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제닷컴

구글 AI를 때리고 싶었던 까닭 무학산  |  2025-06-22  |  조회 : 44  |  찬성 : 1  |  반대 : 0

무언가 쓰고 싶은데 쓸 건덕지가 없으면 실락(失樂)한 기분이 된다 문장가들이야 세상만물이 모두 글 쓸 재료라 말하지만 그건 전문가에게나 가능한 일일테고 나 같은 무명소졸은 무언가 툭 불거진 일이어야 겨우 글로 옮길 수 있다 그래도 문장이 아닌 비문(非文)이 된다

 

오늘도 아침부터 뭔가를 쓰고 싶은데 쓸 것이 없다 성을 내서 쓸, 정치 문제도 안 보인다 오늘도 낙담한 날인가? 하며 글쓰기는 포기하고 술이야 먹을까 했는데 퍼뜩 떠오른 생각이 있어서 여러번 했던 말을 또 끄적이게 됐습니다 너무 나무라지 말아주십시오....꾸벅

 

탈장으로 병원을 두 군데 갔지만 두 곳 모두 무거운 물건을 든 것이 원인이라 했다 수술 후에는 무거운 것을 들지 말라면서 탈장은 재발하기 쉬운데 이전처럼 역기를 든다면 재수술할 각오를 해야 한다고 했다

 

탈장 수술도 두렵지만 좋아하는 웨이트운동을 못하게 된 신세가 서럽다 탈장은 노인이 중량 운동을 한 결과이긴 하지만 어려서부터 해서 몸에 배인 버릇인데다가 어릴 때처럼 무겁게 하지도 않았으며 횟수도 줄었고 세트수도 줄었는데 중량 운동이라는 한 카테고리에 쓸어 담아버릴 수 없다고 본다 그래도 남들이 볼 때는 나이에 맞지 않게 까부는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타인의 시각이 옳을 것이다 몸에 무리를 주었으니 이런 병이 생겼지 않았겠나.

 

과거사는 그렇다치고 병을 얻은 지금도 역기 들 생각을 버리지 못하니 나도 참 어쩌지 못할 인간이구나 싶어 쓴웃음이 나왔다 이때 번쩍하며 한 생각이 떠올랐다 의사들이 무거운 것을 들지 말라.”했으니, 그럼 서서 들지 말고 누워서 드는 운동만 하면 되겠구나 생각하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행여나 하는 마음에 구글의 AI에게 서둘러 물었다

 

탈장에는 무거운 것을 드는 운동을 하지 말라 하는데 일어서서 들지 않고 누워서 드는 것은 괜찮나요?”

 

AI가 이렇게 답했다

 

탈장이 있는 경우, 무거운 물건을 드는 운동은 복압을 증가시켜 탈장 부위를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일어서서 들든, 누워서 들든 복압이 높아지는 것은 마찬가지이므로, 탈장 환자는 무거운 물건을 드는 운동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복근 운동이나 복부를 비트는 동작은 복압을 더욱 상승시키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AI를 때리고 싶었다 내가 마지막 걸었던 희망과는 안 맞는 대답을 했기 때문이다 허참 하면서 궁시렁대고 있는데 내자가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탈장은 운동 탓도 있겠지만 술을 먹은 탓이 더 클 것이오. 운동을 못하게 됐으니 이젠 술도 안 먹어야죠.”

 

저 말을 듣고서 놀라고 부끄러웠다 2년 전에 금혼식(金婚式)이 지났다 그동안 단 한 번도 술 먹지 말라는 말을 안 했는데 이젠 했다 그런 말을 하는 데에 놀랐고 그런 말을 들은 것이 부끄러웠다 일이 이렇게 되고 말았구나 하는 후회감도 치솟는다 이어서 내자가 50년 세월 동안 술 먹지 말라는 말을 얼마나 하고 싶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하고 싶은 말을 참아준 내자가 엄마 같아 보였다

 

그래도 대주(大主) 체면에 혀를 굽혀 말할 수야 없다 그래서 아이다. 의사가 술 이야기는 하지도 않았다. 퇴원 후 늦어도 일주일 지나면 음주해도 괜찮다 하던데 뭐.”라고 기어드는 소리로 대답했다 좋아하는 중량 운동을 타의로 끊게 됐으니 좋아하는 음주를 자의로 끊는 것 또한 대주의 체통 아니겠나 싶다

 

내자가 성가대에서 나이가 가장 많다 그래서 일요일이면 남보다 이른 시간에 성당에 가서 이것저것 준비한다 내자가 나가자마자 나는 아사히맥주를 빨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그리고 행복감을 느낀다 음악하는 사람은 음악에서 행복을 느끼고 그림쟁이는 그릴 때 희열이 솟는다 술꾼은 술이 보약이다 술은 인생의 적이다 없애자. 마셔서 없애자.

댓글달기

댓글달기는 로그인후 사용하실 수 있으며, 내용은 100자 이내로 적어주십시오. 광고, 욕설, 비속어, 인신공격과 해당 글과 관련 없는 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됩니다.

로그인
  • 글쓴이
  • 비밀번호
  • 비밀번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