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권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내가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편들고 싶은 생각은 먼지만큼도 없지만 비판의 내용 중에는 너무 일반론적이고 탁상공론같은 내용도 많이 들어 있는 것 같아 아쉽다. 그중 보수 유튜브들과 야당인 국민의힘이 계속 되풀이하는 말 중에 ‘주거 사다리를 걷어 찼다’는 표현이 있다.
나는 보수 야당이 이런 말을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런 표현은 본래 기존 세대가 누렸던 부동산 상승이나 내 집 마련의 기회를 다음 세대가 누리지 못하도록 막는다는 비판적 의미로 쓰이지만, 실제로는 그 전제에 중요한 논리적 함정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즉 그 표현이 유효하려면 현재의 주택 가격 수준이 ‘정상적이고 정당하다’는 가정이 깔려 있어야 한다. 현재 비정상적으로 높은 집값에는 거품이 없고 오히려 이 가격대가 시장의 합리적 결과라는 전제가 먼저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현재의 거품 가격을 암묵적으로 인정하거나 정당화하는 태도로 이어질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집을 이미 보유한 사람들의 이해를 반영하는 논리가 되고 만다.
현재의 집값은 거품이 없는 정상 가격이니 소득이 부족하면 대출해 줄테니 일단 집을 사고 평생 일해서 그 대출금 갚으라는 논리는 이미 집 가진 사람의 이익을 100% 반영하는 논리이며 親부자 反서민적인 발상이다. 먼저 태어난 사람이 나중에 태어난 사람을, 먼저 서울에 들어와 자리 잡은 사람이 나중에 들어오는 사람을 상태로 수탈하고 착취하는 것과 다름없다. 내가 아는 부산 청년은 부산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부산에 일자리가 없어 할 수 없이) 취직은 서울에서 했는데 저축이 없단다. 한달 열심히 일해서 번 돈 집세 내고 나면 남는게 없단다. 이것이 정의롭고 공정한가? 국민은 10년에서 20년 정도 열심히 일해서 저축하면 집 한 채는 살 수 있는 그런 상식적인 사회를 원하는 것이지 대출받아서 비싼 집 사고 싶어하지 않는다.
서울의 집값은 PIR(소득대비 가격)이 10 정도 되는 것이 정상이라고 한 사람은 윤석렬 정부의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었다. 그럼 현재의 집값은 그보다 훨씬 높은데 국민의힘이 앞장서서 ‘주거 사다리 걷어차기’같은 말을 왜 하는가? ‘서울 집부자 대변당’ 소리를 그만큼 듣고도 아직 부족함이 남아 있나? 그보다는 지금 이재명 정부의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보다 더 효과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게 보다 생산적이지 않나?
비정상적인 서울 주택 가격, 저출산, 이공계 기피, 서울 이외 지역의 필수 의사 부족, 그리고 무엇보다도 노동과 토지의 최유효이용을 못함으로써 초래되는 기업 경쟁력의 약화라는 한국이 직면한 도전의 중심에 ‘서울몰빵’이 있다. 만악의 근원이 수도권 과밀이다. 고등학교 졸업하는 시점부터 전원 서울로 집합하고 일단 서울 안에 들어오면 밖으로 안나가는 이 망국적인 현상을 바로 잡으면 서울 집값은 규제 안해도 저절로 안정화된다. 국민의힘은 서울 과밀 해소 방안을 선제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수권 정당으로서의 이미지를 제고하는데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주거 사다리’운운 하지말고 차라리 이재명에게 국회랑 같이 몽땅 세종시로 내려가자고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