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일도 하사불성(精神一到 何事不成)”-주자어류(朱子語類)- 이는 우리가 학생일 때 가장 강요되었고 또 가장 주입된 교육 내용이었다 정신력으로써 못할 일이 없다는 주장인 것이다 무언가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하면 정신을 쏟지 못한 탓으로 돌려서, 가뜩이나 실패한 사람에게 정신을 다스리지 못한 죄책까지 덮어씌웠었다 “과연 그럴까?” 하는 생각을 어려서부터 해왔지만 저 명제에 대해 어떻게 반론을 할 능력이 없었다 그러다가 이미 다 늙어빠진 오늘 아침에야 무릎을 쳤다
오늘 조선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다《"도파민 작용제 먹은 일부 여성, 심한 성적 충동 느껴"》기사 내용에 이런 대목이 있다
“(이 약물을 복용한 뒤 성적 충동을 느낀) 이 여성은 이른 아침부터 투명한 상의를 입은 채 집을 나섰다. 그렇게 거리에서 마주치는 모든 남성에게 가슴을 드러내며 성적 욕구를 해결했다. 남편이 있었지만 정기적으로 점점 더 대담하게 욕구를 분출했다고 한다.”
요조숙녀 주부가 도파민제를 먹은 탓에 저랬다는 것이다 우리가 교육받은 대로라면 저 여성은 ‘정신일도 하사불성’을 실천하지 않은 것이 돼 버린다 주자가 저 약을 먹었다면 어땠을까 궁금하다
정신력만으론 못 하는 일도 있음을, 복잡하고 심오한 논리가 아닌, 저 예시 하나로써 ‘정신일도 하사불성’의 무모성과 억지를 격파해 버렸다 비록 지금이라도 속이 시원하다 그리고 위안을 얻었다 내가 술을 끊지 못하는 것도 나의 정신력 부족 탓만이 아닐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