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조선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다《누가 산 정상에 맷돌을 옮겨놨나? [경상도의 숨은 명산 경주 마석산]》
조선일보가 근자 들어 ‘시근’이 났는지 경상도 산을 자주 소개해준다 더구나 오늘은 부산의 금정산과 경주의 마석산을 한참에 소개해 주어 경상도 사람에게 기쁨을 주었다
그래서 내가 아는 금정산보다 모르는 마석산 기사를 먼저 읽었다 거기에 “가시개바위에서 맷돌바위까지”란 소제목이 있고, 본문에는 또 이렇게 돼 있다 “경상도 사투리로 가위를 ‘가시개’라 한다”
‘가시개’는 경상도 사투리가 아니라 서울,경기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가시개’로 썼다 강원도, 충청도도 그렇게 쓴 것이다 몇 해 전의 네이버 사전에는 사실 그대로 “강원, 충청, 전라, 경상도”의 사투라라고 풀이해 놓았었다 이를 확인하려 방금 네이버 사전을 여니 전라, 경상도의 사투리로만 돼 있다 가시개란 말은 이젠 잘 쓰지 않으니 강원과 충청을 빼버린 모양이다
이전에 스위시(Swish)란 그래픽 저작 도구가 유행했는데, 사진 속의 사람이 걷거나 뛰거나, 사진의 정지된 강물이 흐르게 하거나, 바람이 불어 나뭇잎을 흔들리게 만드는 도구였다 그것을 배우는 인터넷 모임이 있었는데 내가 우연히 ‘가시개’란 말을 했다 그러니 원주에 사는 장교가 “어, 가시개는 강원도 사투리인데 경상도도 쓰나요?”하고 물었다 내가 다시 “어.강원도도 가시개라 하나요.”하여 서로 웃었다
여기에서 문제가 불거진다 서울 포함 경기도 지역에서만 쓰던 ‘가위’가 표준어인데 반해 그 외의 모든 지역이 쓰던 ‘가시개’는 사투리로 천대 받았다 더 많은 사람과 더 넓은 지역이 ‘가시개’라 하는데도 서울말이라는 이유 하나로 ‘가위’가 표준어인 것이다 조선시대의 누습(陋習) 대로, 지금도 잘못된 언어적 지역 차별 아래서 산다 한겨레 신문에서 오래 전에 읽었지만, 세계에서 표준어 제도가 있는 나라는 두 나라 뿐이다 북한과 한국이다 미국 같은 다민족사회에도 표준어 규정은 없다고 한다 지역 차별은 언어 차별에서 시작된다 언어에서 시작된 차별로 지역은 소멸되고 수도권은 비대한다
조선조의 과거 급제자는 3배수로 뽑혔다 급제를 해도 관직에 나가는 행운은 드물었던 것이다 급제자 중에서 서울 출신자를 우선 관직에 내보냈고 다음은 경기도였다 강원이나 삼남 지역의 급제자가 관직에 진출한 것은 가뭄에 콩나기였던 것이다 언어 차별과 지역 차별이 혼재했던 조선이 결국 망하고 말았지 않았나.
스위시는 참으로 노가다였다 그걸 다운 받는데에 나는 다섯 시간이나 걸려 겨우 받았다 다른 사람은 5일 동안 씨름한 후에 다운 받는 데에 성공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다운을 받고서도 애써 배워야 겨우 사진 속의 사람을 걷게 만들 수 있었다
그후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이 출시되자 노가다, 스위시는 저절로 소멸되었다 더 나아가 지금은 AI에게 주문만 하면 즉시 만들어 주는 시대이니 국민 프로그램이라던 포토샵도 사라질 것 같다 적자생존, 우승열패, 상생배아 법칙이 컴퓨터 프로그램만이 아니라 언어에도 적용되어 ‘가시개'란 말을 쓰던 지역이, 썼던 사실조차 부정하게 되었다 국어 사전이 먼저 부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