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재판에서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이런 말을 했다. "지금 이 순간 제가 윤 대통령 편을 들겠습니까? 아니면 특검 편을 들겠습니까? 저는 지금 누구 편도 아닙니다. 편이 있다면 첫째 하나님, 둘째 국민, 셋째 전우 편입니다."라고 했다. 특검과 윤측 변호사들의 질문에 지친 듯이 "저의 어떤 증언보다도 계엄 당시 군인들의 움직임이 증거입니다. 군인(부하)들의 행동이 전부 영상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보다 더 정확한 증거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여기 법정에서 부하들과 증언으로 싸우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했다.
이번 계엄은 엉성하기 짝이 없었다. 계엄을 수행하기 위한 문서로 된 명령도 없었고 전화로 듣고, 구두로 지시하는 형태로 명령체계가 이루어졌다. 대통령(국방장관)부터 엉성하게 지시하다 보니 군 사령관들도 대통령(국방장관)의 지시에 임기응변으로 대응했다. 당연히 짜임새가 없었다.
또한 그 당시 대통령과 국방장관을 제외하고 계엄에 적극 동조하는 군 사령관은 없었다. 그 결과 대통령(국방장관)의 지시를 받고도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았다. 그냥 하는 척만 했다.
군 사령관들은 법정에서 이런 사정을 솔직하게 말하기 어렵다. 내가 군 사령관이라도 일부러 어정쩡하게 행동했다고 말 못한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순간에 비겁한 인간이 되며, 평생을 군인으로 살아온 명예가 날아가기 때문이다. 생각과 말과 행동이 같으면 오죽 좋겠냐만은 꼭 같지 않은 경우가 있다. 바로 이번 계엄과 같은 경우에 군 사령관들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 그런 경우이다. 어떻게 이를 다 설명하겠는가? 이런 딜레마로 인하여 법정에서 줄곧 군 사령관들은 명쾌하게 솔직한 답변을 못했다. 이런 점 때문에 국민들은 장군들이 떳떳하지 못하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나는 이를 충분히 이해한다.
여인형 사령관은 "구차하게 보일지 몰라 함부로 말을 못하겠다."고 했다. 나는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안다. 솔직한 표현이다. 그들이 장군이라는 자존심까지 버리면서 어정쩡하게 행동함으로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다. 나는 그들을 구차하게 보는 국민의 심정을 이해하지만, 그들을 옹호한다.
우리 국민은 군인들을 고귀하게 대하지 않았다. 아니 업신여겼다. 그들이 정의롭게 행동하지 않았다고 비난할 자격이 있나? 그들을 고귀하게 대하지는 못할 지언정,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자. 그래야 그들이 국민을 위해, 정의를 위해 목숨 받져 싸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