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조선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다《[C컷] 수 백 년 된 한옥이 보여준 상생의 지혜》
기사 첫머리에 안동 체화정이라는 한옥 사진이 있는데 아담하고 아름답다 어릴 때의 기억이 떠오르게 해 주어 또한 기쁘다 그 사진에 이런 캡션이 달려 있다
“안동 체화정 앞에는 배롱나무가 꽃을 피우고, 뒤로는 울창한 숲이 둘러서 있다. 화려한 자연 속에서도 정자는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풍경 속에 조용히 스며든다. 특히 정면의 작은 눈꼽재기창은 체화정이 지닌 공간 철학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사진가 이동춘”
눈꼽재기창이라? 나는 여태 ‘눈꼽재기’를 경상도 말로 알았다 그런데 눈꼽재기창이라는 단어가 나왔으니 “어 경상도 사투리인데 신문에?” 하는 생각에 서둘러 사전을 찾아보니 “‘눈곱’의 방언 (경남)”이라 돼 있다 그래서 안심이 됐다 “그러면 그렇지 내가 어찌 경상도 사투리를 모르랴.”하는 마음에.
또 드는 생각이 있었다 눈꼽재기가 경상도 말인데, 표준어만 쓰는 신문이 어떻게 ‘눈꼽재기창’이란 단어를 터놓고 썼을까 싶어서 다시 사전에서 ‘눈꼽재기창’을 찾았다 이렇게 돼 있다
“눈꼽재기창 : 여닫이 옆에 작은 창을 내어 문을 열지 않고도 밖을 내다볼 수 있게 만든 창.” (순우리말)이란 표시도 있다
‘순우리말’이 지금은 사투리로 분류되어 하찮게 취급 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표준어로 정해 놓은 말과 다르거나 옛날 단어일 때는 도매금으로 사투리 취급하는 것이 유폐가 된 것이다 (유폐 流弊 예전부터 일반에게 유행하는 나쁜 풍속)
이런 가운데 순우리말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내가 어려서 쓰던 단어가 사투리로 취급되어, 나도 안 쓰는 탓에 잊고 살다가, 간혹 활자를 통해 그런 단어를 만나면 반갑고 서럽다 지금 남아 있는 토속어도 사투리란 누명을 쓰고서, 누구나의 첫돐 사진처럼 분실하고 말 것이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건물을 하나 지어도 자연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자연과 어울리게 지었다.”는 말을 어느 미술사학자에게서 들었다 이 말을 듣고 나서 문화재를 보니 ‘그렇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지금은 다리 하나를 놓아도 그저 크게 만들고 돋보이게 만든다 연료비를 아끼려고 ‘눈꼽재기창’까지 만들었는데 이제는 자연은 뒷전이고 크고 높게만 만들어 세운다
조선일보 기자는 미술사학자의 말을 캡션에서 이런 멋진 문장으로 옮겨 놓았다
“화려한 자연 속에서도 정자는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풍경 속에 조용히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