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제닷컴

사과를 남발하면 사람만 실없어진다 무학산  |  2025-07-14  |  조회 : 67  |  찬성 : 1  |  반대 : 0

김영삼 전 대통령의 일화는 많고 유명하다 그분이 인사는 만사다.”라 하여 인사만사(人事萬事)’란 말이 더욱 널리 퍼지게 됐다 머리는 빌려 쓰면 된다.”고도 했다 솔직하기도 했다 우르과이 라운드가 세계를 흔들고 있을 즈음 수하에게 "우르과이 라운드가 뭐꼬?" 하고 물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렇게 어떤 한 측면이 부족해 보이는가하면 타인이 흉내 낼 수 없는 재질(才質) 또한 지녔었다 정치 감각이 번개 같았고 정면 돌파'를 좋아했다 이런 정치력이 대통령이 되게 했을 것이다 정치인에겐 뭐니 뭐니 해도 정치 감각이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정치 촉'인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국힘당 윤희숙과 더민당 전현희가 맞붙었다 윤희숙이 쉽게 당선되리라 여겼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로 나왔다 윤희숙은 학식이 높고 의협심도 있다 그의 아버지가 부동산 투기한 것으로 보도되자 윤희숙이 국회의원을 스스로 사퇴했던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정치인들에게 귀감이 될 일이었다 그런 이가 낙선한 것이 나의 일처럼 안타까웠고, 왜 졌을까 곰곰 생각했지만 그 까닭을 알아내지 못했다 그러다가 이제야 아하. 이래서 졌겠구나.”하게 됐다

 

국힘당이 자빠지고 있다 쓰러지는 판국에 사과를 자꾸 하여 더 급히 넘어뜨리고 있다 최근에만 해도 감투를 쓴 사람은 죄다 사과했다 비대위장이 들어서면 비대위장이 사과하고, 원내대표가 선출되면 원내대표가 사과하고, 혁신위장이 정해지면 혁신위장이 사과했다 곧 당 대표가 뽑히면 그도 사과할 것이다 자꾸 그러니 이젠 만성이 되서 사과를 해도 귀에 안 들어온다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두 번이다.”는데 저러고서야 누가 진정성이 있다하겠나?

 

왜 저럴까? 사과를 많이 하는 것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뜻이다 사과하는 장본인도 자기 발뺌을 위해서 저럴 것이다 거기에다가 감투 쓴 자가 하는 사과는, 사과를 해야겠다는 마음보다 자기선전 또는 자기 존재감을 알릴 목적이 더 클 것이다 달리 말하면 사과하는 것을, 통과 의례나 아그레망으로 여기는 것이다 사과를 골백번 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님에도 그저 사과, 사과 한다 개인도 같은 말을 자꾸 되풀이 하면 사람만 실없어진다 하물며 정당의 사과이겠나. 도리어 자기 진영에 패배주의와 비관주의를 키울 뿐이다 그런 재미에 더민당은 진정성이 없다며 사과를 더 하도록 넌지시 종용한다

 

오늘 조선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다윤희숙 "탄핵 사과 필요 없다는 분들이 인적 쇄신 0순위"기사의 허두는 이렇다

 

국민의힘 윤희숙 혁신위원장은 13더 이상 사과할 필요가 없다, 반성할 필요가 없다고 얘기하는 분들은 당을 죽는 길로 다시 밀어넣는 것이라며 이런 분들이 인적 쇄신의 0순위라고 했다. 혁신위가 최근 과거 반성 및 절연을 골자로 혁신안을 발표한 것에 대해 나경원·장동혁 의원 등 구주류 인사들이 언제까지 사과만 하느냐고 반발한 것을 겨냥한 의도로 풀이된다.

 

윤희숙은 똑똑하고 善하다 경제 문제로써 이재명을 비판해도 이재명이 매번 반론을 못했다고 들었다 경제에서는 발군의 실력인데 거기에 비해 아쉽게도 정치 감각은 손톱만큼 부족해 보인다 정치인에게 가장 요긴하고 절실한 것은 정치 감각이다 삼국사기에 "아무리 선한 마음이 있더라도 총명을 겸비하지 않게 되면 그 선함이 어리석음으로 흐를 수 있다."는 말씀이 나온다

댓글달기

댓글달기는 로그인후 사용하실 수 있으며, 내용은 100자 이내로 적어주십시오. 광고, 욕설, 비속어, 인신공격과 해당 글과 관련 없는 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됩니다.

로그인
  • 글쓴이
  • 비밀번호
  • 비밀번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