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11.20) 조선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었다〈‘김건희 예산’이라 깎겠다더니...野, 개식용 종식 예산 1147억 늘려〉개 식용 종식법을 만들고 당분간 유예기간을 두고서, 육견 산업 종사자가 사업을 스스로 털고 난 뒤에 법률을 시행할 줄 알았는데 당장 개 사육 농장에 저 예산을 퍼부어 개 식용을 종식시키겠다니 왜 이리 급한가. 무엇이 쫓아오기라도 하는가? 예산을 들이지 않고 국민 계몽과 설득. 권유로써 추진해야 할 일을, 법을 만들어 강제로 추진하겠다니 그게 잘 될 턱이 없다 이 점에서 검사다워 보이는데 그러므로 조급함과 무능함과 낭비벽이 드러난다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이다
개고기 금지에 세금을 쓴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는데 이 기사 덕분에 다음 것들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신문에 김건희 씨가 개 식용 종식법 처리 필요성을 자주 강조했다고 돼 있다 외부에 대고 자주 강조했다니 ‘베개밑송사’도 능히 했을 것이다 “베개밑송사가 옥합을 뚫는다”더니 그래서 윤석열이 개고기 식용 금지법을 만들고 또 완결을 위해 서두르는 것일까? 여당마저 이 법을 종종 ‘김건희법’이라 지칭했다는데 윤석열과 김건희를 빈정댄 것이 아니라 할 수 없다
트럼프가 선거 유세 중에 우리나라를 두고 ‘돈 만드는 머쉰’이라 했다 우리를 벗겨 먹으려 벼르는 말이자 조롱한 말이고, 세금을 허투루 쓴다는 비판이기도 할 것이다 개인의 식생활을 법률로써 강제하기 위해 천백억이 넘는 예산을 끌어 퍼붓겠다니 돈 만드는 머쉰이 아니라 하기도 어렵게 됐다 우리나라가 IMF를 맞고 이른바 “경제 식민지”가 되자 IMF의 첫말과 그 반복이 “불필요한 예산을 없애라.”였다 그때는 개고기 식용을 막기 위한 예산이 있지 않았음에도 불필요한 예산을 없애라고 한 것이다
김건희가 개 식용 금지법 필요성을 말하지 않아도, 윤석열이 그런 법을 만들지 않아도, 개고기 식용 현상은 자연스레 소멸되게 돼 있었다 개고기를 먹던 나도 개고기를 먹지 않은지 40여 년이 됐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이 특별한 이유 없이 개고기를 먹지 않게 되었다고 말한다 개고기가 옆에 있어도 저절로 외면하게 됐으니 개고기를 먹겠다고 우기지도 않을 것은 뻔하다 살림살이가 나아졌으니 개고기가 아니더라도 먹을 고기가 많아진 것도 한 원인일 것이다
지금 개고기를 먹는 사람들은 열에 아홉이 병자들이다 병 치료를 위해 마지막 수단으로 어쩔 수 없이 먹는 것이다 이마저 금하니 “사람이 먼저다”는 말이 무색해진다 극소수의 병자와 음지에서 숨어서 먹는 사람들. 이런 약자들을 도와주어도 모자랄 판에 법률을 만들고 예산을 쓰겠다니 나라에 세금 쓸 곳이 그렇게도 없나?
“만장에 후레자식이 없나.”라는 속담대로 사람이 많다 보면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고 개고기를 먹는 사람도 있다 개고기가 마약도 아닌데 법률과 예산으로써 개고기 식용을 막겠다니 개고기는 더욱 지하에서 번성하게 될 것이다 미국에 금주법이 실시되자 술이 없어지던가? 도리어 술은 지하에서 더욱 번창하여 술값이 금값이 되었으며 조폭 두목 알 카포네가 나타나서 세상은 더 어지러워졌다
문명국일수록 법률로써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데에 신중하다 문명국가 치고, 이것은 먹어도 되고 저것은 먹으면 안 된다고 法몽둥이를 들고 이래라 저래라 시키는 국가는 없는 줄로 안다 미국의 개인주의 덕분에 오늘의 미국이 있다는 주장은 정설이다 흔히 개인주의라고 하면 개인의 방종으로 이해하는 데 아니다 개인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타인이 간섭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민주주의의 교과서이랄 수 있는 미국은 저러는데 우리는 개인의 식생활이나 식성을 타인이 간섭하며 국가가 강제한다
윤석열은 ‘만 나이法’과 ‘개 식용 금지법’을 만들었다 저런 관념적 법률을 먼저 만든 것으로 보아 윤석열이란 사람 자체가 관념적인 듯하다 대통령이 관념적으로 놀면 공무원은 더욱 관념 유희(觀念遊戲.현실을 살피지 않고 관념적 이론에 머뭄)에 빠지게 된다 대통령이 관념적이고 공무원 또한 그렇게 일하면 그 나라는 볼 장 다 본 나라가 되고 만다 현자는 실속을 챙기고 우자(愚者)는 허울을 쫓는다는 말씀이 떠오르는데 무능자일수록 자기 무능을 덮기 위해 관념이나 허울을 택하게 된다 "무능한 통치자는 萬斬(만참)으로도 모자라는 역사의 범죄자"라는 조갑제 닷컴의 기사가 새롭다
신문도 ‘개 식용 종식법’이라고 썼는데, ‘종식’이란 말이 법률 이름에 든 것이 많은 점을 시사한다 美군정이나 6.25가 끝났을 땐 미군정 종식, 6.25종식이라 쓰야 하지만, ‘법률에 ‘종식’을 넣어서 ‘개 식용 종식법’이라고 하니 생경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다 법률에 종식이란 단어가 들어 있으니 종식을 안 해도 되는 것을 억지로 종식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개인의 식생활이나 식성을 타인이 옳니 그르니 해서도 안 되고 국가가 법률로써 강제해서도 안 된다 만일 개인의 식성을 타인이 간섭하고 국가가 강제한다면 개를 먹는 것보다 질 낮은 반문명국가가 아니라 하겠나.
여러 나라가 대마초를 마약 범주에서 풀어주어 국민의 기본권을 신장시키는데 우리는 도리어 개고기를 법으로 강제하려 들었다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국가의 권력을 제한한다 먹거리 선택의 자유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다 개고기 식용 금지법이 발효되고서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면 나라도 헌법 소원을 낼 참이다 정치인에게는 겁나는 데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제대로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