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 중 만난 사람들 (245) - 한국인은 왜 반정부 데모만 합니까?

(English version is below.)

.

일본을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들의 여행 문화 역시 오랜 역사가 있음을 발견한다. 부러움의 대상 중 하나다. 에도 시대(1603-1868) 이전부터 사무라이 집단을 중심으로 한 상류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찰 참배(寺刹參拜)를 목적으로 한 관광이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여행은 종교적 성격이 강했다. 도로망(道路網)이 확충됐다. 유명 온천(溫泉)과 대도시 관광을 포함 여관, 식당 등의 시설도 발전했다. 이러한 인프라는 마침내 일반인들의 참배 여행에도 크게 이바지했다. 자연스럽게 여행의 대중화로 이어졌다. 이들은 1900년대 초부터 오늘날 말하는 그룹(패키지)으로 해외여행을 하기 시작했다. 1912년, 일본 여행 협회가 설립됐다. 곧이어 국제 관광국을 설치했다. 이를 바탕으로 일본은 관광을 국책(國策)사업으로 육성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세계적인 관광 대국이 된 배경이다. 알고 보면, 어느 날 갑자기 이뤄진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가장 많이 가 본 나라 중 하나는 일본이다. 개인적으로 일본 친구의 집에서 몇 번 묵어본 것 이외엔 다 자유여행이었다. 내가 처음 일본을 방문한 것은 1989년, 도쿄 신주쿠에 살고 있던 일본인 친구의 초청으로 그의 집에서 이틀을 묵은 것이다. 두 번째도 역시 신주쿠였지만. 세 번째는 시부야였다. 당시 그 친구들은 다들 가정을 이루고 있었다. 내가 놀란 것은 그들의 좁은 생활공간이었다. 잘 돼야 8평 정도. 그러나 깔끔하고 있을 건 다 있었다. 부엌의 싱크대, 냉장고, 샤워실, 다다미 안방, TV. AC, 책상, 장롱, 신발장, 빨래 건조대 등등. 정말 신기하게 보였다. 아니 믿기지 않았다.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잘 사는 부자나라 일본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

1990년 한국의 GDP는 3,180억 달러, 일본은 3조 1,030달러였다. 당시 일본의 GDP는 한국의 약 11배였다. 또한, 1인당 GDP 역시 그랬다. 1990년 한국은 6,610달러였고 일본은 2만5,896달러였다. 약 4배의 차이였다. 언감생심(焉敢生心), 한국과는 비교 불가의 나라로 막연히 부러워했던 일본이었다. 적어도 나에겐 그랬다. 다들 알다시피, 1980년대부터 일제(日製) 전기밥솥을 비롯해 하다못해 일제 샤프펜, 볼펜, 카셋 테이프는 물론 먹거리와 옷 등 온갖 잡동사니도 그저 일제라면 부러워하고 갖고 싶어 했던 시대였다.

.

사실 그때나 지금이나 일본인들의 생활공간은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지금 우리가 묵고 있는 일본형 비즈니스호텔이 좋은 본보기다. 2인 1실 방이 3~4평 될까 말까다. 그러나 역시 깔끔하고 있을 건 다 있다. 우리는 일본에 올 때마다 이런 비즈니스호텔을 이용한다. 물론 이용자들의 대부분은 20대부터 50대까지 일본인 직장인들이다. 가끔 한국인과 중국인 그리고 서구인들이 보이지만 구우일모(九牛一毛)에 불과하다.

.

일본 비즈니스호텔의 장점은 한둘이 아니다. 저렴한 요금, 역세권의 편리한 위치, 편의시설 등. 그러나 우리가 선호(選好)하는 이유는 엉뚱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좁은 식당 공간이다. 마치 한국의 분식집을 연상케 할 만큼 식탁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좁은 공간이다. 서로 마주 보고 또 옆 사람과 가까이 붙어서 아침 식사를 한다. 투숙객들과 인사를 나누다 보면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이런 기회를 활용해 가능한 한 많은 외국인과 대화를 나눈다. 그 재미와 보람과 가치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규모가 있는 호텔에서는 이런 기회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에 더욱 그렇다.

.

아침 식사 중에 식당 TV에서는 계속 뉴스가 흘러나왔다. 광화문 시위 장면이 나왔다. 마침 야당 대표와 국회의원들 그리고 반윤석열 세력들이 윤석열 탄핵과 김건희 특검을 외치는 장면이었다. 옆의 50대 일본인 남성이 물었다. “한국인들은 정말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싫어합니까?”

.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