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은 지역 의대, 지역 로스쿨에 “지역 (고교 졸업) 인재 의무선발제”가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지역 고교 졸업자를 기준으로 하는 이 제도는 지방 대학 육성에 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보여진다. 오히려 현재 부산, 대구, 광주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주장하는 지역 할당제는 따로 있다. 로스쿨, 의전원(의학전문대학원)이 고교 기준이 아니라 대학 학부 졸업생 기준으로 할당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서울에 있는 로스쿨, 의전원이 신입생의 일정 비율 이상을 서울, 경기 이외 지역 대학 학부 졸업생으로 뽑는 식이다. 근데 그렇게는 못한단다. 못하는 이유가 헌법 정신에 위반하기 때문이란다.
현재는 지방 소재 의대나 로스쿨이 해당 지역 고교 출신을 일정 비율 뽑도록 되어 있는데 이 제도는 합헌(合憲)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고 한다. 고교 졸업자 기준의 할당제는 합헌인데 대학 학부 졸업생 기준의 할당제는 위헌(違憲)인 이유는 나 자신도 법학 전공자도 아니고 해서 자세한 법리는 잘 모르겠다. 대충 듣기로는 수도권 집중 완화라는 목적을 위해 개인의 입학 기회를 제한하는 것이 과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즉, 아무리 목적이 정당해도 목적에 비해 수단이 과도하면 헌법상 비례성 원칙의 위반이란다.
더 나아가 출신 대학의 지리적 위치로 동일한 시험을 치는 사람에게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헌법 11조에서 금지한 합리적 이유 없는 평등권의 침해라고 한다. 또 헌법 15조에서 보장한 직업 선택의 기회를 제한하는 것이 된다고 한다.
흥미로운 사실 하나는 노무현 대통령이 처음 로스쿨 제도 설계 당시에는 원래 “지역 대학 졸업자 중심”으로 만들려 했는데, 결국 “고교 기준”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아마 이 당시에도 헌법이 문제가 되었던 것 같다. 수도를 세종시로 옮기려던 시도도 역시 관습헌법 운운하는 위헌 시비에 걸려 좌절 당했던 것처럼....2004년 헌재의 “관습헌법” 논리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특이한 판례라서 한국 헌법학자들 사이에서 지금도 논쟁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부산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만약 노무현 대통령이 처음 구상했던 대로 로스쿨, 의전원이 굴러 가고, 수도 이전도 계획대로 되었더라면 현재의 한국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나라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적어도 고등학교 졸업하면 전부 서울로 집합하고 온 국민이 서울 아파트만 쳐다보는, 자랑하고 내세울 게 서울밖에 없는 그런 나라는 안되었을 것이다.
요즘 개헌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지방에 사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지방 및 지방 대학의 소멸과 청년 인구의 서울 집중을 촉진하는 (대한민국 헌법이 아니라) 서울 헌법 같은 그런 헌법은 이제 지워버렸으면 좋겠다. 헌법 전문에 5.18정신을 넣자느니 하는 그런 특정 지역 사람들만 좋아할 골빈 소리 말고 정말로 국민 모두가 원하는, 서울의 기득권을 지켜주는 서울 헌법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위해 존재하는 그런 헌법을 갖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