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TV에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라는 큰 침대 회사의 광고 문구가 자주 나왔다 그러자 초등학생 대다수가 침대는 가구가 아니다고 판단하더라는 조선일보 기사가 있었다 상품 선전일지라도 거짓말을 보태서 하면 저런 불순한 나비효과가 생긴다 우리네가 거짓말에 너그럽다 보니 저런 거짓말 광고 문구를 일상으로 듣는지 모른다
오늘 조선일보에 이런 상품 광고가 있다《한국에서 가장 편한 신발, 아버지 대를 이은 서른 셋 사장》
어째서 ‘한국에서 가장 편한 신발’이라고 말할까 궁금했다 혹 그런 인증을 받았는지 받았다면 누구에게서 받았을까 하는 의문에 긴 광고 선전을 끝까지 다 읽었지만 그에 대한 설명은 단 한 자도 없었다
가장 좋은 상품이다는 객관적 평가도 없이, 그 흔한 상 하나 받은 적도 없이 ‘가장 편한 신발’이라 광고하면 광고 문구라기보다 거짓말이라 하겠다 아무리 상업 광고일망정, 자기 상품 선전에 ‘가장’ 이란 말을 쓰면 다른 회사 제품을 상대적으로 비하하는 말이 된다 단순히 자기 상품이 좋다는 말이야 할 수 있지만 경쟁 업체나 다른 업체는 자기 상품보다 못하다는 말을 할 일은 아닌 것이다 어쩌면 소송을 당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소송을 거는 회사가 없으니 이 또한 거짓말에 너그러운 탓이 아닐까.
모순(矛盾)이란 말의 어원이 새삼 생각나지만 중국 전국시대에도 장사치는 거짓말을 하여 자기 상품을 팔아 먹었다 따라서 후회하지 않도록 물건을 잘 골라야 내가 편하다 만약 후회가 따르면 멀쩡한 사람도 자신을 어리석은 사람으로 자탄하게 된다 생활 지혜 하나를 꼽아보라고 말하면 광구 문구에 ‘가장’ ‘최대’ ‘최다’ 등이 들어간 상품은 사지 않는 것이라고 본다
1974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탄핵안이 가결되기 직전 닉슨 미국 대통령이 사임했다 탄핵 이유는 도청 장치를 설치했다는 게 아니라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였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말도 있지만 고귀한 신분일수록 도덕적 의무도 크다 할 것이고, 큰 회사일수록 상도덕을 앞장서서 지켜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네 습속으로는 센 놈은 거짓말을 해도 무탈하고 약자는 작은 거짓말에도 골로 간다 이런 흉류(凶流)가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오랫동안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