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아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다《이란 “라리자니 순교 가혹한 복수” vs 이스라엘 “모즈타바도 제거”》
저것이 약소국의 설움이다 저런 서러움을 당하고도 묵언하자니 분통이 터질 지경일 것이고, 성깔대로 앙갚음에 나서면 더 두들겨 맞을 테니 그냥 돌아앉아 혼자서 입으로만 중얼거리고 마는 것이다 그들의 우두머리 하메네이가 죽었고, 그 아들도 다친 데다가 또 라리자니까지 죽었다 그런데도 뭐 어쩌지 못하고 있다 저 설움이 국가 단위가 아닌 개인사였다면 칼부림이 진작 났을 것이다
겹설움을 겪는 처지가 한때의 우리와 비슷하다 그래도 저 사람들은 말로나마 복수를 다짐한다 우리는 그렇게도 안 한다 도리어 가해자에게 협조하는 자세도 취했다 미국이 관세로써 압박해도 “치워라”소리 한 번 못했고, 중국이 서해에 불법 건조물을 세워도, 북한이 겁박하는 것에도, 우리 소유 건물 폭파에도, 멀뚱멀뚱 보고만 있지 않았나.
필리핀과 중국이 서로 자기네 섬이라 우기는 곳을 중국이 차지하여 깔고 앉았다 필리핀이 국제법에 호소하자 만장일치로 필리핀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에 시진핑은 자국 해군에 전쟁 준비령을 내렸다 국제법과 필리핀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 ‘국제법’은 약자나 들먹인다 차라리 없는 게 낫다 안 그래도 서러운데 국제법에 이겨도 소용없어, 도리어 국제법이 다른 설움이 돼버린다
패권국에 개기는 것도 평소에나 하는 것일 뿐, 전쟁통에는 강자의 비위를 맞추는 것이 상수(上手)다 미국이 이란을 반쯤 죽여놓았으니, 미국이 군함을 보내라 하면 기다렸다는 화급히 보내는 게 약소국의 국가전략이어야 한다 그렇다고 하여 이란이 우리에게 눈 흘기지도 못한다 군함을 보내기 싫으니 이란 눈치를 핑계 대는 것이다
강아지는 사람의 밥상 아래서 사람이 먹다 떨어뜨리는 부스러기를 주워 먹는다 국가도 그래야 산다 체면 찾고, 핑계 대고, 이유 달면 떡고물도 얻지 못한다 약소국이 살길은 강방에 빌붙는 것 뿐이다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은 천명(天命)이다
세상사 중에서 가장 상식적이지 않은 것이 전쟁이다 굳이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을 예로 들 것도 없이, 융사(戎事 ; 전쟁, 군사 등에 관한 일) 만큼은 비상식이 지배하는 분야이다 미국이 다 이긴 전쟁에서 갑자기 발을 뺄 수 있다 설마 그러기야 하겠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쟁은 개인의 성격에 달린 경우가 많았다 개인의 성질이 전쟁을 일으키기도 하고 그만두기도 했는데 현대전에서도 숱하다 ‘집단사고’를 통하여, 전쟁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고 반론하겠지만 집단사고의 결론은 결정권자의 뜻에 어긋나게 결론된 적이 드물다는 것이 학자들의 공통된 연구 결과라 한다 게다가 집단사고가 최선인 것도 아니다 하물며 변덕 심한 트럼프이겠나.
이번 전쟁이 뜻대로 되든 안 되든 미국은 우리에게 분풀이할 것이다 뜻대로 되면 여유감에 그럴 것이고 뜻대로 안 되면 분노심에 그럴 것이다 이런 심리에서 서둘러 종전하려 할 수 있다 속히 살길을 찾아야 한다 트럼프는 군함 요청에 응하지 않은 나라 중에서도 우리를 딱 수첩에 적어 놓았을 것이다 종전을 하고 나면 그 다음의 타켓이 어디일지는 보나마나다 이란의 설움을 타산지석 삼고 교과서 삼고 교훈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