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孝), 제(悌), 충(忠), 신(信), 예(禮), 의(義), 염(廉), 치(恥)는 삼강오륜의 요체이다. 삼강오륜은 유교의 강령이긴 하나 인간으로서 취해야 할 기본적 덕목임은 말할 것도 없다 삼강오륜을 한마디로 말하면 ‘인의(仁義)’라 하겠다 인의가 메마른 세상에서 인의를 띄고 정치하면 은인을 막 대하는 사람보다 앞서 뜻을 이룰 것은 자명하다
한동훈의 언동을 자라나는 세대가 보고 배울까 겁난다 인의라곤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자라나는 연령층은 안 그래도 삼강오륜을 엿 바꿔 먹는 세대인데, 그들이 여당 대표의 언동을 인생 교본이나 출세 교과서로 삼을까봐 두려운 것이다. 한동훈은 평소에도 대통령 윤석열에게 기어오르기를 자주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왜 저러나?” 여기게 하더니, 그게 길게 이어져 “숨은 원한이 있는 게 아닐까?”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마침내 “저런 사람이 무엇이 된다면 낭패다”고 생각하기에 이른 사람이 내 주위에만도 수두룩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마자 남 먼저 반대하며 욜랑대더니 더민당보다 더 매정하게 윤석열을 끌어내릴 태세다. 조금 전에 조선일보는 이런 기사 제목을 실었다〈속보 한동훈 "尹 탄핵안 통과되지 않게 노력… 탈당 다시 요구"〉피를 토하며 탄핵 반대라 외치고, 자당 의원들이 찬성하지 못하게 어떻게든 속박해 놓아야 할 마당에 겨우 “탄핵안 통과되지 않게 노력”이라 말했다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말이 아닌가.무서운 사람이다 자기 집에 불이 났으면 불부터 끄고 나서 밥하다가 불 낸 마누라를 혼내야 할건데 도리어 마누라부터 짐 싸 나가라고 하니 어찌 무섭지 않겠나.
비록 윤석열과는 정치관이 맞지 않을지라도 한솥밥을 먹는 이상 저럴 수는 없다 윤석열이 누군가. 검찰 변방에 떠도는 한동훈을 일약 법무장관으로 끌어준 사람이다 당 대표가 되는 데도 한 힘 보탰을 것이다 대개의 국회의원은 장관으로 픽업된 것만으로도 일평생 감사한다 그것이 이 시대의 절조(節操.절개와 지조)로 굳어졌다 그러므로 남들도 ‘친박근혜’니 ‘친명박’이니 말해주며 대통령 누구 누구의 사람으로 인정한다
여담 하나 하겠다 한동훈 덕분에 나는 배운 게 많다 한동훈의 어리석음을 통해 나의 지혜를 배웠기에 한편으론 감사하기도 한다 친구 중에 초등학교를 나오지 않고 중학교에 진학한 이가 있다 합천(陜川) 사람인데 초등학교를 졸업할 나이 때까지 할아버지에게서 한학을 배웠다 그러고서 중학교에 입학했다 그 친구를 만나서 “한동훈이가 대통령에게 개기는 행위를 딱 한 단어로 묘사하고 싶은데 그런 단어가 없나?”고 물으니 “있다”고 대답했다 반갑고 급한 김에 “빨리 말해라”며 재촉했다 그가 말했다 “지척(指斥)이다” 사전을 찾아보니 “웃어른의 말이나 행동을 지적하여 탓함”이라 돼 있다 한동훈이 여당 대표가 된 이후 윤석열을 지척한 것말고 무엇을 또 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아울러 ‘충담(忠膽)’ 이란 말도 가르쳐 주었다 사전에 “윗사람이나 임금을 섬기는 참된 마음”이라 돼 있었다 한동훈이에게 말재주는 있어도 충담이라곤 없어 보인다 다른 단어도 많이 배우는데 글을 쓰다가 막히면 친구에게 전화하여 “이럴 때 쓰는 한 단어로 된 한자는 뭐냐?”고 묻는다 그러면 친구는 이런다 “이 자슥아. 맨입에 배울래?”
한동훈은 인의를 배우지 못한 것 같고, 덕의(德義.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덕상의 의무)도 익히지 못한 것 같다 그런 사람이 무슨 덕위(德威.덕의 위력)로써 천하사(天下事.제왕이 되려고 하는 일)를 다툴 수 있겠나. 재주가 많은 사람일수록 저런 측면이 부족하여 다 된 죽에 코 빠뜨리는 우를 범한 이가 역사에 수두룩하다 비록 윤석열의 정책이 잘못되었거나 혹 한동훈 자기 마음에 안들지라도 인욕이대(忍辱而待.욕됨을 참으면서 기다리다)하지 않고 진중하지도 않는데 무엇이 되기는 어렵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