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학산의 내자(內子)에게 오빠가 한 놈 있다 무학산보다 딱 열 살이 많다 그가 우리의 결혼을 형식적으로 반대했다 이유는 무학산이 ‘주먹’이다는 것이었다 어떻든 결혼은 했고 나는 매양 그를 ‘처남’이라고 불렀다 예법에 맞게 정확하게 부른 호칭이었는데 그는 불쾌했던 모양이다 자기더러 ‘형님’이라고 부르라 몇 번이나 말했지만 나는 초지일관 지금도 처남이라고 부른다
민법상으로도 처남은 남이다 장인.장모만이 인척인 것이다 물론 남이라서 처남이라 부른 것은 아니고 당연히 그렇게 불러야 하는 것이기에 그렇게 부른 것 뿐이다 요사이 남자들이, 나이 많은 처남에게도 형님. 나이 많은 동서에게도 형님이라 하는데 쓸개빠진 짓이다 남자끼리의 동서는 그냥 동서일 뿐이지 형님이 아니다 처남도 형님이 아니다
왜 이 말을 하느냐 하면, 남이 아무리 이래라 저래라 하더라도 나의 심지(心志)가 굳건하다면 거기에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어서다 지조나 절개는 남을 향한 것이고 자존(自尊)은 스스로를 향한 것이다 그래서 자존이 지조나 절개보다 우선이다 내가 없으면 우주도 없다는 말처럼 악행이 아닌 한 지조나 절개보다 자존을 먼저 세울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네는 지조와 절개를 상위에 놓는다
오늘 조갑제닷컴 대문에 이런 기사가 실려있다《저도 남편과 다투고 각방 쓰는 중입니다~~》저기에 이런 구절이 있다
“이 문제로 평생의 지인 여럿과 결별했고, 더 많은 인연들을 마음에서 떠나보냈다. 윤은 나라뿐 아니라 개인의 일상에도 이런 식으로 상처를 냈다.”
(오늘 한국일부 이준희 칼럼에서)
“윤은 나라뿐 아니라 개인의 일상에도 이런 식으로 상처를 냈다”고 했다 설혹 윤석열이 칼을 휘둘러 상처를 냈다고 치더라도 상처를 극복하고 말고는 본인에게 달린 일이다 윤석열의 비상계엄이 옳니 그르니 하는 문제로 상처를 받았다면 그런 사람이 무엇인들 하겠나. 그런 문제로 지인과 결별하고 인연을 떠나 보냈다면 윤석열 탓이 아니라 본인 탓이고 떠날 인연이 떠난 것일 뿐이다 그걸 윤석열 탓이라고 쓴 것은 억지다
그런 문제로 부부간에 각방을 쓴다는 내용도 있다 어처구니 없다 부부간에 각방을 쓸 정도로 서로의 이념에 투철하다면 그런 사람이 어찌 혁명가나 길거리 투사를 못하고 있나? 인류의 시작은 부부로부터다 그 부부가 이념 문제로 각방을 쓰는 것보다야 그냥 이혼하는 게 낫다
박정희 각하는 더러운 강물도 마셔 바다와 같이 만들었다는데 부부가 이념 문제로 아니 이재명과 윤석열의 문제로 각방을 쓸 일이 무언가? 각방을 쓰지 않을 노력을 안 한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각방을 쓸 핑계가 생겨서 썼을 뿐일 것이다 얼마나 이념에 투철한지는 몰라도 부부가 각방을 쓴다고 고백할 정도라면 이념의 노예이다 혁명가도 아닌 갑남을녀가 마치 혁명가라도 된 양 저러니 허세로 보인다 불경에 이런 말이 있다
“그 무엇에도 얽매이지 말라.”
이념도 아닌 이재명과 윤석열의 싸움 때문에, 당사자도 아닌 구경꾼이, 부부지정(夫婦之情)을 버리고 각방을 쓴다니 부부간의 존엄성과 인간 가치를 버린 것이다 예로부터 "부부지정은 여타자별(與他自別)"이라 가르쳤다 부부 사이의 정은 무엇보다 우선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혼인은 천 가지 만 가지 복의 근원이라 했다 그렇거늘 작은 의견 차이로 각방을 쓴다니, 한 집에서 그러고 사느니 각자의 길로 가는 게 낫겠다 게다가 각방 씀을 감추지도 않고 자랑스럽게 말했으니 이미 부부지정이 없는 부부 같다 윤석열의 행위에 대한 의견 차이로 부부가 남이 돼버렸다면 그런 원통함이 어디 또 있겠나. 왜 자존이 지조나 절개에 앞선다고 말했는지 곱씹어 볼 일이다
참람하게도 무학산이 감히 한 말씀 드립니다 조갑제닷컴에 저런 저질 내용은 올리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조갑제닷컴이 저런 해괴망칙한 내용을 올린 것은 조갑제닷컴의 가치에 먹칠하는 일일 수 있겠습니다 저 나름으로는 조갑제닷컴을 사랑하는 마음에 드린 말씀이니 노하지 마시기 엎드려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