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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 굽는 고소한 향이 어떤 건데요? 무학산  |  2025-10-18  |  조회 : 46  |  찬성 : 0  |  반대 : 0

오늘 조선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다상상 속 손가락 운동도 실제 근력 증가시킨다

 

사실은 책 소개 글이다 신문에 실린 책 소개 글은 거의 하나도 빠짐없이 읽는다 그 글 자체가 명문장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책은 그럭저럭 해 보이지만 소개 글이 더 빛날 때가 많고 그래서 책을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 책 소개 글을 읽은 후, 반 정도는 사서 읽고 반 정도는 안 산다 책을 두 번 이상 읽을 가치가 있어 보이는 책인지 아닌지에 따라 살고 말고를 결정한다 안 사기로 결정한 책이지만 그래도 읽고 싶을 땐 우리 지역 공공도서관의 희망도서신청을 해서 도서관에서 대출받아 읽는다 희망도서신청이란 지역민이 도서관으로 하여금 책을 구입하도록 신청하는 것이다 도서관 회원으로서 신청을 하면 도서관이 일주일 이내로 책을 구입하여 신청자에게 가장 먼저 읽는 기회를 준다 갯가 변방에도 이런 좋은 제도가 있는데 대한민국이 왜 아니 복 받은 국가이겠는가. 국민도 그에 발맞추어 성의있게 살아야 대한민국이 더욱 좋을 것이다

 

오늘 저 책 소개가 마음에 좀 들지 않는다 이런 구절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상상력인간의 가장 위대한 특성이자, 때때로 없는 현실까지 생생한 체험으로 느끼게 한다. 눈앞에 없는 빵만 떠올려도 밀이 구워지는 고소한 향을 느끼는 때가 그렇다.”

 

눈앞에 없는 빵만 떠올려도 밀이 구워지는 고소한 향을 느낀다고 했는데 밀 굽는 냄새가 어떠한지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그 냄새를 아는 사람은 읽을 기력도 없는 노인일 것이다 또한 그걸 모르는 사람은 밀이 타면서 향내를 풍기는지, 풀이 타는 매캐함을 풍기는지 모른다 내일 모레면 80살이 되는 나도 모른다 밀을 굽는 근처에 가 본 적이 없고 그런 냄새를 맡아 본 적도 없다 국민학교도 다니기 전엔 동무들과 어울려 밑밭에서 밀을 뽑아 바위에 앉아 돌로써 갈아 먹은 적은 단 몇 번 있다 나도 그 정도로밖에 못해 보았는데 요즘 사람들이야 밀 타는 냄새는커녕 밥 타는 냄새도 모를 것이다

 

세상사가 무릇 그러하듯 독자는 감정이나 자극이 있어야 책을 구입한다 밀 굽는 고소한 향내는 이야기로도 낯선데 무슨 감정이 일겠나. 나의 일이 아닌 남의 일을 할 때는 나의 일을 할 때보다 더 정성스레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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