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조선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다《독립운동 후손이 받은 '불법' 딱지》
독립운동 유공자 후손이더라도 ‘불법’은 불법 아니겠나 공교롭게도 이 기사 바로 아래에 있는 칼럼은 ‘룰’의 일관성을 강조하는데 제목이 이렀다《룰의 일관성이 흔들리면 스포츠도 신뢰도 무너진다》
위의 칼럼을 쓴 기자가, 독립유공자 후손이 사용하는 국립공원내 불법 점용물을 철거하려는 현장을 보고선 “복잡한 현실을 취재하게 됐다.”고 썼다 복잡한 현실이니만큼 기자도 단순히 독립유공자 후손의 입장에서만 설 일이 아니건만 그들의 처지만을 대변한 글로 보여서 감히 반론한다
먼저, 일찍이 우리 사회에는 “친일파의 후손은 떵떵거리고 사는데 독립운동가의 후손은 땟거리 걱정한다.”는 자조 섞인 말이 있었는데, 독립운동가의 후손을 돕자는 의미가 들어있는 말일 것이고 그에 동감하지 않는 국민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이젠 저런 말을 그만할 때도 됐다고 본다
대개의 경우 영광과 예우는 일신전속적이다 그러나 독립유공자 후손에 대한 예우와 보상금 수급권은 일반적인 일신전속권의 개념을 뛰어넘어 대(代)를 이어 상속·승계되도록 독특한 법적 구조를 갖추고 있다.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예우와 보상금은 배우자, 자녀를 넘어 손자녀(증손자녀 일부 포함)까지 승계된다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을 불식시키기 위해, 우리 법 제도는 독립유공자 예우만큼은 일신전속적인 한계를 넘어 손자녀 및 그 직계비속에게까지 전해지도록 특별하게 보장하고 있거니와 일신전속권은 타인에게 절대 넘어갈 수 없음에도, 독립유공자 보상금은 선순위 유족이 사망하면 다음 순위자에게 수급권이 법률에 따라 이전되게 하여 일신전속성의 예외적 영역에 두었으니 그분들을 향한 국가의 정성과 노력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는 “이들의 삶을 ‘불법’이란 단어로 재단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다.”라고 썼다 아무도 그들(독립운동가의 후손)의 삶을 불법이라 하지 않았다 그들이 점유하고 있는 물건이 ‘불법점용물’이라고 했을 뿐이다
그리고 이렇게도 썼다
“광복 후 오랜 기간 국가는 독립운동가들의 묘를 돌보지 않았다.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경제 발전에 급급한 나머지 역사적 책무를소홀히 한 것이다. 후손과 민간인들이 국가 대신 묘지 관리인을 자처해 빈자리를 메워 왔다.”
경제 발전에 급급했다니? 굶지 않기 위해 혹은 잘살기 위해 죽자사자 일 한 것을 급급했다고 말하다니 선대의 피땀 흘린 노고를 어찌 저렇게 말할 수 있나 선대가 ‘급급’하여 이룬 성공의 혜택을 보고 살면서 고마워하기는커녕 그 수고를 ‘급급’했다는 말로 비하하다니 “사흘 굶고 남의 집 담 넘지 않는 사람없다.”는 옛 속담이 무색하다
‘역사적 책무를 소홀히 했다’니? 역사가 중요하지만 역사가 밥 먹여 주지 않는다 “곳간이 차야 예절을 안다”는 말씀처럼 굶지 않아야 역사도 찾는다 이제 국가가 약간 가멸지게 되어 역사적 책무를 하러 나섰다 그래서 저만큼이나마 한다 도리어 선대에 대한 감사가 마땅한데 조선에게 역사적 책무를 소홀히 했다며 꾸짖다니 말문이 막힌다
(조선 祖先 ; 자기 세대 이전의 모든 세대)
(곳간이 가득 차야 비로소 예절을 알고, 먹고 입는 것이 넉넉해야 비로소 영예와 치욕을 안다 倉廩實則知禮節 衣食足則知榮辱《관자(管子)》)
또 기자는, “후손과 민간인들이 국가 대신 묘지 관리인을 자처해 빈자리를 메워” 다고도 썼다 그것은 장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실정법 위에 있을 순 없거니와 후손이 묘지를 관리하는 것은 당연할 것일 뿐, 국가를 향해 “이것 보라.”는 식으로 말할 바는 아니다
또 이런 대목도 있다 “주거 이주비와 이사비를 합쳐 1300만원을 받는다. 서울에서 새로운 거처를 마련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여기에 이르면 억지다는 말밖에 생각 안 된다 그 지역에서 그동안 집 짓고 살았으며 거기에 더해 가게까지 한 것도 국가가 여태 묵인해 왔다 이제 이재명 대통령이 국립공원을 국민에게 돌려주려다 보니 저 문제에 봉착한 것이다
허가를 받고 집을 지어 3때 째 살고 있는 집도 도시계획으로 도로가 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주대책을 흡족하게 혹은 적당하게 받았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독립유공자 후손의 주택이 설혹 합법적인 건축물일지라도 국가 정책상 필요하다면 나가 달라 할 수 있다
독립유공자의 후손을 따듯하게 대하는 것과 준법은 다르다 저 문제에 선심 쓰듯 하는 감정적 접근으로 해결하려 하면 절대 해결 안 될 것이다 그랬기 때문에 여태 해결하지 못해 왔을 것이다 이젠 실정법 대로 하려니까 오만 소리 다하면서 편히 쉬는 독립운동가까지 깨우는 게 아니라 하겠나 독립운동이 숭고하고 그 후손도 존경받아 마땅하지만, 그 후손이 못사는 것을 이유로 국가 정책에 감정적으로 접근하여 불법 상태로 두어서는 안 될 말이다
우리가 잘살아서 독립유공자 후손을 제대로 모시면 그보다 좋은 일도 드물 것이다 하지만 지구상에서 그렇게 완벽히 잘할 수 있는 국가는 없을 것이며 애당초 식민지로 전락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인간의 욕망은 크고 국가 재정은 모자란다 이는 세상 끝날까지 이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후손들에게 만족하게 해줄 수 있는 나라는 오로지 흉중구학에만 존재한다 (흉중구학 胸中丘壑 ; 마음 속에 품은 이상향)
사실 독립유공자와 후손에 대한 예우에 관해서 반대하기는 지난하다 넉넉하게 잘 해주기를 바라는 사람은 선한 사람이 되는 반면에 국가 형편 따라서 해 줄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악인이거나 몰인정한 사람이 돼 버리기 때문이다 친일파 후손은 잘살고 독립유공자 후손은 못 산다고 단순비교할 일도 아니다 노력과 재능 없이도 잘 사는 것은 아닐 터이다 그러므로 이젠 그런 말도 안 하는 게 낫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