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나는 이재명 대통령을 ‘책 한 권 읽은 용감한 사람’에 비유했다. 덕(德)과 실력이 부족한 것은 물론, 자신의 감정 하나 주체하지 못해 정제되지 않은 언어를 쏟아내는 그의 모습에서 리더의 자격을 찾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최근, 이학재 인천공항공사 사장과 벌이는 계속되는 설전을 지켜보며 그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군 지휘관들의 불문율인 [절대로 예하 지휘관을 공개적으로 질책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예하 지휘관 역시 수많은 부하를 거느린 장수이자, 한 인격체다. 아무리 상급자라 할지라도 공개된 장소에서 모욕에 가까운 질책을 가하면, 그는 자존심에 치명상을 입는다. 벼랑 끝에 몰린 예하 지휘관이 참지 못할 수 있다. 공개적으로 대들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상급 지휘관은 진퇴양난에 빠진다. 부하와 진흙탕 싸움을 벌이자니 자신의 위신이 바닥으로 추락하고, 그렇다고 물러설 수도 없는 처지가 된다. 싸우는 순간 이미 진 것이다. '백전백패(百戰百敗)'다. 지금 대통령이 겪고 있는 상황이 딱 이 꼴이다. 공개 질책이라는 하수(下手)를 둔 탓에, 부하직원 격인 공기업 사장에게 반격을 당하고 있다.
결국 본질적인 문제는 ‘그릇’의 크기다.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난 대통령의 그릇은 안타깝게도 일국의 지도자라기보다는 소시민의 범부(凡夫) 수준에 가깝다. 감탄고토(甘呑苦吐), 즉 달면 삼키고 쓰면 뱉으며 자신의 감정과 유불리만 따지는 좁은 도량이다. 그 작은 종지 그릇에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바다를 억지로 담으려 하니, 그릇은 금이 가고 물은 넘쳐흐르며 사방이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인간적으로 안타까운 마음마저 든다. 차라리 변호사 시절처럼 주변 지지자들과 농담이나 주고받으며 지냈다면, '유쾌한 사람' 소리는 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통령의 어깨는 천 냥 만 냥 무거운 법이다. 그 무게를 견딜 근육도, 요령도, 마음가짐도 없는 이가 감당하기엔 그 자리가 너무나 버거워 보인다.
대통령은 아무나 하는 자리가 아니다. 고(故) 박정희 대통령이 남긴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라는 말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당장의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훗날 역사 앞에 심판받겠다는 비장한 각오와 결기 정도는 갖춰야 대통령 자격이 있다. 오늘 내일의 일희일비에 웃고 우는 보통 사람의 멘탈로는 결코 감당할 수 없는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