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가 군의 '합동성 강화'와 '우수 인재 확보'를 근거로 사관학교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군의 합동성과 인력 충원이 가진 특수성을 전혀 모르는 처사다.
군사작전 시 육·해·공군이 상호 협력하는 합동성은 당연히 중요하다. 이해를 돕기 위해 민간 사회에서 합동성이 가장 중시되는 교향악단(Symphony Orchestra)을 예로 들어보자.
교향악단이 훌륭한 음악을 연주하려면 관·현·타악기 등 각 분야의 숙련된 연주자와 이를 통합하는 지휘자가 모두 필요하다. 대개 지휘자는 하나의 악기를 완벽히 마스터하여 음(音)에 도통한 후 지휘자의 길을 걷는다. 마에스트로 정명훈 역시 피아노 연주자를 거쳐 세계적인 지휘자가 되었다.
군인도 마찬가지다. 육·해·공군으로 입대해 먼저 자군(自軍)을 경험하며 군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배운 후, 영관장교가 되어 합동부대 지휘관이나 참모를 수행하는 것이 정상이다. 사관학교는 초급 장교를 양성하는 곳이다. 합동성이 요구되는 보직을 수행하려면 임관 후 최소 10년은 지나야 한다. 자군에서 전문성을 먼저 완성하고, 영관장교가 되었을 때 합동성을 더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각 군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합동성도 발휘될 수 없다. 개별 악기 연주자들이 제 소리를 내지 못하는데, 아무리 유능한 지휘자가 온들 훌륭한 교향악을 연주할 수 없는 이치와 같다. 전문성이 늘 우선되어야 한다.
또한 일반 조직은 인력이 부족하면 외부에서 우수 인재를 수혈하면 된다. 하지만 군대는 그것이 불가능한 구조다. 우수한 대대장이 필요하다고 해서 민간인을 바로 데려올 순 없다. 반드시 소대장과 중대장을 거치며 단계를 밟아온 소령 중에서 충원해야 한다. 고위직도 마찬가지다. 참모총장을 민간인으로 임명하는 국가는 어디에도 없다.
군대는 한 번 잘못 양성된 인력을 대체할 방법이 없다. 그렇기에 군 인사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12·3 계엄에 연루되었다는 이유로 우수한 장교들을 무더기로 인사 조치한 것은 명백히 잘못된 일이다)
지금 양성하는 사관생도와 장교들이 30년 후 우리 군의 중추이자 국가 안보를 책임질 리더가 된다. 군 인력 양성은 판검사, 의사, 교사의 양성과는 차원이 다르다. 군대를 대상으로 섣부른 실험을 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한 번 잘못 든 길을 만회하려면 30년이 넘는 세월이 소요된다.
사관학교 통합안은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보다 신중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국가 안보의 근간을 흔드는 개혁일수록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