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너무도 당연해서 오히려 잊고 있는 군대의 역할에 대해 말해보고자 합니다.
지구상 190여 개 국가 가운데 절대다수인 170여 개국이 군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군대가 없는 나라는 대부분 매우 작은 국가들이며, 그런 나라들조차 경찰로 구성된 국경경비대를 운영합니다. 오늘날 존재하는 국가들은 전쟁에서 살아남은 나라들입니다. 패배한 국가는 역사책 속에서만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1592년 임진왜란에서 패했다면 1897년 대한제국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1950년 6·25전쟁에서 패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국민 모두가 전쟁에 참여했지만, 직접 총을 들고 적과 맞서 싸운 것은 군대입니다. 군대가 있기에 국가가 존재합니다. 이는 만고(萬古)의 진리입니다.
이런 이유로 모든 국가는 강한 군대를 갖기 위해 노력합니다. 경제를 발전시키는 궁극적인 목적도 부국강병(富國强兵)에 있습니다. 국가 지도자의 첫 번째 책무(責務) 역시 나라를 부강하게 하고 군을 강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국가가 존재해야 자유도, 복지도, 행복도 지킬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문약(文弱)에 빠져 사라진 나라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의 송(宋)나라와 우리의 조선(대한제국)입니다.
미국의 역사학자 찰스 틸리는 "전쟁이 국가를 만들었고, 국가가 전쟁을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로마의 군사학자 베게티우스는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에 대비하라."고 말했습니다. 국가를 유지하고 평화를 지키려면 전쟁에 대비해야 하며, 이를 위해 강한 군대가 필요합니다.
6·25전쟁이 끝난 지 70여 년이 지나면서 우리 사회에는 군대를 무용지물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멀지 않은 역사의 교훈을 잊은 채 조선 시대의 문존무비(文尊武卑) 악습이 되살아나는 듯합니다.
상급자의 명령에 따라 행동한 군인을 불법이라며 처벌하고, 군 작전을 법원이 사후(事後)적으로 법의 잣대로 판단하며, 군의 최고 계급인 장군까지 공개적으로 모욕하는 분위기 속에서 누가 군인의 길을 선택하려 하겠습니까. 사관학교는 물론 부사관 지원율까지 급격히 하락하고 있습니다. 부대를 방문해 보면 연병장에 잡초가 무성합니다. 연병장에서 훈련은 고사(姑捨)하고 운동도 하지 않습니다. 아니 할 병사가 없는 실정입니다. 후배 군인들을 만나보면 자부심(自負心)이 없습니다. 일반 회사원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어쩔 수 없어 군 생활을 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참으로 안타깝고 우려스러운 현실입니다.
강한 군대가 존재해야 국가가 평안합니다. 군대가 약해지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 모두에게 돌아옵니다. 아무리 경제적으로 부유한 나라가 되더라도 나라를 지킬 강한 군대가 없다면 그 부(富)를 지켜낼 수 없습니다. 송나라와 조선의 비극적인 역사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더구나 우리 군은 국가 수호(守護)는 물론 근대화 과정에서도 국가 발전을 위해 수많은 희생을 감내(堪耐)하며 큰 역할을 해왔습니다. 우리는 군을 비판할 수는 있지만, 지금처럼 그 존재 자체를 가볍게 여기거나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됩니다.
군대의 붕괴(崩壞) 조짐이 보입니다. 더 이상 방치하면 대한민국은 모래성이 됩니다.