탓인지 잔소리깨나 하는 자는 모두가 거꾸로 돌려댄다 유비가 삼고초려로 공명을 찾았다면 공명은 어떻게 나올까? 거만하게 뻐기든지, 찾아주심에 감사하든지 양단간에 한다 하지만 늦게 찾아왔다고 토라지며 거래를 하자는 이가 있다 흥정이 자기 마음에 안 들자 도리어 격분했다고 했단다 허참. 세상이 온통 거꾸로이고 몰염치와 불의와 악으로 채워졌다

 

전과자도 대통을 하겠다 나섰다 대통병 환자가 코로나19처럼 지독히 유행하고 있어서다 이 판국에 나라고 못할손가? 떡대로 말하자면 역발산기개세로 장대하고 소신으로 말하자면 대통에게도 대든 바로 나이다. 게다가 우리 동네서는 나를 정의라 한다 나를 등떠밀어 출마하라 채근하는 이도 쎄고 쎘다 그래서 결심했다

 

어느 그윽한 산림에 은거한 이가 사람으로 하여금 대통이 되게 해 주는 데에 도가 텄다는 소문이 있다 그의 유명짜한 이름이 저자거리에 가득한데 명실상부한지 멸실불부한지 혹은 명불허전인지 유명무실인지 아직은 내 모르지만 북받치는 욕망에 하루는 그를 찾아갔다

 

둘이서 탁걸리 상을 가운데에 놓고 마주 앉아 권커니 잣거니하다가 서로 술이 거나해졌고, 방바닥엔 술병과 안주 그릇이 어지러이 뒹굴고 있었다 이윽고 내가 입을 열어 그의 함자를 여쭈었다 내 이름은 어진 새벽종(仁種)’이오한다 그의 거룩해 보이는 이름에서부터 내 영혼이 그에게로 빨려들어갔다 이어서 그가 말하길 천도와 시운을 타고나신 임금이시여. 오신 김에 내가 그대의 손바닥에 王 字를 새겨주겠오. 그 손바닥에 천하를 쥐어 드리리다한다 내가 기암하도록 놀랐으나 기분은 흐뭇해서 허리굽해 인사하고 돌아왔다

 

집에 와서 수하들을 불러놓고 물어보니 그는 협잡꾼이요 뇌물범이다하고, 아이다. 그의 지략은 산을 옮길 만 하고 바다를 메울 만하다한다 또 그는 바람따라 오고가는 사람이오. 세상에 그런 갈대도 없소. 믿어서는 아니되오한다 무슨 소리. 누구도 그이 덕에 제왕이 되고 또 누구도 그가 밀어 제왕이 되었거늘 바로 어제의 일을 벌써 잊었단 말인가?”한다 이 사람이 이 말 하고 저 사람이 저 말 하는지라, 내 그를 믿고 싶은 마음에 그에 대한 칭찬만이 내 귀에 쏙 들어왔다 이에 이렇게 힘주어 말했다 자고로 기국이 큰 사람은 극도의 다른 모습. 둘 다 가졌다 그런 분께는 천사도, 악마도 다 들어있는기라. 그를 헐뜯는 이를 내 다시는 보지 않으리라.” 독하게 마음먹고 심복 장제 씨도 쫓아내고 수하 김성 씨도 후차냈다 내가 그에게 이런 모습을 보였으니 그도 나에게 같은 모습을 보이기를 기대하며 이윽고 그의 산중 움막을 또 찾아갔다

 

그가 하는 말이 내 그대를 그대가 원하는 것으로 만들어 주리다했다 만인지상이 되려는 내 포부에 딱 맞는 말에, 내 부인이 왕비가 되는 모습을 그려보다가 침을 흘린 채 잠시 정신줄을 놓았던지, 그의 말이 나를 흔들어 깨웠다 대신 나에게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관작을 주시오. 그리고 오십육억칠천만 톤 무게의 을 주시오했다 이에 정신이 퍼뜩 들어, 천하를 논하는 이는 초개 같은 재물과 하찮은 관작에 뜻을 두지 않거늘 저이는 왜 저러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남아로 태어나서 천하꿈을 꾸는 건 모름지기 당연하지만 그러려면 마음부터 비워야 하오. 백이.숙제의 정신이 아니고서야 어찌 천하를 넘본단말이요? 그렇게하여 나라를 일으킨들 도척 같은 천하 악당밖에 더 되겠오?”했다 그가 되받아 치는 말이 좋소. 그러면 나는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관작은 포기하겠오. 그 대신 당신은 천하를 갖고 나는 재물을 갖자는데 그게 잘못이오? 그래. 도척을 잘 들먹였오, 도척의 형이 누구요? 천하의 현인 유하혜 아니오? 한 어미 배에서 난 형제라도 다 다른 법이오. 어찌 그대와 내가 같기를 바라오? 그대는 선험적 유신론자요 그딴 것은 지푸라기보다 못하오 권력과 돈이 세상과 사람을 움직였고 문명을 끌어왔오했다 이 말을 듣고 내 사심없고 웅혼한 꿈을 저런 자에게 기탁해서는 아니 되겠다 싶어 우사인 볼트의 달리기로 돌아왔다

 

그러나 시간이 가고 날이 바뀌니 눈앞에 자꾸 청화대가 어른거리는지라, 어쩌지 못하고 또 찾아갔다 찾아가기 민망했지만 삼고초려의 형식은 갖추어야 유비 급은 되겠다 싶어 삼세번 째 찾아갔다

 

그가 내 얼굴 앞에 착 달라붙어 귀에다 대고 말했다 나는 숱한 사람을 대통으로 만든 이력이 있소. 시체말로는 최고의 스펙인기라요. 그 방면에는 나 말고는 사람이 없소. 내 제안대로 하겠오 말겠오? 내 제안을 거절하면 밖에서도 당신을 돕지 않을 거요. 날고뛰는 나도 대통을 만들기보다 대통이 못되게 하는 데에 더 재주가 있소. 청화대로 가든지 감옥소로 가든지 당신하기에 달린 게 아니라 내 하기에 달렸오. 우짤라요?”했다 

 

도움을 구하려 갔다가 깝데기가 벗길 판이고 포도대장 출신이 소매치기가 될 판이다 자기가 찾아와서 거래를 제안해도 말이 안 되거늘 찾아간 사람에게 거꾸로 제안하고 협박했다 말 안들으면 밖에서도 안 돕겠단다 밖에서 해코지하겠다는 말 아니랴. 이러구러 시간만 날아갔고 조개와 황새 흥정에 전과자만 지지율 올랐다 아. 나도 모르는 새에 세상은 거꾸로 돌고 있었구나. 그래도 못내 청화대꿈이 그리워 그가 언젠가 찾아주리라 믿고 전망 좋은 특실을 비워 두었다 찾아와 주기만하면 그의 뜻대로 해주리라 마음먹고.

댓글달기

댓글달기는 로그인후 사용하실 수 있으며, 내용은 100자 이내로 적어주십시오. 광고, 욕설, 비속어, 인신공격과 해당 글과 관련 없는 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됩니다.

로그인
  • 글쓴이
  • 비밀번호
  • 비밀번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